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테네시 대학교의 인류학 연구소
원어명은 University of Tennessee Anthropological Research Facility로, 통칭 Body Farm(시체농장)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이 연구소를 설립한 배경은 설립자인 윌리엄 배스 교수의 경험담에서 비롯한다. 경찰 등 사법당국의 의뢰로 시신의 상태를 조사하는 일을 자주 맡던 베스 교수는 1977년 어느 무덤에서 발견된 한 시신을 조사했다. 오래된 무덤에서 발견된 시체가 얼마전에 죽은 사람처럼 피부에 생기가 돈다는 걸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조언을 구했는데[1] 베스 교수는 부패 상태를 보고 죽은 지 1년 정도 되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후 정밀 조사 결과 그 시신은 1864년 남북 전쟁 때 사망한 군인으로 밝혀졌다. 자그마치 100년이 넘게 오차가 난 건데 알고 보니 관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밀봉&살균되면서 군인의 시체가 미라가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배스 교수는 시신의 부패 및 사망 시간을 연구하는 시설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고 이 연구 시설을 설립하였다.
이 연구소의 목적은 인간 사후 부패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다. 즉, 죽은 사람을 들판에 가만 놔두고 얼마나 지나야 부패가 완전히 진행되는지, 자연환경이나 사체의 조건(몸무게, 나이 등)에 따라 부패의 속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부패 과정에서 어떤 벌레가 꼬이는지 등을 알아본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시체를 시멘트에 넣고 굳혔을 때 어떻게 되는지, 토막시신의 부패가 얼마나 빨리 진척되는지, 가방 안에 넣었을 때 시체 및 주변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 등 특수한 환경에 놓이거나 처리를 받았을 때의 결과와 세부적인 진행과정을 연구하기도 한다.
당연하지만 이 연구의 목적은 단순히 인간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법의학을 발전시키기 위함이다. 실제로 이 연구소의 데이터베이스 덕분에 사망 시간 추정이 더 정확해지면서 엄청나게 많은 범죄들이 해결된다. 2020년대 기준으로 시체 주변에 돌아다니는 벌레의 성장 상태로 시체의 사망 시간까지 추정이 가능한 법곤충학(Forensic Entomology)이 발달할 정도로 연구가 진척되었다.
시체 수색견을 훈련하기 위해 곳곳에 시체를 숨겨 놓고 찾게 하도록 시키기도 하고 법의관 지망생들을 불러모아 널부러진 보통 시체의 사망 추정 시각을 알아맞출 수 있게 교육시키기도 한다.
부패가 끝난 시체들은 뼈를 추려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든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만들어진 컴퓨터 프로그램에 아무 뼈나 골라서 길이를 입력하면 사망자의 키와 건강상태 등을 알아낼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를 입력하고 남은 뼈는 다시 법의관 지망생이나 의대생들을 가르치는 데 쓴다고 한다. 시체 한 구로 정말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 연구소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은 사자에게 은혜를 느끼고 임하며 시체 기증자의 가족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가족에게 시체를 다시 돌려줄 의무가 있다.
시체라는 민감한 주제로 연구하다 보니 보안이 상당히 엄격하게 잘 되어 있다. 주변 경찰이나 보안요원이 항시 감시하고 있고 CCTV도 설치되어 있으며 본인인증이 없으면 쉽사리 들어가지 못한다. 여기에 들어가서 연구하거나 교육받는 사람은 특별히 선택된 사람이므로 괜한 호기심으로 가 보려고 해도 갈 수 없다. 언론 취재도 사전 허가 후 매우 엄격한 절차에 따라 행할 수 있다.
시신의 기증은 신원과 사망 원인, 그리고 생전에 시신 본인이 기증 의사를 문서로 밝힌 경우에만 받는다. 여기에는 다소 서글픈 현실도 작용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경제가 어려워져 장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유가족들이 시신을 기증하려는 사례가 제법 많아서 시신을 모두 수용하기 힘든 상황에까지 이르자 연구소 측에선 기증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걸었다.
이 시설이 인류학 연구소가 아닌 시체농장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원인은 후술할 항목의 소설 때문이다. 애초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연구 지원비도 잘 안 내려오고 시체 기증자도 거의 없었는데 이곳을 배경으로 소설이 쓰이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관리자는 '시체농장'이라는 무서운 이름에 내심 고마워하고 있다고 한다. 별명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 별명이 오히려 연구소에 이득이 되는지라 그냥 자기들도 여기를 시체농장이라고 일컫는다.
비슷한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소가 몇 군데 더 생겼는데 아무래도 테네시 대학교 정도의 스케일을 보유한 곳이 없는지라 그냥 '시체농장'이라고만 말하면 테네시에 있는 걸 말하는 줄 안다. 2021년 1월 기준으로 미국에 일곱 곳, 캐나다( 2019년)와 호주에 각각 한 곳씩 생겼다. 과거에는 법의학이 발달했다가 21세기 기준으로는 오히려 퇴보했다고 여기는 영국은 윤리적 문제와 용지 확보의 어려움 등의 문제가 있지만 2019년 연구소를 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2006년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이곳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었는데 한국에는 '주검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다큐멘터리라서 부패 과정을 편집하고 다소 순화시키긴 했지만 고어물 같은 화면도 나온다. 구더기가 눈알을 파먹는 장면이나 부패하면서 피부 색깔이 초록, 주황, 검정 등등 온갖 색으로 변하는 과정이나 부패 가스로 인해 배가 터지는 묘사도 있으니 감상에 주의할 것. 시체농장 자체에 대한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실제 시체는 전체 상영시간 중 절반도 안 나온다.
2014년 6월 22일에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코너인 Extreme Surprise에서 이 부분을 다루었다. 이때 교수가 시체를 가지고 가다가 도로에서 단속 중인 경찰에게 걸려서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가 설명을 해 주고 풀려나는 스토리를 추가했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애초에 해당 연구소는 삼엄한 보안에 연구에 이용되는 사체는 엄격한 관리가 이루어지기에 교수 한 명이 혼자 시체를 연구소까지 가져간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허술한 각색이다. 이때의 서프라이즈는 동년 다른 사건을 다룰 때 거대한 오류를 내 경고 조치를 받을 정도로 오류가 심각한 편이었다.
과학동아 2016년 4~5월호에서 취재한 적이 있다. 기자의 후기에 따르면 이곳의 특성상 잡지에 올릴 수 있는 사진을 골라내느라 대단히 애를 먹었다고 한다. 동년 11월에도 다루었다.
아래의 동명 드라마 외에도 CSI 등의 수사극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소다. 특히 CSI 라스베가스 중 한 회(시즌2 15회)에서는 범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한 사건의 배경 자체로 나온다. 물론 허구인데 시체 농장은 애초에 매우 엄격한 보안 체계가 구축되어 있고 이쪽 분야에선 최고 전문 기관이다. 과학동아에서도 기자가 이 드라마를 언급하면서 '만에 하나 이런 일이 벌어지면 24시간 안에 시신의 신원을 확인할 자신이 있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미국에서 사망한 경우는 전신 기증이 가능하지만 다른 국가에서 사망한 경우는 화장한 후[2]에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시체농장으로 이송해야 한다.
한국은 전술한 영국과 달리 시체농장을 만드는 논의 자체가 일어난 적이 없다. 한국에서 법의인류학 연구소 건설을 추진하는 박대균 순천향대 의대 교수에 따르면 2009년 2월 제주 애월읍에서 발생한 제주 보육교사 피살사건을 다룰 때 10년 정도 용의자를 찾지 못하다가 피해자가 발견된 농업용 배수로에 실험용 돼지를 두고 부패 정도를 관찰해서 용의자를 특정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윤리적 문제, 용지 확보의 어려움, 사람의 사체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적 요인 등의 문제가 있다.
2. 퍼트리샤 콘웰이 쓴 장편 소설
원어명은 The Body Farm. 1번 문단의 연구시설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이 소설로 인해 1번 문단의 연구소의 인지도가 올라갔다는 것을 보니 꽤 인기 있었던 모양이다. 정작 한국에서는 별로 인지도가 없으며 오히려 3번 문단의 드라마가 더 인지도가 높다.
3. 영국 드라마 시리즈
2번 문단과 마찬가지로 원어명은 The Body Farm. 1번 문단과는 연관이 있는데 2번 문단과는 연관이 있는지 불명이다.
영국 BBC에서 2011년 9월 3일부터 방영해서 총 6화로 끝난 영국 드라마다. 2011년 10월 24일에 DVD로 발매되었으며 인기는 그럭저럭 있었던 듯하다. 한국에 정식으로 들어온 적은 없다. CSI처럼 법의학 드라마이며 웨이킹 더 데드(Waking the Dead)[3]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한국에 '시체농장'이라는 번역명이 있는지 모르고 원어명 그대로 부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바디팜'으로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