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7-13 11:42:51

디지몬 테이머즈/선악 구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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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요약3. 아군이 된 적 캐릭터 관련 논란
3.1. 은세나, 레나몬3.2. 정종진3.3. 임프몬/ 베르제브몬3.4. 과연 디지몬 테이머즈는 악역 미화가 전혀 없는 작품인가?3.5. 다른 디지몬 시리즈에 나오는 비슷한 캐릭터들과의 비교3.6. 결론

1. 개요

디지몬 테이머즈는 타 디지몬 시리즈에 비해 선악 구도가 분명하지 않다. 타 시리즈가 악역에서 선역으로 돌아서는 캐릭터는 존재해도 선악 구도 자체가 불분명한 건 아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 요약

일단 주인공 중 한 명인 은세나는 파트너 디지몬인 레나몬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레나몬으로 하여금 어떤 디지몬이든 죽여서 흡수하게 하며 이 때문에 초반에는 악역 느낌을 풍겼다.

또한 주연급 디지몬들이 쓰러뜨리는 적 디지몬들도 극소수를 제외하면 진정한 악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초반에 나온 적 디지몬들은 차원의 문을 통해 현실 세계로 온 상태에서 디지몬으로서의 야성을 표출하였고 대놓고 나쁜 놈 티를 내며 은세나를 자신의 테이머로 만드려는 책략을 꾸민 아이스데블몬조차 강한 테이머를 통해 더욱 강해지고 진화하고 싶다는 디지몬의 본능에 충실한 것 뿐이었다.[1] 이후에 등장한 데바는 4성수 디지몬 중 하나인 주작몬의 명령으로 현실 세계를 파괴하거나 주인공 측을 공격하였지만 정작 주작몬이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은 진화의 힘을 봉인한 채 현실 세계로 떨어진 디지 엔텔레케이아( 동글몬)를 회수해서 데 리퍼와 맞서기 위해서였다.[2] '데바에게도 데바 나름대로의 정의가 있었다' 라는 곽소룡과 그의 스승과의 대화, 그리고 스승의 말이 이를 잘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작중에서 대놓고 '절대적인 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말한 셈이다.

현실 세계에 나타난 디지몬들을 모두 제거하러 하여 아이들과 반목을 빚은 휴프노스도 근본적으로는 인류의 안전과 정의를 추구하는 조직이었다. 다만 처음에는 인간과 디지몬이 친해질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여 테이머가 있는 디지몬들조차 제거하려 한 것이다. 이후 후반부에는 테이머들을 이해하고 돕게 된다.

그리고 초반부 중립적인 포지션을 취하다 황주연의 파트너 디지몬인 레오몬을 죽여 흡수함으로써 주연의 트라우마를 터뜨려 결과적으로 데리파가 각성하는 계기를 만들어버린 임프몬( 베르제브몬)도 후에 주연을 목숨까지 걸면서도 구하기 위해 싸우는 등 선악을 넘나드는 입체적인 포지션을 해냈다.

마지막으로 데 리퍼도 다른 시리즈 최종보스와 달리 논리회로를 통해 존재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것들을 지우려 했던 삭제 프로그램에 불과했다. 어찌보면 어벤져스의 울트론 같은 존재랄까.

이렇듯 주인공 세력과 대립했던 적들도 악의 포지션을 띤 건 아니었으며 주제에서도 테이머와 파트너 디지몬들의 유대에 집중했을 뿐 선악 구도는 굳이 어필하지 않았다. 거대로봇물이라도 용자 시리즈 같이 선악 구도가 분명한 작품들이 저연령층에게 많이 어필한 반면 건담 시리즈 같이 선악 구도가 불분명한 작품들은 고연령층에게 많이 어필한다는 걸 감안하면 디지몬 테이머즈의 행보는 전자보다 후자에 더 가까운 셈이다.

3. 아군이 된 적 캐릭터 관련 논란

다만 악역이었다가 갱생하여 아군이 된 캐릭터들 중에 유독 다른 디지몬 시리즈의 갱생한 악역들보다도 더욱 죄질이 극악무도하면서 그에 걸맞지 않게 제대로 된 대가를 치르지도 않고 끝까지 사는 이들이 부각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죄질이 극악무도한 악역들을 무리하게 아군화시키고 더 나아가 해당 캐릭터들의 갱생을 사실상 면죄부로 변질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3.1. 은세나, 레나몬

사실 이들이 현실세계에 나타난 디지몬들을 마구 죽이고 다닌 것은, 이성적으로 봐도 아래의 정종진보다도 더욱 질이 나쁘고 실질적인 악행에 있어도 데바와의 거래조건이었다는 이유라도 있는 베르제브몬보다[3] 질이 나쁘다.

인간을 습격한 디지몬들만 죽였다면 모를까 오로지 자신들의 강함을 위해 단순히 현실세계에 나타나기만 한 디지몬까지 습격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선역 디지몬인 길몬 테리어몬도 있었으며 이런 면모는 사실상 아래에서 비판받는 베르제브몬과 비교해 주역인 선역 디지몬을 죽이는데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의 차이밖에 존재하지 않고 레나몬도 이를 인식하고 있기에 중반부에 자신과 같은 행동을 한 임프몬에게 공감하고 아군으로 받아들이는데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은세나와 레나몬이 아군화되고 더 나아가 마지막에도 단순히 둘이 서로 헤어지기만 할 뿐 그 이상의 새드엔딩을 맞이하지는 않은 것은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디지몬 어드벤처 tri.의 메이가 비록 아군으로서 주인공 일행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해서 엄청난 비판을 받긴 하지만 적어도 직접적으로 악의를 가지고 악행을 저지른 적은 없다는 점에서 은세나의 잔혹함이 더더욱 부각된다.

그나마 이들이 베르제브몬보다 나은 점이라면 아군으로서 제대로 된 활약을 많이 보여줬다는 것이 있지만 이마저도 베르제브몬과 비교하면 죄질 자체를 무시하고 거의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아군화 시기가 훨씬 빨랐던 덕이므로 제대로 속죄하는 과정을 보여준 베르제브몬보다 더 질이 나쁘다고 볼 수 있다.[4]

다만 은세나&레나몬와 베르제브몬에겐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은세나&레나몬은 은혜를 원수로 갚진 않았다

오유민과 곽소룡의 길몬, 테리어몬을 공격한 건 3화인데 사실 이 에피소드에서 세나는 폭주한 가르고몬에게 죽을 뻔한 사건이 터졌었다.[5] 물론 이건 세나와 레나몬의 자업자득이고 길몬이 가르고몬을 제압하면서 미수로 그친 일이지만, 어쨌든 세나는 유민을 습격했다가 오히려 유민 덕에 목숨을 건진 셈이고, 이후 세나와 레나몬은 진화에 목말라있음에도 길몬과 테리어몬을 노리지 않고 간간히 유민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베르제브몬이 길몬, 레나몬 등에게 받은 친절을 배신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6] 어디까지나 도움을 받고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누그러졌을 뿐 이후 과거 저지른 죄에 대해 생각하며 속죄를 목표로 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7] 당장 현실의 전범만 봐도 아래 임프몬처럼 후에 참회나 반성을 한 인물과 자기 사람에게만 잘해주고 반성없이 살다 죽은 인물을 비교하면 전자는 그래도 반성 후 옳은 일을 해 사면받거나 죽은 후 재평가받는 등 논란은 있어도[8] 긍정적인 면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만 세나, 레나몬처럼 가족이나 지인에겐 한없이 잘해줬어도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반성할 생각없이 살다간 인물은 이후 딱히 악한 짓을 더 하지 않았더라도 그냥 극악무도한 악인으로 정리된다.[9]

3.2. 정종진

정종진의 경우 단순히 의도만 놓고 보면 위의 은세나와 레나몬, 아래의 임프몬/ 베르제브몬보다는 참작의 여지가 있다. 디지몬의 습격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이쪽 또한 인간을 습격하지 않은 디지몬들까지 몰살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가 아군이 되어 끝까지 사는 전개도 악역 미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도 사실 이 부분은 이해가 되는 부분인 게 인간을 습격하지 않는 디지몬이라고 동글몬 같이 아예 무력한 애들만 있는 게 아니다. 실제 주역 디지몬들만 봐도 객관적으로 보면 불을 내뿜고 개틀링 건이나 미사일 같은 걸 난사하는데다 창과 방패를 들고서 광선을 발사하는데 위험하지 않다고 볼 수 있을까? 거기에 그런 디지몬 테이머들이 제어한다는 것도 믿기 어려운 게, 테이머가 어린애인 건 둘째쳐도 작중에 가르고몬이 곽소룡의 말을 무시한 채 날뛴 일이나 이재익이 사이버드라몬의 제어를 어려워 한 것, 오유민이 길몬을 메기드라몬으로 암흑진화시킨 것 등 테이머가 디지몬을 통제 못한 사례가 버젓이 존재한다.

그나마 위 사례들에선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파트너가 너무 어린 쌍둥이라 결국 제어에 실패해 사회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도망친 임프몬의 경우 인다라몬의 일방적인 폭행 및 인간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다시 디지털 월드로 돌아가는 시점까지도 인간 세계의 싸워도 되지 않는 삶이 아닌 디지털 월드의 약육강식의 사고 방식에 사로잡힌 채 강함을 추구했으며 성숙하지 못한 정신상태에서 궁극체가 되어 큰 힘을 얻자 결국 대형사고를 쳤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논란으로, 설령 테이머가 디지몬을 통제한다고 애들이 디지몬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 있단 말인가? 위의 은세나, 레나몬과 아래의 임프몬/베르제브몬 같은 극단적인 케이스[10]도 있으니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막말로 촉법소년판 장태수 같은 게 나타날 수도 있는 마당에 디지몬의 입장에선 눈엣가시일지 몰라도 인류의 입장에서 정종진의 방법이 최선이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 사람은 장태수처럼 스스로의 악감정과 그릇된 욕망으로 날뛰었던 것이 아니라, 엄연히 '디지몬은 인간에게 위험한 존재이니 배제하자'라는 공적인 이유로 움직였다. 적어도 아래에 있는 타 작품의 악역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3.3. 임프몬/ 베르제브몬

임프몬/베르제브몬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레오몬을 죽인 것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잘못인 데다가 단순히 그 정도로 끝나지 않고 데리파의 각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임프몬/베르제브몬이 아군이 되고 더 나아가 황주연에게 용서받은 후 죽지 않고 끝까지 사는 전개 자체를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전체적인 전개도 그렇지만, 황주연이 레오몬의 죽음을 목격한 바로 그 다음 순간에 오유민과 길몬이 분노로 폭주해 메기드라몬이 되어 베르제브몬을 죽이려 한 것, 그리고 다음 에피소드에서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베르제브몬과 싸우는 듀크몬을 만류하며 "베르제브몬을 죽여봐야 레오몬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호소한 장면도 특히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때의 황주연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정신적으로 무너진 상태였고, 임프몬/베르제브몬도 타락하기 전까지는 황주연과 가까운 사이인 디지몬이었기에 캐릭터 붕괴까지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이를 자신과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 사람의 극악무도한 악행에 실망하여 그 사람이 죽어도 슬퍼하지 않는 경우가 현실에 적지 않게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재반박하기도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죽음을 죽음으로 갚는 것에 반대하는 피해자 가족모임이 현실에 존재할 만큼 반대 사례도 수두룩하고 복수를 원하던 피해자가 가해자가 사형당하는 걸 직접 보고 트라우마가 재발해 사형 반대 모임에 동조하는 사례가 있어 충분히 현실적인 묘사다.

또한 당시 황주연의 경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 시도까지 할 정도로 멘탈붕괴가 심각했다. 자살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레오몬이 죽은 시점에서 증오심이나 복수를 포함한 모든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런 상태에서 베르제브몬의 죽음은 의미도 없이 트라우마를 재발시킬 일에 지나지 않게 된 것. 메기드라몬과 베르제브몬이 싸울 때도 베르제브몬을 죽이는 것보다는 이미 (자신에게 있어) 아무 의미없게 된 싸움을 멈추는 것과 그나마 마음의 안식처가 될 만한 존재인 길몬이 흉악한 메기드라몬이 된 것에 더 신경쓰는 모습을 보이며 베르제브몬에게 증오심을 갖고 원수라 여기는 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주연에게 있어 아무 의미도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주연이 베르제브몬을 죽이지 말라고 하는 전개에 대한 비판은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이 현실적인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보편적으로 공감의 대상이 될 법한 행동인지에 대한 문제다. 죽음을 죽음으로 갚는 것에 반대하는 피해자 가족모임이 강력범죄 피해자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힘들고 오히려 가해자의 죽음에 어떤 트라우마도 느끼지 않는 강력범죄 피해자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므로[11], 황주연이 베르제브몬을 못 죽이게 필사적으로 막은 것은 현실적인지 비현실적인지를 떠나 보편적 차원에서 공감되는 내용이라고 보기는 힘든 것이다.

황주연이 정서적으로 완전히 망가진 폐인이 되었기에 발생한 결과로 듀크몬이 베르제브몬을 죽이려는 걸 말렸는데,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죽인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복수한다고 해서 그 소중한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아는 경우가 절대다수다. 그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당한 것처럼 가해자도 역지사지격으로 똑같이 당해보길 바라는 심정에서 복수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황주연이 저런 심정을 가지지 못할 정도로 정서적으로 망가져 복수심도 발생하지 않아버리게 했다는 점에서 이때 베르제브몬을 살려준 것을 용서한 것으로 취급해 베르제브몬에 대한 면죄부를 정당화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 애초에 베르제브몬은 황주연이 복수심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정서적으로 망가지도록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작은 다른 디지몬 시리즈와 달리 한 번 죽은 디지몬은 어떤 수단으로도 절대 부활하지 못하고 영원히 소멸한다는 설정이므로, 레오몬이 다시는 되살아나지 않기에 더더욱 임프몬/베르제브몬을 싫어하는 이들이 있다. 극단적인 경우 아군이 되더라도 마지막에는 죽는 내용으로 나가야 했는데 임프몬이 끝까지 죽지 않고 사는 결말이 납득이 안 간다는 의견도 있다.

당연하지만 죽음을 죽음으로 갚아야 한다는 사상은 현실에서도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다만 이런 사람들 중에서도 살인자를 죽이지 않되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것에는 찬성하는 이들이 많으므로, 이들 또한 굳이 임프몬/베르제브몬이 죽는 결말을 원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임프몬/베르제브몬이 동료가 되고 황주연에게 용서받는 전개에 대해서는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반대 의견도 있는데 당장 황주연의 원망을 데리파를 통해서 묘사하고, 당장 그 시선에 자신의 용서받을 수 없는 죄에 후회하고 괴로워하면서 속죄를 위해서 황주연을 구하려다가 베르제브몬이 죽기 직전의 상태에 이르는 장면도 있을 정도로 가볍게 묘사되지 않고 처절했기 때문에 찬반의견이 있는 편. 사실 반성이 면죄부가 되어야 한다는 사상 자체가 실제로 반성했는지 내면묘사를 통해 확인가능한 창작물과 달리 현실에선 반성했는지 반성하는 척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상이기에 반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임프몬/베르제브몬은 인간이 아니라 디지몬이고, 더군다나 테이머즈 세계관의 디지몬은 현실세계의 야생동물들과도 같은 약육강식의 법칙에 충실한 존재라서 임프몬/베르제브몬한테는 죽음을 죽음으로 갚는 게 좋은지 나쁜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도 볼 수 있다. 인간 악역과 달리 법적 절차를 통해 처벌하거나 교화시킨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듀크몬이 베르제브몬을 죽이려고 한 것은 약육강식에 따라 주인공 일행을 죽이려고 한 베르제브몬이 마찬가지로 약육강식에 따라 죽을 뻔한 상황이자 베르제브몬의 위협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일 뿐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샤가이의 부작용으로 인해 강제로 디지털 월드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업보를 치렀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는 테이머가 있는 디지몬들 전원에게 해당되는 일일뿐더러 디지몬들이 고향인 디지털 월드로 돌아간 것이라서 딱히 임프몬/베르제브몬이 업보를 치렀다고 느끼지도 못하는 이들도 있다. 애초에 임프몬/베르제브몬의 아군화, 선역화를 염두에 둔 전개라면 굳이 레오몬이 아니더라도 본작의 아군 캐릭터들 중 누군가가 임프몬/베르제브몬에게 죽는 전개 자체가 부자연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본작은 디지몬들이 현실세계의 야생동물들처럼 약육강식이라는 설정이지만 그것이 임프몬/베르제브몬에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는 게, 애초에 인간들 또한 사실상 약육강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테이머즈를 포함한 디지몬 시리즈의 주역 디지몬들은 인간처럼 말을 하면서 인간과 교감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키우던 애완동물이나 가축을 죽인 야생 동물을 끝까지 쫓아가서 죽이고 싶어하는 게 인간의 심리인데, 디지몬 테이머즈의 테이머들이라면 파트너 디지몬을 잃었을 때의 상황이 애완동물이나 가축을 잃은 주인의 경우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작중에서 듀크몬이 베르제브몬을 죽이려고 한 것은 단순히 레오몬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정당방위 차원에서 베르제브몬의 위협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나려는 측면도 있었다. 당시 베르제브몬이 레오몬을 죽이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주역들 모두를 죽이려고 했음을 감안하면, 베르제브몬이 너무 쉽게 용서받았다는 비판이 아주 틀린 말이라고 보기는 힘든 셈이다. 황주연은 거의 최종회나 되어서 제대로 용서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쉽게 용서했다고 보기 힘들어도 자신과 똑같은 짓을 했기에 동질감을 느껴 원한을 가지지 않은 레나몬을 제외한 다른 멤버는 정말 잠깐 경계하다가 순식간에 동료로 받아들인다. 보기에 따라 레오몬을 죽인 일 자체를 망각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베르제브몬의 아군 합류가 쉽사리 이뤄졌다.

물론 디지몬 어드벤처 tri. 메이쿠몬 죄질이 흉악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미화되어 엄청난 비판을 받으면서, 임프몬/베르제브몬이 메이쿠몬과 달리 미화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했고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피해자로부터 원망을 받으면서도 그를 감수하고 속죄를 하다가 죽기 직전까지 갔던 점이 긍정적 평가를 받는 감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임프몬/베르제브몬이 악역 감싸주기 논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에는 그의 죄질을 무시할 수 없다. 보통 디지몬 시리즈에서 개심하고 선역이 되는 악역들은 적어도 아군 측 인물들 중 누군가를 자기 의지로 죽여버리는 극단적인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는데, 임프몬/베르제브몬은 그런 극단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비록 레오몬이 베르제브몬에게 죽을 위기에 처한 구미호몬 대신 베르제브몬의 공격을 받고 죽은 것이지만, 어차피 당시 베르제브몬은 주인공 일행 전원을 죽이려고 했으므로 사실상 자기 의지대로 레오몬을 죽인 거나 다름없으며, 개심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게다가 레나몬과 정종진이 죽인 디지몬들이 그냥 단역 수준이었던 것과 달리, 임프몬/베르제브몬이 죽인 레오몬은 비중 있는 선역 디지몬이었다는 점에서 임프몬/베르제브몬이 끝까지 사는 결말에 대해 더더욱 반감이 커지는 면도 있다. 레나몬과 정종진이 여러 디지몬들을 죽인 것을 정당화할 수 없는 것과 별개로, 임프몬/베르제브몬이 레오몬을 죽인 것은 레오몬이 비중 있는 선역인 만큼 더더욱 부정적인 임팩트를 남길 수밖에 없었다. 명백한 선역을 죽인 캐릭터가 아군화되고 끝까지 멀쩡히 살아남는 결말은 해당 캐릭터가 죽거나 그에 준하는 처지가 되는 결말에 비해 시청자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법이다. 레오몬의 팬들에게는 임프몬/베르제브몬이 레오몬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불쾌한 생각이 들 수도 있는 부분이다.

결정적으로 임프몬/베르제브몬이 까이는 가장 큰 이유는 레오몬을 죽인 것이라는 점도 있지만 레오몬의 죽음으로 인해 데리파가 각성하면서 의도치 않게나마 데리파의 리얼 월드 침공으로 일을 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디지털 월드를 기준으로 봐도 디지털 월드의 47%가 소멸하고 4성수를 제외한 궁극체 디지몬들이 대거 죽어나가는 등 데리파의 각성으로 인한 피해가 너무나도 심각했다. 단순히 스케일로만 따지면 오히려 데리파의 각성 원인을 제공한 것이 레오몬을 죽인 것보다도 훨씬 죄질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임프몬/베르제브몬 본인이 작정하고 데리파를 각성시키려 한 게 아니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프몬/베르제브몬이 끝까지 사는 전개는 죄질을 냉정히 따지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임프몬/베르제브몬의 아군화는 데리파를 초기화시키는 데 있어 결정적 도움이 되지는 못했는데, 제43화에서 현실세계로 온 길몬, 테리어몬, 레나몬의 궁극체 진화가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나타나 베르제브몬 블래스트 모드로 진화하여 주인공 일행을 대신해 활약한 것이 전부다. 이후부터는 다른 선역 디지몬들 및 휴프노스의 활약 덕분에 데리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게 되었으며, 만약 임프몬/베르제브몬이 데리파와의 최종결전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면 자신이 벌여놓은 일을 자기 손으로 수습했다는 호평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제48화에서 베르제브몬 상태에서 목숨을 걸고 데리파와 싸우다가 데리파의 공격을 받고 임프몬으로 퇴화한 후에는 마지막회(제51화)까지 다시는 베르제브몬으로 진화하지 못하고 어떤 활약도 하지 못한 탓에 갱생 및 아군화가 바람직한 전개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여지가 생겨버린 것이다. 물론 황주연을 구하려는 베르제브몬의 시도 덕분에 황주연이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그것이 데리파가 진화하여 머더 데리바가 나타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임프몬/베르제브몬과 비슷한 논란이 있는 은세나, 레나몬, 정종진이 마지막회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대로 활약을 한 것과 비교하면 임프몬/베르제브몬이 마지막회에서 보여준 행적은 초라함 그 자체다. 이렇듯 임프몬/베르제브몬이 갱생 전의 극악무도한 죄질에 비해 갱생 후에 보여준 아군으로서의 활약은 아쉽다는 점 또한 끝까지 사는 전개에 대한 비판을 더더욱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본작의 임프몬/베르제브몬과 비슷한 전개는 악역 미화 논란은 피할 수 있더라도 극단적 온정주의를 미화했다는 논란만큼은 피할 수 없다.[12] 좋은 예시로 나루토 그렇게 악역들에 대한 극단적 온정주의를 미화하여 엄청난 논란이 되고 있다. 나루토는 대놓고 미화된 우치하 이타치의 경우도 있지만 심지어 미화되지 않은 악역들조차도 죄질에 걸맞지 않게 가벼운 대가를 치르는 바람에 작품 자체의 이미지가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다. 본작은 임프몬/베르제브몬의 진심어린 반성과 속죄를 위한 필사적인 노력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에게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매우 잘 다룬 명작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임프몬/베르제브몬의 극악무도한 죄질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에게는 역겨운 면죄부 미화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작중에서 임프몬/베르제브몬이 개심한 후 지속적으로 반성하고 자신의 악행을 결코 정당화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음을 감안하면, 만약 임프몬/베르제브몬이 데리파와의 싸움에서 치명상을 입고 사망했다면 살인자에게 걸맞은 처벌은 죽음 뿐이라고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비판의 여지가 없는 깔끔한 결말이 되었을 수도 있다. 결국 임프몬/베르제브몬은 결말을 잘못 만난 탓에 비판점이 생긴 캐릭터가 된 셈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시대가 흐르면서 죄질이 극악무도하면 설령 진심으로 반성한다 해도 반드시 사형에 처해져야 한다는 여론이 증가하고 있어[13] 임프몬/베르제브몬에 대해 더더욱 부정적 재평가의 여지가 생긴 면도 있다.

3.4. 과연 디지몬 테이머즈는 악역 미화가 전혀 없는 작품인가?

디지몬 어드벤처 tri.에서 심하게 미화된 메이쿠몬 때문에 디지몬 테이머즈를 악역 미화가 없는 점에서 적어도 디지몬 어드벤처 tri.보다는 나은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이러한 평가는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악역 미화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상술한 내용과 후술할 내용을 감안하면 테이머즈 또한 악역 미화가 전혀 없는 작품이라고 보기는 힘든 감이 있다.

사실 작품 내적으로는 직접적인 악역 미화가 없는 대신 테이머즈 본방송 당시에 한창 테이머즈를 시청하던 세대들이 추억 보정 및 당시의 시대 상황에 따른 이유 때문에 알아서 악역들을 미화해준 측면도 있다. 테이머즈가 흥행에 성공한 일본 현지와 서양권에서는 테이머즈 본방송 당시에 일본 창작물 속 악역 미화의 폐해에 대한 경각심이 2010년대 후반 이후에 비해 훨씬 낮은 편[14]이었고, 테이머즈가 흥행에 실패한 한국에서도 테이머즈의 본방송 및 재방송 시기[15]와 테이머즈가 한창 긍정적으로 재평가 받던 2014년에는 일본 창작물 속 악역 미화의 폐해에 대한 경각심이 2010년대 후반 이후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해당 시기는 창작물 속 악역 뿐만 아니라 현실의 범죄자에 대해서도 표면상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불쌍한 사연이 있으면 아무리 죄질이 극악무도해도 일단 동정부터 하는 경우가 많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2010년대 후반 이후의 시점에서는 테이머즈 또한 돌이켜보면 과연 악역 미화가 전혀 없는 작품인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정확히는 처벌 수위의 충분성 논란), 테이머즈가 한창 인기를 끌었던 시기를 기준으로 봤을 때 테이머즈의 경우는 악역 미화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시피 했던 셈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직접적인 악역 미화가 없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잘못에 대해 그냥 넘어가거나(은세나, 레나몬) 인류를 지키려는 의도만큼은 좋았다는 식으로 퉁치거나(정종진) 속죄가 죄질에 걸맞은지 아닌지 논란이 생기는(임프몬/베르제브몬) 등 간접적인 악역 미화 내지는 솜방망이 처벌 미화로 보일 수 있는 내용 때문에 얼마든지 테이머즈에 대한 부정적 재평가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지 디지몬 어드벤처 tri.라는 희대의 망작에서 악역 미화가 너무 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나아보일 뿐이다. 오히려 처벌의 수위만 놓고 보면 딱히 메이쿠몬보다 무거웠다고 보기 힘들다.

3.5. 다른 디지몬 시리즈에 나오는 비슷한 캐릭터들과의 비교

  • 디지몬 어드벤처 - 우가몬 : 파일섬 편에서 데블몬의 부하인 악역 디지몬으로 나왔다가 데블몬 사후 어디론가 도망쳤다. 우가몬의 악행의 결과 어드벤처의 선역 캐릭터인 엔젤몬이 (비록 나중에 부활했지만) 죽기도 했다.[16] 다만 직접적으로 누굴 죽이진 않은 탓인지 후반에 우가몬이 갱생 후 선역으로서 끝까지 사는 전개는 충분히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논란이 없다.
  • 파워 디지몬
    • 서정우 : 디지몬 카이저 시절의 죄질만 놓고 보면 아군화 후 끝까지 산 것에 대해 본작의 아군이 된 적 캐릭터들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서정우의 경우는 어둠의 씨앗에 의해 타락해 디지몬 카이저가 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참작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죄질이 너무 악질[17]이라 이후 선역화가 된 것에 문제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 블랙워그레이몬 : 아라크네몬이 어둠의 탑 100개로 만들어낸 궁극체 디지몬으로서 탄생했으며, 그 첫 등장에서부터 선택받은 아이들과 적대하였고, 자신에게 마음이 생겼다는 걸 깨달은 이후에 방황하다가 강적과 싸워서 답을 찾겠다면서 홀리 스톤을 마구잡이로 파괴했다. 그 탓에 디지털 월드와 현실 세계 간의 균형에 이상이 생겼으나, 청룡몬과의 만남을 통하여 자신이 잘못된 짓을 저지른 걸 깨닫고 이를 반성하게 되면서 홀리 스톤을 파괴하는 만행을 그만두었다. 이 과정에서 아구몬, 브이몬, 추추몬 등등의 선량한 디지몬들을 만나면서 고뇌하는 일로 갱생해 살아남을 여지도 있었지만, 마일도에게 빙의한 묘티스몬의 공격으로부터 이재하의 할아버지를 지키다 치명상을 입은 후 남은 힘으로 디지털 월드의 게이트를 막고 사망하여 결과적으로 면죄부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여기서 면죄부 같은 건 전혀 없었던 사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블랙워그레이몬이 홀리 스톤을 파괴하긴 했어도 비록 결과론적인 일이지만 인간이나 선역 디지몬을 죽이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은세나, 레나몬, 정종진, 임프몬/베르제브몬과 비슷한 수준의 악랄한 짓은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면죄부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결말이 되었다는 점에서 블랙워그레이몬은 죄질 논란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 마일도 : 서정우를 디지몬 카이저로 만든 흑막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그도 묘티스몬의 원혼에 의해 조종당한 피해자였다. 챠츠라몬과의 계약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엄연히 자기 의지로 레오몬을 죽인 임프몬/베르제브몬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본인의 의지로 악역이 된 게 아닌데도 마지막에 자신의 남은 생명력으로 디지털 월드를 복구하고 소멸하는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하였다. 본작에 나오는 임프몬/베르제브몬의 속죄는 임프몬/베르제브몬이 죄질에 걸맞지 않게 끝까지 살았다는 점에서 마일도의 속죄와 비교하면 속죄로 미화된 면죄부로 느껴질 만큼 아쉬운 감이 있다.
    • 디지몬 허리케인 상륙!! 초절진화!! 황금의 디지멘탈 - 웬디몬/악 계열의 케루비몬 : 워레스와 모종의 이유로 헤어지게 되면서 완전히 타락해서 선택받은 아이들을 납치해서 어리게 만드는 만행을 저지르지만, 그래도 상냥한 마음은 아직까지는 남아있었고, 최종전에서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속죄 겸 반성을 하면서 자신을 죽여달라는 부탁까지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본인의 궁극체인 케루비몬에게 당하고만 있었던 세라피몬 홀리드라몬의 힘을 받은 매그너몬 래피드몬이 자기를 쓰러뜨리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아군화되기 전에 극악무도한 악행을 저지르고도 끝까지 산 레나몬이나 임프몬/베르제브몬 같은 케이스와는 비교 자체가 실례다.
  • 폭주 디지몬 특급 - 로코몬/ 그랜드로코몬 : 애초에 파라사이몬에게 조종당한 것에 불과하고 결과적으로 로코몬으로 인한 피해라고 해봐야 열차 운행을 방해하여 시민들이 불편을 겪은 수준에 불과하여, 작중에서 로코몬은 그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 따라서 논란의 여지 자체가 없다.
  • 디지몬 프론티어
    • 선우윤 : 생령 상태에서 케루비몬에게 조종당하여 강제로 악역( 더스크몬/ 베르그몬)이 되었을뿐더러, 비록 결과론적이긴 해도 쌍둥이 동생인 선우현을 죽일 뻔했던 게 단순히 선우현이 가름몬에서 인간으로서의 본모습으로 돌아오고 정신을 잃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에 선우윤이 죽을 위기에서 벗어나 무사히 살아나는 전개도 억지감동이라는 말을 들을 여지가 없는 매우 감동적인 장면이 되었다.
    • 케루비몬/ 로프몬 : 프론티어의 최대 흑막인 루체몬에게 조종당한 꼭두각시였던데다 그 타락이 다른 3대천사 동료들과의 갈등도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케루비몬 시절의 악행에도 불구하고 동정의 여지가 많다. 부활 후 성장기인 로프몬으로 진화하여 주인공 일행에 합류했는데 이 때는 케루비몬 시절의 기억이 없어서 사실상 케루비몬과는 별개의 캐릭터에 가까운데다 케루비몬의 환영이 루체몬 사탄 모드의 최대 약점인 라르바의 존재를 알게 하는 힌트를 줘서 일행들의 승리에 기여한다.
  • 디지몬 세이버즈
    • 토마 H. 놀슈타인 : 처음에는 은세나처럼 매우 거만한 성격탓에 최건우랑 항상 갈등을 일으켰고 중반부에는 장태수의 흉계에 의해 그와 손을 잡아서 팬들에게 상당한 어그로를 끌었지만 장태수에 의해 이복 여동생인 리나의 목에 걸린 폭탄 때문에 반쯤 협박당하고 있는 상태였을 뿐 애초에 장태수를 통해 치료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고 폭탄이 해제되는 순간에 맞춰 곧바로 장태수를 배신했다. 여동생을 인질로 협박당한 피해자일 뿐 일반적인 악역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토마에게는 모욕에 가깝다.
    • 프란츠 놀슈타인(토마 H. 놀슈타인의 아버지) : 장태수와 손을 잡아서 팬들에게 상당한 어그로를 끌었지만 장태수의 추악한 진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런 것이었고 장태수의 도움으로 딸인 리나를 치료하려는 의도만큼은 좋았다. 비슷하게 좋은 의도(디지몬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것)를 가졌으면서도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는 것 없이 자기 의지대로 악행을 저지른 정종진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프란츠에게는 모욕에 가깝다.
    • 로얄 나이츠 생존자들 : 세이버즈 후반부에서 로얄 나이츠가 악역으로 나왔지만, 적어도 마지막에 아군이 된 로얄 나이츠 생존자들은 결과적으로 본인 때문에 무고한 인간이나 디지몬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없었다.
  • 디지몬 크로스워즈
    • 차도혁 : 승리를 위해 비열한 수단도 거리낌없이 썼지만 문제는 각본가마다 캐릭터 해석을 다르게 한 탓에 비열하고 열등감 심한 2인자, 정정당당하고 프라이드 높은 라이벌, 동료를 아끼는 대인배라는 모습이 시도때도 없이 번복되는 난잡한 캐릭터성 때문에 시청자가 악행을 따질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이에 따라 2부부터 동료로 함께하게 됐을 때도 팬들은 악행을 따지기보다는 번복되는 캐릭터성을 문제삼았다.
    • 바알몬/ 베르제브몬(C) : 동료 디지몬들을 죽인 과거가 있지만, 이건 그 동료 디지몬들이 바알몬 본인을 먼저 공격하는 게 원인이 된 정당방위에 가까워서 테이머즈의 베르제브몬이 레오몬을 죽인 것과 동일선상에 놓는 것부터가 엄청난 모욕이다. 그래서 바알몬/베르제브몬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전개도 억지감동이 아닌 진짜 감동에 가깝다.
    • 바그라몬/ 시계점 아저씨 : 바그라몬 시절의 후반부 행보는 은세나, 레나몬, 정종진마냥 악행을 대충 다루는 것 없이 완성도 높은 악역으로서의 모습이며, 시계점 아저씨로서의 후반부 행보는 쿼츠몬을 쓰러뜨리기 위한 결정적 활약이었다는 점에서 선역화된 임프몬/베르제브몬의 아쉬운 활약과는 비교 자체가 실례다. 다만 시계점 아저씨로서의 활약과 별개로 바그라몬 시절의 죄질이 워낙 무겁다 보니 시계점 아저씨로 부활할 게 아니라 그냥 죽는 결말로 나가거나 시계점 아저씨로서 또 다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는 비판도 있다.
    • 최지석, 서채린, 한정호 : 위의 차도혁과 비슷한 케이스. 최지석은 마지막에 쿼츠몬에게 협력한 헌터이고 한정호는 디지몬을 헌트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이용하거나 기수의 파트너 디지몬인 로코몬에게 사기 치고 헌트하는 등등의 피해를 끼쳤기에 비난과 안티가 꽤 있었으나, 그나마 이 셋은 이렇다 할 옹호나 이유가 최소한이나마 있었다. 또한 이 셋은 성격이 호전적이고 개차반일지언정 적어도 세계구급 수준의 민폐를 범하지는 않았고 유일하게 세계구급 민폐를 저지른 최지석은 쿼츠몬에게 세뇌당한 것이기 때문에 아군화 후 끝까지 사는 전개에 대해서도 논란이 없다. 누군가에게 강제로 세뇌당하지도 않은 임프몬/베르제브몬이 레오몬을 죽여 황주연을 멘탈붕괴 상태로 만든 게 데리파의 각성이라는 세계구급 민폐로 이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 디지몬 어드벤처 tri.[18]
    • 메이 : 메이(디지몬 시리즈)/비판 문서에 나온 것처럼 자캐딸로 악명이 높지만, 자캐딸인 것과는 별개로 선역이라서 그런지 위의 은세나, 레나몬 문단에서 설명한 것처럼 의외로 자기 의지로 직접적인 악행을 저지른 적은 없었다. 그냥 민폐여서 비판받을 뿐이다.
    • 메이쿠몬 : 메이쿠몬/비판 문서에 나온 것처럼 작중에서의 여러 악행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아군으로 남고 끝까지 미화되어 존재 자체가 흑역사 취급을 받는다. 마지막에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 어떤 속죄로 여겨질만한 요소가 없다는 점에서 말그대로 죽기만 했을 뿐이라는 말이 적절한 캐릭터다.[19]
  • 어플몬스터 - 김영웅 : 후반부에서 자신이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을 드러내면서 악역이 되지만 이는 자신을 만든 리바이어던에 의해 조종당해서 그런 것이며, 이후 김영웅으로서의 인격과 리바이어던의 부하로서의 인격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다가 결국 종반부에서 김영웅으로서의 인격이 승리하여 리바이어던을 완전히 쓰러뜨리는 데 있어 결정적인 활약을 하고 최후를 맞이한다. 비록 챠츠라몬과의 계약에 의한 것이었지만 엄연히 자기 의지로 악역이 되고 죄질에 걸맞지 않게 끝까지 살았으며 마지막회에서 어떤 활약도 하지 못한 임프몬/베르제브몬과는 비교 자체가 실례다.
  • 디지몬 리얼라이즈 - 에리스몬 : 기본적으로 선량한 캐릭터이며, 악역이 된 것 자체도 스파이럴의 지배에 의한 것이었다. 이후 라센몬으로서 올바른 진화를 하여 완전히 선역화되기까지의 과정은 메이 및 메이쿠몬 억지 미화 뿐만 아니라 은세나, 레나몬, 정종진, 임프몬/베르제브몬의 선역화 과정과도 비교 자체가 실례일 만큼 매우 감동적이다.
  •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 - 메노아 벨루치 : 처음에는 신태일 일행 앞에서 선역으로 위장하고 본색을 드러내어 에오스몬과 손잡아서 태일, 매튜, 소라, 제로투 4인방을 제외한 모든 선택받은 아이들을 납치해서 조종했으나 사실은 어린 시절 파트너 디지몬과 이별한 아픈 기억이 있었으며 아이들을 납치했던 것도 네버랜드로 가면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디지몬과 살 수 있었기 때문. 또한 면죄부나 미화 일절없이 오히려 규탄과 비난을 받고 한태수에게 체포당한다.

3.6. 결론

이렇게 디지몬 테이머즈가 죄질이 극악무도한 악역들이 갱생 후 아군화되어 끝까지 사는 내용으로 비판을 받는 것은, 어쩌면 지나치게 어두운 내용을 추구하는 동시에 선악 구도를 애매하게 만들다가 이런 쪽으로 결과물이 폭주했다고 봐야 할 듯싶다.[20] 권선징악을 엄격히 따지자면, 죄질이 흉악한 캐릭터를 미화 없이 묘사했으면 징악의 과정이나 결과 둘 중 하나[21] 혹은 과정, 결과 모두 죄질에 걸맞게 무거운 처벌을 받는 내용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캐릭터들의 악행을 지나치게 악랄하게 묘사한 점 및 그런 악랄함에 비해 해당 캐릭터들에 대한 처분을 가볍게 묘사한 점[22]이 2010년대 후반 이후의 시점에서는 문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상술한 것처럼 2010년대 후반 이전에는 이러한 전개에 비판적인 분위기가 없었으므로 이에 대해 당시 시청자가 그랬듯이 제작진도 이후 이러한 점이 비판의 요소가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관점에 따라서 테이머즈 및 테이머즈와 비슷한 작품들은 시대를 잘 만나서 지나치게 호평받은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디지몬 테이머즈가 2010년대 후반 이후에 제작된 애니메이션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다만 그들도 자기 나름의 사정이 있었고 악행에 대한 미화나 옹호 없이 반성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호평이 여전히 대다수긴 하다.[23] 그들에 대한 디지몬 시리즈 팬덤의 평가가 지금과는 다르게 바뀔 만큼의 반례가 후속작에서 나오지 않는 한 이러한 호평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디지몬 테이머즈는 직접적인 악역 미화가 없어서 같은 시리즈의 망작과 비교되어 긍정적 재평가를 받는 작품이자 악역 미화의 전성기에 방영된 덕분에 작중에서 나온 악역의 이미지 세탁이 방영 당시에 논란이 되지 않았고 2010년대 후반 이후 시점에서는 악역의 이미지 세탁이 심하다는 부정적 재평가의 여지가 있는 작품이라는 복잡하고 아이러니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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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화만에 리타이어해버려서 아이스데블몬의 자세한 심리묘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행적만 보면 강해진다는 디지몬의 본능에 충실했던 것일 뿐 악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레나몬과 세나의 사이를 이간질하기는 했지만 딱히 거짓말로 속인 적은 없었으며 강한 테이머인 세나를 통해 강해지고 싶다는 자신의 목적도 숨기지 않았고 그 외의 다른 사악한 목적이 있었다고 나온 적도 없다. [2] 물론 동글몬 항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청룡몬의 의도를 몰랐던 주작몬의 헛짓거리였다. [3] 작중에서 베르제브몬은 임프몬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주역멤버에게 반감을 느껴 죽이려드는 모습도 보이지만 처음에만 하더라도 데바와의 거래조건이었기 때문이라는 태도를 고수했고 아예 처음 베히모스를 타고 주역멤버 앞에 나타났을 때 그냥 무시하고 떠나기도 했다. [4] 베르제브몬의 속죄도 죄질에 걸맞은지 아닌지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이런 식의 논쟁이 있다는 것 자체가 베르제브몬의 악행을 심도있게 다뤄 시청자에게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거의 다루지 않아 논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쪽이 질이 더 나쁜 셈이다. [5] 당시 레나몬이 가르고몬에게 나가 떨어졌고, 그런 가르고몬이 웃으면서 개틀링건을 겨눈 채 다가오자 세나도 겁에 질려 도망도 못치는 모습을 보인다. [6] 베르제브몬이 힘을 얻자마자 테이머들을 공격한 건 아니지만, 챠츠라몬의 계약을 받아들이는 것은 곧 배신임을 알고 있었다. 이전에 바지라몬이 레나몬에게 한눈에 반해 마찬가지로 배신을 권유했지만 레나몬이 그 권유와 애정을 한결같이 부정하며 끝내 바지라몬을 죽인 것과는 반대되는 모습. [7] 사실 3화 이후 한동안은 가르고몬과 달리 레나몬이 진화하지 않는 것을 신경쓰는 모습을 보면 은혜때문이 아니라 못이길거 같으니 일단 싸우는 걸 멈추고 다른 디지몬을 사냥했다고 볼 수도 있는 모습이었다. [8] 이렇게 반성 후 선한 일을 했어도 현실에선 창작물처럼 속내를 알방법이 없기에 그냥 살고싶어서 이긴 쪽에 붙었을 뿐 사실은 반성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란은 따라붙는다. [9] 오히려 자기 사람에게은 잘해줬기에 내로남불로 더더욱 비판받기도 한다. [10] 전자는 파트너 디지몬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면서도 무자비한 타 디지몬 공격이 있었으며, 후자는 테이머 남매가 자신들끼리의 싸움으로 파트너 디지몬의 흑화 원인을 제공하기까지 하였다. [11] 당장 실제로 위에서 서술한 반대하는 피해자모임 자체는 집단이 만들어질 정도로 다수의 사람이 속해있지만 인류 집단과 비교해선 따로 찾아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소수에 속하고 설령 피해자가 용서했더라도 납득하지 못하고 처벌을 원하는 게 보편적인 시선이다. 극단적으로는 용서받은 가해자가 또 다른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왜 용서했냐며 피해자까지 욕하는 게 흔히 보이는 집단의 모습이다. [12] 처음에 베르제브몬 블래스터 모드가 위기에 처한 자신들을 도와주러 왔을 때는 신뢰하지 않았지만, 베르제브몬이 도와주러 왔다는 말에도 믿지 못하다가 진짜로 위기 상황에서 자신들을 구해준 후에야 신뢰하게 되는 내용이 있긴 하다. [13] 2009년부터 2017년 즈음까지는 사형제 폐지에 대한 여론이 증가해 17~19년에는 사형집행 여론이 찬성5:반대5에 가까웠지만 이후 각종 판결 논란같은 사법불신이 이어지며 2021년에는 찬성7:반대2:무응답1로 집행 찬성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14] 당장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드래곤볼 베지터를 떠올리면 쉬운데, 애초에 첫 등장 당시 그냥 악역으로 기획된 탓에 인간말종이었지만 어느샌가 손오공에게 감화되었다면서 아군에 합류하고 악역 시절의 악행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거나 하는 내용은 거의 없음에도 갱생한 입체적인 인물이라며 좋아하는 팬이 많지 미화받았다며 비판하는 부류는 보이지 않는다. [15] 일본과 서양권에 비해 적을 뿐이지 한국 또한 테이머즈가 어린 시절 추억의 애니메이션인 세대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16] 당연하지만 이 부활에 우가몬이 기여한 점은 아예없고 이에 대한 죄의식이나 용서를 바라지도 않았으므로 부활했다는 점은 우가몬의 죄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17] 작중 거의 디지털 월드 전역을 침략하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디지몬이 사망했고 세뇌한 디지몬들을 재미로 서로 싸움붙여 죽이기도 했다. 심지어 이걸 전작의 악의세력과 동급의 위협으로 인지했는지 디지털 월드의 수호자들이 본래 계획에 없던 선택받은 아이들을 급하게 뽑아 디지털 월드의 수호를 맡겼다. [18] 그래도 총평은 처벌의 강도만 빼면 미화나 옹호 없이 반성을 통해 성장한 은세나와 레나몬, 정종진, 임프몬쪽이 훨씬 더 나은 평가다. [19] 죽었으니 아무튼 속죄된 거 아닌가 싶지만 속죄는 본인의 의사가 개입되어 죄를 씻고자 하는 것이다. 메이쿠몬은 별다른 본인의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그저 죽음을 받아들였을 뿐으로 이를 속죄라고 보기는 힘들다. [20] 사실 선악 구도가 애매한 작품일수록 스토리가 꼬이면 악역을 직접 미화하거나 악역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미화하는 쪽으로 변질될 위험이 커진다. 선악 구도가 애매한 작품들 중 그러한 미화가 없는 작품들은 그만큼 제작진들의 역량이 매우 뛰어났던 것이다. 다만 한때 이런 평가를 받았던 고전작들도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테이머즈처럼 비판점이 생겨나는 사례가 있다. 당시 최고형벌이 현대에는 겨우 그거?라고 평가되는 일도 있기 때문. [21] 결과적으로 죽기만 했기에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메이쿠몬이 대표적으로 과정은 형편없고 결과조차도 징악보다는 미화에 초점이 맞춰졌기에 과정과 결과 둘 중 어느것도 권선징악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을 받는다. [22] 정확히 말하자면, 갱생 및 아군화 과정은 진지하게 묘사했지만 그로 인한 결과를 가볍게 묘사한 것에 가깝다. [23] 다만 은세나와 레나몬의 경우 상술한 내용 때문에 정말로 자기 나름의 사정이 있었는지, 그리고 제대로 된 반성인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