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buie
1. 개요
스카치 위스키[1]를 베이스로 만드는 리큐르의 일종. 헤더꿀과 각종 허브, 향신료를 사용해 제조한 술이다. 베이스 특유의 묵직함에 달콤한 맛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 이름인 'Drambuie'는 'An Dram Buidheach(만족스러운 마실 것)'이라는 고대 게일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게일어의 외래어 표기법이 없는 탓에 드람부이, 드람뷔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린다. 일단 한국에선 '드람브이'로 등록되어 수입되고 있다.리큐르 답게 단맛이 엄청나기 때문에, 그냥 먹는 경우는 별로 없고 보통은 칵테일, 특히 러스티 네일의 대체불가능한 부재료로 유명하다. 시중 바에서 드람뷔는 다른 곳에 안 쓰고 거의 이 칵테일 한 종류를 만드는 데에만 소모된다. 반대로 드람뷔가 없으면 러스티 네일은 절대 만들 수 없다.[2] 당류가 들어있어 보관도 성가신데 러스티 네일 말곤 딱히 쓸 곳이 없는 리큐르라 업장 규모에 따라 아예 취급하지 않는 칵테일바도 많다.
개인이 구매하려 해도 한국에선 꽤 큰 주류 전문점이 아니면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편이다. 가격도 5~6만원이고 디사론노나 깔루아 마냥 소용량을 팔지도 않아[3] 사실상 러스티 네일의 가장 큰 진입 장벽. 일단 제조사에선 커피와의 궁합을 밀고 있기 때문에 # 러스티 네일로 도저히 처리를 못할 것 같으면 에스프레소 마티니 비슷하게 만들거나 진리의 토닉 워터(+ 심플 시럽) 신공을 써도 된다.
밀짚 냄새같은 독특한 향과 엄청난 단맛이 거슬리지 않는 사람은 니트나 온더록으로 마셔도 나쁘진 않다. 단, 달달한 맛에 한두 잔씩 홀짝거리다 보면 훅 가는 수가 생기므로 조심할 것. 달콤한 맛에 가려져 놓치기 쉽지만 드람뷔도 도수가 40도에 이르는 상당히 독한 술이다.
2. 역사
1745년 찰스 에드워드 스튜어트 왕자는 스코틀랜드의 지지세력( 재커바이트)을 이끌고 왕위 전쟁을 벌이지만 이듬해 패퇴하여 스카이 섬으로 도주하는 신세가 된다. 그의 목에는 3만 파운드라는 천문학적인 현상금이 걸렸는데, 스코틀랜드의 맥키논 가문은 그를 밀고하지 않고 끝까지 호위하여 주었다. 에드워드 왕자는 유럽으로 망명하면서 맥키논 가문의 의리에 보답코자 왕가의 비전으로 전해지던 보약( 엘릭서)의 레시피를 가르쳐주었다고 한다.맥키논 가문은 이를 오랫동안 가보로서 비밀에 부쳐왔으나, 1872년 스카이 섬 브로드포드 호텔의 호텔리어인 존 로스(John Ross)가 맥키논 가문을 설득해 레시피를 손에 넣으면서 상업화가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호텔의 손님들에게만 제공되는 술이었으며 베이스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서 브랜디나 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존 로스 사후에는 그의 아들인 제임스 로스(James Ross)가 레시피를 개선하면서 스카치 위스키만을 사용하는 현재의 제조법이 확립되었다.
이 레시피를 맥키논 가문이 다시 사들이면서 직접 조주 사업에 뛰어들었고 1909년 첫 상업 출시가 이루어졌다. 1916년에는 영국 귀족원에 납품되는 첫 번째 리큐르로 기록되며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2014년부터는 글렌피딕의 윌리엄 그랜트가 맥키논 가문으로부터 사업을 인수하여 산하 브랜드로 두고 있다.
드람뷔의 제조시설은 증산에 의해 몇 차례 이전이 있었다. 처음에는 에든버러의 유니온 스트리트에 있었지만 2010년부터 2019년까지는 보모어 증류소에서 생산되었으며, 지금은 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의 시설에서 생산된다.
3. 기타
- 첫 출시 이후 약 100년간은 라벨과 보틀 디자인이 큰 변화없이 이어져왔으며, 구형 제품들은 RPG에 물약으로 나올 법한 땅딸막한 보틀로 유명했다. 다만 딱 한 번 디자인이 크게 바뀐 적이 있었는데, 2009년 당시 출시 100주년 기념 리뉴얼로 내놓은 디자인으로 위 사진의 가장 오른쪽의 보틀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너무 이질적이고 밋밋했던 탓인지 이 디자인은 별로 좋은 소리를 못 들었으며, 2016년 복각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다시 한 번 보틀이 변경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문서의 제일 상단에 게시된 사진이 바로 현행 보틀이다.
- 현재는 드람뷔 브랜드로 나오는 제품이 단 하나뿐이지만, 과거에는 15년 제품도 따로 있었다. 15년급 이상의 스페이사이드 싱글 몰트 위스키를 사용한 제품으로 리큐르보다는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에 더 가까운 편. 일반적인 드람뷔에 비해 매우 부드럽고 진한 향미를 가지고 있으며, 단맛이 상당히 적어서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에 더욱 좋았다고 한다. 이 15년 제품을 더 고급화한 The Royal Legacy of 1745도 전세계 2,250병 한정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가 사랑한 술로도 유명하다.
- 안톤버그 초콜릿으로도 나왔다.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단편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에서 친목 모임의 무리들에게 은따를 당하던 에드워드가 좋아하는 술이다. 상류층인 친목 모임의 사람들은 에드워드의 아내가 자신들과 어울리기에는 격이 떨어지는 사람이라 여겼는데 그녀와 결혼한 에드워드가 그녀를 두둔하자 에드워드를 은따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방법이 에드워드가 좋아하던 드람뷔를 그에게 계속 권해서 만취하게 하는 것. 결국 에드워드는 알콜 중독으로 직장에서도 잘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