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문 배경
"영혼 없는 무심한 껍데기만 가득한 이곳에 공포를 일으키리라." 거대한 나무 정령 마오카이는 분노에 휩싸여 그림자 군도의 초자연적인 언데드와 싸운다. 마법에 의한 대격변으로 고향이 파괴되었을때 그는 자신의 나무 심장에 스며 있는 생명의 정수로 언데드의 상태는 모면했지만 형체가 뒤틀린 복수의 화신이 되었다. 한 때는 평화를 사랑하는 자연의 정령이었으나 이제 그는 그림자 군도를 뒤덮은 언데드를 몰아내고 아름답던 고향의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해 맹렬하게 싸운다. |
2. 장문 배경
“영혼 없는 무심한 껍데기만 가득한 이곳에 공포를 일으키리라.” 거대한 나무 정령 마오카이는 분노에 휩싸여 그림자 군도의 초자연적인 언데드와 싸운다. 마법에 의한 대격변으로 고향이 파괴되었을 때 그는 자신의 나무 심장에 스며 있는 생명의 정수로 언데드의 상태는 모면했지만 형체가 뒤틀린 복수의 화신이 되었다. 한 때는 평화를 사랑하는 자연의 정령이었으나 이제 그는 그림자 군도를 뒤덮은 언데드를 몰아내고 아름답던 고향의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해 맹렬하게 싸운다.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먼 옛날, 황량한 암반과 토양이 전부인 어느 군도가 깊은 바닷속으로부터 솟아 올랐다. 자연의 정령 마오카이는 이 군도와 함께 탄생했다. 나무껍질로 덮인 훤칠한 몸과 나뭇가지를 닮은 긴 팔다리를 지닌 그는 나무 정령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군도의 땅에서 깊은 적막감과 함께 왕성한 생명력의 가능성을 느꼈다. 생명의 조짐을 찾아 홀로 이 섬 저 섬을 돌아다니며 그는 날이 갈수록 고독해졌다. 어느 날 마오카이는 부드럽고 기름진 흙으로 뒤덮인 구릉지를 찾았다가 땅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무한한 에너지를 감지했다. 그는 거대한 뿌리를 땅 밑으로 뻗어내려 생명을 선사하는 마법의 샘물을 찾아내고 한껏 들이켰다. 그리고 이 강력한 샘물을 이용해 수백 그루에 달하는 묘목을 재배하여 군도 전역으로 옮겨 심었다. 오래지 않아 군도에 초목이 우거졌다. 하늘을 찌를 듯한 소나무숲, 나뭇가지가 뒤엉킨 빽빽한 수림 등이 경이로운 마법에 둘러싸여 끝없이 펼쳐졌다. 무성한 잎사귀와 두툼하고 구불구불한 뿌리를 갖춘 멋들어진 수목이 싱싱한 초록빛으로 군도를 뒤덮었다. 자연의 정령들은 울창한 산림에 이끌려 군도를 찾았고, 비옥한 숲 속에선 갖가지 동물이 뛰놀았다. 마침내 인간들도 군도를 찾아왔고, 그들 또한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번성하며 세계의 불가사의를 연구하는 학자 모임을 조성했다. 마오카이는 인간의 존재를 처음엔 경계했지만 청정한 자연을 아끼는 그들의 모습에 곧 마음을 놓았다. 숲 속 깊이 흐르는 마력을 느낀 그들은 자연의 정령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초목이 드문 지역에만 집을 지었다. 마오카이는 신뢰가 가는 몇몇 인간에겐 가끔 직접 모습을 드러내어 군도의 이모저모에 대해 귀띔해 주고 치명상을 치유할 수 있는 군도의 가장 큰 보물, 바로 지하 샘물에 대해서도 알려 주었다. 마오카이는 그렇게 수 세기 동안 평온하고 목가적인 삶을 살았지만 어느 날 바다 건너에서 온 군함이 군도 해안에 정박하면서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마오카이는 군함을 보자마자 무언가가 심각하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꼈다. 비탄에 빠진 왕이 왕비의 시체를 품에 안고 군함에서 내려 왔다. 왕은 왕비를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그녀의 부패한 육신을 치유의 샘물에 담가 씻었다. 하지만 왕비는 썩은 시체의 모습으로 되살아났고, 다시 죽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 왕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되돌릴 방법을 찾던 중 의도치 않게 군도에 끔찍한 저주를 내렸다. 몇 리 밖에 떨어져 있던 마오카이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재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땅 밑에서 무시무시한 힘이 모여들자 마오카이는 불길한 예감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대몰락이 진행되는 동안 마오카이는 절박한 심정으로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려 치유의 샘물을 빨아들이면서 온몸의 섬유를 마법으로 흠뻑 적셨다. 그리고 저주 받은 부분이 흡수되기 전에 뿌리를 거둬 샘물과의 모든 접촉을 끊어냈다. 인간에게 믿고 맡겼던 성스러운 샘물이 소용돌이치며 손 쓸 수 없이 부패해 버리자 그는 분노로 포효했다. 잠시 후, 군도를 둘러싼 안개가 흑빛으로 물들더니 땅 위의 모든 생명체를 살지도, 죽지도 않은 초자연적인 상태로 가두며 퍼져 나갔다. 마오카이는 자신이 아는 모든 식물, 자연의 정령, 동물, 그리고 인간들이 비참한 그림자 형태로 뒤틀리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괴로워했다. 조그마한 묘목에서부터 키워 나간 아름다운 대자연이 인간의 무모한 욕심으로 한 순간에 몰락해 버리다니… 분노는 점점 커져만 갔다. 생명력을 탈취하는 검은 안개가 마오카이에게로 번져 와 몸을 휘감았다. 어깨를 장식했던 화려한 꽃들이 바싹 말라 가루처럼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그는 흐느껴 울었다. 안개에 생명력을 빼앗긴 그의 몸은 경련을 일으키다가 뿌리가 비틀어지고 가지가 엉킨 나무 덩이 형태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생명의 정수를 머금은 나무 심장 덕분에 끔찍한 언데드의 운명은 피할 수 있었다. 기괴한 유령과 끔찍한 변형체가 군도를 가득 메웠고, 마오카이는 언데드가 된 인간 무리에 둘러싸였다. 그는 나뭇가지 같은 사지를 이용해 가공할 위력으로 유령을 강타했고, 유령은 산산조각이 나 먼지처럼 흩어졌다. 그 모습에 마오카이는 소름 끼치는 자기 혐오감을 느꼈다. 태어나 처음으로 살육을 저지른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언데드의 형체를 미친 듯이 쫓기 시작했지만 수백 마리의 유령이 달려 들어 결국 뒤로 물러서야 했다. 마오카이는 고향이 파멸되다시피 하고 동반자로 삼았던 생명체들이 끔찍한 언데드로 돌변한 악몽 같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군도를 떠나고도 싶었다. 하지만 뒤틀린 몸 속 깊숙한 곳에서 성수가 흐르며 생명력을 뿜어내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대몰락에서 살아난 것은 군도의 심장인 생명의 정수를 몸에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렇기에 아직은 군도를 버릴 수 없었다. 축복의 빛 군도 최초의 자연의 정령으로서 그는 그대로 남아 군도의 영혼을 위해 싸우기로 했다. 사악한 유령 무리와 검은 안개가 끊임없이 주변을 둘러싸지만 마오카이는 군도를 병들게 한 악의 세력을 정복하기 위해 맹렬한 복수심을 불태우며 싸운다. 군도를 떠도는 영혼 없는 유령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것이야말로 마오카이의 유일한 낙이다. 가끔은 검은 안개와 안개 속 유령을 제압하는 데 성공하여 나무나 덤불을 그들의 손아귀에서 풀어 주기도 하면서, 저주 받은 토양에서 아직 새 생명이 피어나진 않았지만 회한과 부패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안식처를 꾸미기 위해 마오카이는 오늘도 고군분투한다. 그가 싸움을 계속하는 한 아직 희망은 있다. 군도를 되살릴 수 있는 최후의 열쇠인 생명의 정수가 그의 나무 심장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군도의 땅이 예전처럼 환희를 되찾으면 마오카이도 뒤틀린 허물을 벗을 것이다. 먼 옛날 군도에 생명을 불어넣은 그이기에, 군도가 다시 한 번 활짝 피어날 때까지 마오카이는 쉬지 않을 것이다. |
3. 밤의 꽃
차가운 바람이 허공을 가르는 쇳소리를 내며 껍질의 갈라진 틈 사이를 파고든다. 오싹하다. 내 사지는 여름의 온기를 잊은 지 오래다. 주변의 우뚝 솟은 형체들이 강풍에 부서지고 무너진다. 형체 안에 있던 생명은 오래 전에 죽었다. 남은 형체는 나의 말 없는 동반자가 되었다. 그들의 거친 줄기는 한 때 이곳을 뒤덮었던 울창한 수림을 잿빛으로 스케치한 양 빈 껍데기로만 남아 있다. 밤 공기에 유난히 창백하고 음산해 보이는 유령이 나무 사이로 다가온다. 긴장감에 온몸이 뻣뻣해진다. 평소라면 뿌리를 휘둘러 유령의 심장을 관통했겠지만 오늘은 기척을 내지 않고 잠자코 있는다. 저항하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하다. 난 존재 자체가 저항이다. 이 군도를 병들게 한 저주에 대한 저항. 달 같은 유령의 두 눈이 텅 비어 있다. 이 죽음의 섬 안엔 싸늘한 통한을 품은 유령이 사냥하거나 잡아먹을 나약한 생명체가 전혀 없다. 유령은 나무 사이를 스르르 빠져나가고, 나는 다시 홀로 남는다. 그림자처럼 깜깜한 숲을 바라보고 있는데 가지가 흔들려 온다. 잿빛으로 끝없이 펼쳐진 풍경 속에서 작은 불꽃이 붉게 타오르는 것이 보인다. 새까만 흙더미 속에서 작디작은 꽃 한 송이가 올라오고 있다. 화려한 빛깔이 눈이 부실 정도다. ‘밤의 꽃’이다. 오래 전, 밤의 꽃은 연중 가장 무더운 밤에 피어나 축복의 빛 군도를 온통 수놓곤 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시들어 까만 꽃잎만이 남았고, 다음 해가 올 때까지 피지 않았다. 하지만 일 년에 딱 한 번, 밤의 꽃은 선홍빛으로 숲을 밝혔고, 그럴 때마다 군도의 땅은 불 붙은 듯 보였다. 나는 꽃이 더 있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주변을 잠시 둘러 본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죽은 군도의 암울한 잿빛뿐이다. 휘청이며 앞으로 나아가니 가지가 삐걱거린다. 바스락거리는 회색 잎사귀를 밟으며 나는 꽃송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걸어간다. 나의 거대한 몸이 가냘픈 꽃 앞에 선다. 허리를 숙이고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대어 꽃잎의 달콤한 향기를 맡아 본다. 나무 심장에 깃든 강력한 샘물이 생명을 감지하고 잠에서 깨어나 흐르기 시작한다. 꽃은 호기심에 가득 찬 듯 꽃송이가 갸우뚱 기울어져 있다. 선홍색 잎맥이 꽃잎마다 깊게 퍼져 있고, 연둣빛 줄기는 벨벳처럼 부드러운 수백 개의 은빛 솜털로 뒤덮여 있다. 영원히 감상해도 좋을 만큼 모든 면면이 아름답다. 꽃이 조금씩 변하며 자라난다. 줄기는 점점 더 길어지고 꽃잎은 천천히 펼쳐진다. 미세한 움직임이 나를 매료시킨다. 꽃송이가 벌어져 꽃술이 드러나고 강렬해진 향기가 내 마음을 화사하게 물들인다. 추위도, 공허한 바람도, 그리고 내 안의 회한도 이제 생각나지 않는다. 멀리서 불빛이 아른거려 나는 주춤한다. 빛을 발하는 형체가 다가오고 있다. 긴장감에 껍질이 곤두서는 듯하다. 혈색 없는 이 숲에 동맹이란 없다. 꽃의 움직임에 이끌려 유령이 되돌아오고 있다. 산 것은 죽은 것만큼 고요하지 않은 법. 나는 분노하며 팔다리를 푼다. 더 이상 싸움을 피하지 않고 기꺼이 응하리라. 이 황폐한 군도에서 단 하룻밤만이라도 부패한 힘에 의해 더럽혀지지 않은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유령이 미끄러지듯 다가온다. 한 때 인간이었던 유령은 이제 반투명한 골백색이 되어 있다. 피처럼 빨간 꽃송이를 본 유령은 텅 빈 표정이 탐욕스럽게 변한다. 유령은 빠르게 다가와 꽃의 가녀린 생명을 흡수하려 한다. 꽃송이가 무생명의 그림자로 시들지 않도록 나는 사지를 휘둘러 유령의 다리를 친다. 유령은 화상을 입은 듯 움츠리며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고 나는 포효한다. 내 몸 속을 흐르는 샘물은 이런 초자연적인 존재를 혐오한다. 유령은 몸을 비틀어 내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나는 뿌리를 높이 들어올린 후 땅을 내리친다. 척박한 지표면이 갈라지고 땅이 흔들린다. 지진 같은 공격에 유령은 고통스러워하며 비틀거린다. 나는 씁쓸하게 웃어 제낀다. 나는 뿌리로 유령의 형체를 관통하고 유령은 흩어져 사라진다. 검은 안개가 역겨운 악취를 풍기며 땅 위에서 피어오른다. 바람이 신음하듯 불어오고 수십 마리의 유령이 내 앞에 나타난다. 기분 나쁘게 번뜩이는 유령의 얼굴들이 눈 앞의 광경을 말 없이 쳐다본다. 밤의 꽃과 나는 그림자 같은 유령 무리 앞에 꼿꼿이 선다. 유일하게 순수한 이 생명체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유령에 의해 파괴되게 놔두진 않으리. 나는 사지에 온 분노를 실어 유령을 강타하며 맹렬한 기세로 몰아낸다. 군도에 있는 유령을 모두 처치할 수는 없지만 잠시 몰아낼 수는 있다. 한 유령이 내 옆을 지나 도망치려고 한다. 나는 고성을 내지르며 뿌리를 들어올려 유령의 심장을 관통하고 유령은 안개 속으로 흩어진다. 너무 많은 유령이 곁에 있어 힘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굴복하지 않기로 한다. 꽃은 자신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싸움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 채 달빛 아래서 찬란한 빛을 발한다. 꽃송이에서 선홍색 꽃잎 하나가 핏방울처럼 떨어진다. 수명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수명이 끝나면 죽음이 오고, 죽음과 함께 휴식이 시작된다. 하지만 난 아직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 활활 타오르는 이 분노로 군도의 저주를 완전히 풀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검은 안개가 숲 위로 떠올라 거대한 구름을 일으키며 소용돌이친다. 굶주린 유령이 탐욕스럽게 입을 벌리고 안개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나는 몸을 곧추세워 허기진 유령을 강타해 하나씩 처치해 간다. 그래도 유령은 끝없이 몰려온다. 나는 포효하며 대기를 이리저리 휘저어 비틀어진 소용돌이를 만들고 소용돌이가 억센 폭풍이 될 때까지 분노를 주입한다. 폭풍이 솟아올라 꽃과 내 주위를 거세게 도는 혼란 속에서 나는 희열을 느낀다. 폭풍은 유령들을 숲 뒤로 세차게 밀어낸다. 악몽 같은 이 군도에 생명이 자라날 수 있는 성역이 생겨났다. 나는 꽃에게로 몸을 돌린다. 폭풍은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휘몰아치고 있고, 우리는 그 폭풍의 눈 속에서 말이 없다. 불꽃 같은 두 번째 꽃잎이 떨어지고, 연이어 세 번째 꽃잎이 떨어진다. 나는 폭풍에 에너지를 쏟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버티고, 폭풍은 계속 휘몰아친다. 꽃송이는 점점 고개를 숙여 이제 땅을 바라보고 있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이 완벽하게 아름답다. 타는 듯한 꽃잎이 모두 서서히 떨어지고 완전히 시들 때까지 나는 눈을 떼지 못한다. 꽃이 죽었다. 가지 같은 두 팔을 내리자 폭풍이 잠잠해진다. 머리 위 하늘은 회색빛이다. 이 암울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하늘이다. 검은 안개가 다시금 번져 오고 유령들이 돌아온다. 꽃의 생명력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고 신선한 먹잇감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 그들은 표정이 텅 비어 있다. 유령들이 공허한 숲 속으로 되돌아간다. 나는 내 옆을 지나는 유령을 뿌리로 가격해, 희미해지는 안개 속으로 흩뜨린다. 다른 유령들이 나를 피해 간다. 겉으로 보기엔 그대로인 것 같지만 이제 이 군도는 어제의 잿빛 황무지가 아니다. 내 몸 속에서는 생명의 정수가 흐르고 있고 내 뿌리가 밟고 있는 토양은 다시 비옥해졌다. 꽃잎은 흙 속에서 썩어가고 있지만 영롱한 밤의 꽃은 내 가슴 속에서 붉게 타오르며 분노에 불을 지핀다. 처음 생겨났을 때 군도는 불타는 암석이었다. 나는 불타는 광휘로 군도의 저주를 몰아낼 것이다. 텅 빈 나무 사이를 빠져나가는 유령 무리를 나는 따라간다. 그들은 악행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말 것이다. |
4. 구 배경
4.1. 최초 배경
룬 전쟁에서 마법사들이 방출한 뒤틀린 마법 에너지는 전 세계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왔고, 이 마법 에너지를 정의의 전장과 연결해서 제어하기 위해 리그가 설립되었다. 마법 에너지 사용을 정의의 전장으로 제한하면 다른 환경에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못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마오카이라는 존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이런 노력이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었다.
뒤틀린 숲에서 리그의 경기가 벌어지던 도중 정글 위쪽에 있던 아주 오래된 고목 한 그루가 갑자기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렇게 마오카이라는 존재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에 의해 별안간 자연의 균형에서 떨어져 나온 마오카이의 지각은 혼돈으로 가득 찼고, 리그의 심판관이 개입하긴 했지만 대결에 참가했던 챔피언 여섯이 모두 당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그를 제압할 수 있었다.[1] 비전 마법관 학자들은 마오카이의 생명력에 관계된 비밀을 캐내고 싶어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마오카이의 마음 속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곧 자연의 균형이 깨진 것을 의미하므로 이런 존재가 되어버린 자신이 혐오스러웠던 것이다. 그는 자연스러운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고, 리그는 이 기회를 틈타 원 상태로 되돌릴 방법을 연구할 테니 대신 리그 오브 레전드에 합류해서 싸워 달라고 제안했다. 마오카이는 리그의 판결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지만 마법을 남용하는 소환사들을 벌 주고 싶은 마음은 컸다. 그리고 자신을 원상 복구시키는 방법을 알아내면 다시는 다른 나무들을 움직이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리그에 합류했다. 그는 다른 나무들과 구분되면서 그에게 해를 끼칠지 모를 동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랜턴을 몸에 두른 채 정의의 전장에서 생활한다. "다시 나무가 되는 그날까지 이 능력을 사용할 것이다." - 마오카이 |
4.2. 3.14 업데이트 후 배경
죽음의 땅이 되기 이전
그림자 군도는 자연의 생기와 아름다움이 샘솟는 축복받은 섬이었다. 그중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성스러운 숲은 수많은 동물과 정령들이 번성하는 지상낙원이었다. 마오카이는 이 울창하게 나무가 우거진 목가적인 숲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정령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림자 군도의 왕이 마법사들로 하여금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너뜨리라는 명령을 내리게 된다. 마법사들은 성스러운 숲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마력을 끌어와 의식을 진행했고 끝내 생명의 순환이 파괴되자 감당할 수 없는 어둠의 힘이 봉인에서 풀려나고 말았다. 웅장했던 나무들은 뒤틀린 채 바싹 타들어 갔고, 인간은 말라 비틀어진 유령으로, 숲의 정령들은 텅 빈 도깨비불로 변해버렸다. 이윽고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서 점점 더 생명력이 빠져나가더니 그림자 군도는 순식간에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언데드의 땅으로 변해버렸다. 성스러운 숲에서 가장 막강한 정령이었던 마오카이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로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고 멸망해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그는 이 파괴를 막기 위해 처절하게 저항했지만, 인간의 어리석음이 초래한 비극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급기야 삶과 죽음의 순리를 깨트린 흑마법은 자신의 모습마저 바꿔놓고 있었다. 마침내 이 사악한 힘이 마오카이를 압도하려 했을 때 그는 이 땅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필사적인 마지막 시도를 감행했다. 마오카이는 남은 힘을 끌어모아 정령들의 힘의 원천이었던 떡갈나무를 향해 달려갔고 가까스로 그 안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림자 군도의 남은 생명체들을 모두 이 고목으로 소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비록 마오카이의 부름을 받은 생명체는 언데드의 수많은 공격으로 인해 그 수가 극히 적었고 온전한 모습도 아니었지만, 그는 이 생명의 정수를 고스란히 자신의 품으로 감싸 안았다. 마오카이는 그림자 군도에 남아있는 마지막 생명을 지킬 수 있음에 감사했고 이 생명력을 바탕으로 죽음의 땅을 다시 예전으로 돌릴 수 있으리라는 작은 희망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정수 이 모두를 가득 끌어모은 탓일까? 마오카이는 떡갈나무와 한몸으로 뒤섞여 끔찍한 괴물로 변해버렸다. 그 후로 오랜 세월 동안 마오카이는 외로움 속에서 고통과 슬픔을 감내해야 했다. 아끼는 모든 것을 잃은 상실감만큼 가지는 무성하게 자라났고 무참하게 고향을 짓밟은 마법사들에 대한 분노로 그의 뿌리는 땅을 뚫고 솟아올랐다. 찾아오는 것이라고는 나방이 불빛에 끌리듯 생명에 목마른 그림자 군도의 유령들뿐이었고 마오카이는 이 게걸스럽고 끈질긴 언데드로부터 언제까지 생명의 씨앗을 지켜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마오카이는 결국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고향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망망대해를 향해 자신의 몸을 던졌고 부디 대자연의 힘이 자신을 생명이 숨 쉬는 땅으로 실어다 주길 바랐다. 그곳에서는 죽음의 존재를 떨쳐내고 그림자 군도를 다시 살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마오카이는 이제 복수심에 불타는 자연력의 화신이 되었다. 그는 무시무시한 마법과 무쇠처럼 단단한 사지로 적을 무참히 섬멸하며 아름다웠던 그림자 군도의 예전 모습을 되찾을 방법을 찾아 발로란을 떠돌고 있다. 자연을 파괴하려는 자의 오만과 탐욕은 두 번 다시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자에게는 재앙이 찾아올 것이다." - 마오카이 |
4.3. 리그의 심판
원문 링크후보: 마오카이
날짜: CLE 21년 2월 14일
관찰
뒤틀린 숲이 광포함에 휩싸인다. 묘목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펑펑 터져, 비전 에너지가 뿜어내는 무지갯빛 광채로 시야가 어지럽다. 뿌리를 지표 위로 들어올려 움직이며 시야에 포착되는 것들은 죄다 공격하는 나무 한 그루를 제압하려고 리그 챔피언과 소환사들이 전부 전장을 정신 없이 뛰어다니고 있다. 갑자기 인지 능력이 생겨 혼란에 빠진 나무는 자기도 모르게 비전 마법의 폭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폭풍은 이 신록의 존재에게 쏟아진 마법 공격과 물리 공격을 모두 흡수하며 커져 가더니, 돌연 여기 있는 모두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만큼 커다란 폭발을 일으킨다.
갑자기 밝은 주황색 빛이 사방을 뒤덮더니, 케일이 나타나 이 빛의 보호막으로 모두의 목숨을 구해낸다. 먼지가 가라앉자 리그 대표들이 흙으로 빚은 반구형 감옥에 갇힌 나무의 모습이 보인다. 전쟁 학회는 조사를 위해 생명체를 즉시 다른 곳으로 이송시킨다.
회고
마오카이는 사방을 그대로 비추는 연못이 자리잡고 있는, 마치 동굴과도 같은 널찍한 방에서 정신을 되찾았다. 방 한가운데는 풍성한 보라색 로브를 입은 여인이 서 있고, 연못에 반사되는 빛이 춤을 추듯 일렁이며 그녀를 비췄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경탄에 빛나는 눈으로 나무 정령을 바라보던 여인은 깊이 고개를 숙여 절했다. "저는 당신이 리그에 참가할 수 있을지 심판하러 온 사람입니다."
마오카이는 노호했다. "심판이라고? 너희 인간들은 나를 깨워 이런 혐오스러운 괴물로 만들어 놓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심판까지 하려 드는가?"
소환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팔을 들어올려 속삭이듯 주문을 외우자 발 아래 땅이 꿈틀거리더니 방이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넓디 넓은 숲 속에서 깨어난 마오카이는 친숙한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었다. 잎사귀는 오색빛깔로 아름답게 반짝이고 둥치는 굳건한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한 이 곳은 영겁의 시간 전에 존재했던 그의 고향이었다. 오래 전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향수에 마오카이의 마음이 저릿했다.
갑자기 주위의 땅이 폭발하며 마오카이를 감싸고 있던 대지가 가라앉더니 기괴하게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눈에 닿는 초목들이 소름 끼치는 쉭쉭 소리와 함께 녹아 내리질 않는가! 비처럼 쏟아지는 총탄과 화학 물질 아래로 인간들이 공포에 질려 숲 속을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그때, 유탄에 맞은 한 소년이 땅에 털썩 쓰러졌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아비규환에 누구 하나 소환사와 마오카이를 거들떠 보지 않았지만 소년만은 둘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다. 그 눈에서 생명의 빛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다시 한번, 마오카이 발 밑의 지형이 변화하기 시작하더니 점점 그 속도가 빨라져 종국엔 흐릿해졌다. 새로이 자각하게 된 그의 감각을 공격해 오는 주위 풍경을 바라보며 마오카이는 전율했다. 산성액 웅덩이 속에서 녹아가는 나무들의 매캐한 향, 아름다운 하늘빛 섬이 세 조각으로 분열되는 모습. 백색 석영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고대 도시는 시공간의 법칙을 거스르며 말도 안 되는 형태로 뒤틀려 버렸다.
마오카이는 지쳐서 눈을 감았다. 리그에서는 지금 이 환상을 새로운 것이라 여기고 만들어낸 모양이지만, 실상 이 모든 것을 고스란히 느끼며 그 자리에 서 있던 그다. 대지와 그 안에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가해진 학대가 빚어낸 고통과 슬픔을 흡수하며 몇 세기를 버텨 왔던 것이다.
소환사는 빠르게 명멸하던 환상을 엄숙하게 멈추고는 조용히 말했다. "이런 일들은 우리가 원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악한 자들이 때문에 겪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부디 리그에 합류하셔서 이런 일을 막을 수 있게 도움을 주십시오."
마오카이는 역겨움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걸 초래한 게 바로 너희 인간들이다. 너는 지금 너희 종족에게 연민을 품어 달라고 말하고 있지만, 나에겐 너희 스스로 자초한 증오밖에는 보이지 않아. 너희 눈에는 무기에 맞아 유린당한 인간 아이가 보이겠지만, 나는 쓰러진 나무들이 인간의 손에 의해 파괴의 도구로 탈바꿈한 것이 더 아프다. 내게는 너희가 존재하기도 전에 있어 왔고, 너희들의 하찮은 싸움에 고통 받으면서 너희가 사라진 뒤에도 존재할 이 땅이 보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돌아가길 원하시는 건가요?" 그녀는 물었다.
나무 정령은 잠시 멈칫하더니, 그런 자신에게 오히려 더욱 놀라움을 느꼈다.
"아니면 당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생각하며, 그대로 서 있기만 할 건가요?"
비난이 담긴 소환사의 목소리에 마오카이는 잠시 머뭇거린 데에 화가 치솟았다. "너희들의 전쟁은 나와 하등 상관이 없다. 너희들은 나를 깨워 인간이 겪고 있는 고통을 알려주려 하지만, 너희가 나에게 이런 저주를 내리기 이전부터 이미 인간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괴로움을 알고 있었단 말이다. 대지는 너희 아이들의 피를 빨아들이면서 고통에 울부짖는다. 나는 너희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오랫동안 이 모든 것을 이겨내 왔다. 대지의 종족인 우리는 아무 것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생사에 관여할 이유도 없어."
소환사의 두 눈이 어두워졌다. 리그가 원하는 답변이 전혀 아니었지만 다른 답을 얻을 가능성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나에게 약속한 대로, 너희가 나를 원래대로 돌려 놓을 때까지는 이 길을 가려 한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얼핏 미소라고 할 만한 표정이 나무의 입가를 살짝 뒤틀어 놓았다. "그 때까지는, 너희가 친절하게도 나에게 선사해 준 이 손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자에게 벌을 내리도록 하지."
이 대답에 평정을 찾은 소환사는 두 손을 들어 환상을 쓸어내 버렸다. "잘 알겠습니다. 그게 당신의 대답이군요." 그녀는 빙글 돌아서더니, 아무 말 없이 떠나 버렸다.
마오카이는 무표정하게 그녀가 떠나는 것을 지켜 보았다. 환상 속에서 봤던 어린 소년의 몸은 사라졌지만, 피는 그대로 흘러내려 바닥에 웅덩이를 이루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나무 정령은 피 웅덩이를 지나쳐 걸어가다 돌연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마오카이는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그의 뿌리 한 움큼을 뜯어 내어 피 웅덩이에 조심스럽게 담갔다. 뿌리는 서서히 피를 흡수하기 시작하더니,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필사적으로 피를 빨아들였다. 그리곤 한 데 얼기설기 뒤엉키더니 이윽고 어린 묘목이 모습을 드러냈다. 묘목은 순진한 눈으로 마오카이를 올려다 보았다.
또 다른 생명의 탄생이라. 태고부터 존재해 온 나무의 마음 속에서 뭔가 꿈틀했지만, 그 정체가 뭔지는 그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언젠가 다시 땅에 뿌리를 내린 채 움직이지 않는 날이 돌아오겠지만, 그렇다 해도 다신 예전과 같을 수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