1. 개요
인도 신화의 등장인물.'쟁기를 든 라마'. 인도 신화에는 라마로 불리는 인물이 셋 나오는데 라마찬드라(빛나는 라마)와 파라슈라마(도끼를 든 라마),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발라라마가 있다. 다만 인도 신화의 라마라고 하면 보통 라마찬드라 쪽을 가리키니 주의. 발라데바, 발라바드라로도 불리는데, 자이나교에서 발라라마에 대응하는 신격은 저 이름들로 유명하다.
비슈누의 여덟 번째 화신인 크리슈나의 바로 윗형이자 이복형. 아르주나의 아내 수바드라와는 친남매다. 비슈누의 뱀 아난타(셰샤)의 화신인데, 비슈누가 화신해 태어날 때마다 아난타가 형제로 같이 태어나서 그를 보좌하기 때문이다.[1] 그런 이유로 가끔은 종교적 문제가 있는 붓다 대신[2] 비슈누의 9번째 화신으로 취급된다.
농업의 신으로도 숭배되며 자간나타 전통에서는 크리슈나, 수바드라와 함께 자간나타의 모습으로 숭배된다. 이때 발라라마는 하얀 얼굴의 자간나타로 묘사된다.
1.1. 상세
흔히 크리슈나의 동반자로 그려지며 유년 시절부터 크리슈나와 함께 모험을 했다. 때문에 크리슈나 신화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며, 서사시 마하바라타에서도 얼굴을 비춘다. 동시에 발라라마는 보호와 강력한 힘을 상징하여, 크리슈나의 질서를 수호한다는 성질을 공고히 해준다.크리슈나와 반대로 하얀 피부를 가졌다고 묘사되며, 무기는 쟁기와 가다(철퇴). 농업의 신, 농부의 수호신이다. 발라라마가 야무나 강을 끌어오는 신화는 수로를 파서 풍요를 가져오는 것을 은유하며, 그의 농업의 신으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아내는 태양신 수리야의 후손 레바티[3]. 레바티의 아버지는 그 어떤 인간도 뛰어난 자질을 가진 딸과 결혼시킬 수 없다 생각하고 딸과 함께 창조신 브라흐마를 찾아가 신랑감 추천을 받기로 했다. 두 사람이 방문했을 때 브라흐마는 간다르바들의 공연을 보고 있었고, 둘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선 레바티의 신랑감을 골라달라 부탁한다. 하지만 브라흐마는 천계와 지상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며 부녀가 그를 기다리던 동안 이미 몇 개의 유가가 지나갔고 지상에서 부녀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이미 죽었다고 이야기한다. 레바티의 아버지는 크게 당황했으나 브라흐마는 그를 위로하며 현재 지상에 비슈누가 크리슈나와 발라라마[4]로 화신해 있다고 말하고, 발라라마를 레바티의 신랑으로 추천한다. 부녀는 발라라마를 찾아갔고 레바티와 발라라마는 부부가 된다. 레바티는 야다바의 골육상쟁 이후 발라라마의 장례식에서 사티를 행하여 남편의 뒤를 따른다. 여담으로 레바티는 발라라마보다 몇 유가 전의 사람이였기에 남편보다 훨씬 체격이 컸다 하는데, 발라라마가 자신의 쟁기로 레바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자 발라라마의 시대 사람들과 비슷한 체격이 되었다고 한다.
원형은 브리슈니족의 토착 신격 삼카르사나(Saṃkarṣaṇa). 후신 발라라마와 마찬가지로 쟁기를 든 외형이여서 저 시절부터 농업 문화와 연관지어졌다고 여겨진다. 기원전 크리슈나의 원형 바수데바와 함께 숭배되었으며, 실존했던 브리슈니족의 지도자가 신격화된 모습이라 추측되곤 한다. 따라서 힌두교 이전 베다 경전에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다 힌두교 시대로 넘어가며 힌두교가 토착 신격들을 편입시킬 때 삼카르사나 역시 힌두교 신으로서 편입되었고, 현재의 발라라마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힌두 문학에서의 최초 등장은 마하바라타로, 이때는 이미 비슈누 신앙에 편입해 있었다.
2. 신화
야다바족 바수데바의 아들로, 당시 친척 캄사가 바수데바와 데바키의 자식이 자신을 파멸시킬 거란 예언을 듣고 아이가 태어나는 족족 살해해서 발라라마 역시 살해당할 뻔 했다. 그러나 발라라마는 신비한 힘으로 데바키의 자궁에서 또 다른 아내 로히니의 자궁 속으로 이동하여 살아남았다. 바수데바가 캄사를 피해 발라라마와 크리슈나를 브린다반의 목동 부부에게 맡기며 그들의 밑에서 자라게 된다.유년 시절부터 크리슈나와 함께 모험을 했으며 캄사가 보낸 자객들을 물리친 일화도 많다. 이후 크리슈나가 화신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브린다반을 떠나자 발라라마도 함께 떠났으며, 크리슈나가 캄사를 쓰러트릴 때도 동행한다. 캄사의 최측근 카알바크라를 쓰러트리는 등의 활약을 했으며, 캄사가 쓰러지자 크리슈나와 함께 야다바족으로 돌아가며 부모와 재회했다.
마하바라타에선 성인이 되어 야다바에 복귀한 모습으로 등장. 두료다나[5]와 비마에게 철퇴술을 가르친 스승이기도 하다. 동생들이 판다바에 속했던 것과 달리[6], 판다바와 카우라바 모두를 아꼈기에 쿠룩셰트라 전쟁에는 불참을 선언했다. 전쟁에 맞춰서 조카 프라듐나와 함께 순례길에 올랐다.
그런데 전쟁 말미에 돌아와 보니 그의 눈에 보인 것은 비마가 명예롭지 못한 반칙을 써서 두료다나를 철퇴 시합에서 이긴 장면이였다. 비열한 술책에 분노한 발라라마는 쟁기를 들고 와서 비마를 죽이려 들었다. 그러자 크리슈나가 비마는 아내 드라우파디의 모욕 때 두료다나가 그녀에게 자신의 허벅지에 앉으라고 도발했고 이에 두료다나의 허벅지를 부수겠다 맹세했다 이야기하며 달랜다. 발라라마는 쟁기를 거두지만 두료다나의 명복을 빈 뒤 비마에게 욕을 퍼부은 후에 떠난다.
사실 전쟁 직전에 주사위 도박에 중독된 유디슈티라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정작 전쟁이 끝난 뒤 자기가 사기도박을 당하자 그 자리에서 상대를 때려죽여버렸다. 그 상대는 크리슈나의 처남 루크미였는데 그냥 처남도 아니고 프라듐나의 아내 중 하나의 아버지여서 이중으로 인척관계였다.
이후 36년이 지나고 자식들을 잃은 간다리 왕비가 크리슈나에게 내린 저주대로 야다바들이 골육상쟁을 벌이자 추태를 보다 못한 나머지 요가 자세를 취한 뒤 조용히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 시신에선 하얀 뱀, 즉 본체인 아난타가 빠져나와 지상을 떠났다고 한다.
전쟁에서 중립이였던 것과는 달리 위의 도박 일화도 그렇고 의외로 성깔있게 묘사된다. 한 푸라나(힌두교 설화집)에서는 목동들과 함께 야무나 강 근처에서 놀았는데, 술에 취한 발라라마가 몸을 식혀야겠다며 야미 여신[7]에게 강을 자기 가까이로 옮길 것을 요구한다. 거부하자 열받은 발라라마가 쟁기를 들고 겁을 줘서 결국 여신은 강을 발라라마 가까이로 옮겼다고 한다.
또한 발라라마의 조카인 삼바[8]가 두료다나의 딸과 결혼하겠다고 납치하려다 붙잡혀 감옥에 갇힌 적이 있다. 그러자 삼바를 아끼던 발라라마는 이 소식을 듣고 두료다나에게 찾아가 조카를 풀어달라며 궁전을 때려 부쉈고, 결국 풀어주자 돌아갔다고 한다.
[1]
같은 이유로
라마찬드라의 동생 락슈마나도 아난타의 화신이다.
[2]
힌두교의 붓다 자체가 당시 힌두교와 불교의 알력 싸움을 드러내는 존재다. 원래 힌두교의 붓다는 비슈누의 화신이자 사법(
邪
法)을 설파해 악마들을 진리에서 멀어지게 하는 존재인데, 이러한 설정에는 불교를 견제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3]
아버지가 수리야의 손자가 세웠다고 여겨지는 태양 왕조의 일원이다.
[4]
상술했듯 때로는 비슈누의 화신으로 여겨진다.
[5]
여동생 수바드라를 두료다나에게 시집보내려한 것도 그렇고 제자로서 아낀 듯.
[6]
크리슈나는 전생의 쌍둥이이자 친우
아르주나의 마부로서 참전했으며, 수바드라는 아르주나의 아내였다.
[7]
야무나 강의 여신. '야무나'라고도 불리며 저승신
야마의 쌍둥이 동생이다.
[8]
현자들한테 장난을 쳐서 저주를 받고 야다바의 멸망 원인 중 하나를 만들어온 그 크리슈나의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