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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831년에 발간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책.2. 특징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타고난 허영심에다가 수다스러움과 태생적인 부정직함까지 갖고 있다. 그들은 미처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말을 하고 또 자신들의 주장이 틀렸으며 자신들이 옳지 못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닫고서도 그것이 마치 반대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 한다. 나름대로 참된 명제를 제시할 때 유일한 동기가 되었던 진리에 대한 관심이 이제는 완전히 허영심에 대한 관심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만다. 즉 참된 것은 거짓으로 그리고 거짓된 것은 참된 것으로 보여야 하는 것이다. ⋯⋯ 이렇게 해서 우리는 논쟁에서 어쩔 수 없이 부정직한 태도를 취하게 되거나 혹은 적어도 쉽게 그러한 쪽으로 빠지게 된다. ⋯⋯ 그리하여 논쟁을 하는 사람은 대개의 경우 진리가 아니라 자신의 명제를 위하여, 이를테면 집과 아궁이를 위하여 싸운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때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한다. ⋯⋯ 그러므로 사람들은 누구나 대개의 경우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시키려고 한다. 비록 자신의 주장이 어느 순간 거짓되거나 미심쩍게 보일지라도 말이다. ⋯⋯ 그 결과 각 개인은 그 자신의 태생적인 논리학을 갖고 있듯이 자기만의 태생적인 토론술을 갖게 된다.[1] ⋯⋯ 이러한 의미에서 토론술은 논쟁에서 진실이 자기들 쪽에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자신들의 주장의 정당성을 옹호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터득하여 사용하는 요령들을 체계와 규칙의 형태로 모아서 서술한 것이다. ⋯⋯ 그러므로 우리의 의미로 학문적인 토론술은 '논쟁 시의 부정직한 요령들을 설정하여 그것들을 분석하는 것'을 주된 과제로 삼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실제의 논쟁에서 그러한 부정직한 요령들을 금방 알아차리고 그것들을 물리칠 수 있다. ⋯⋯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는 토론술을 서술함에 있어서 보편적인 진리 자체가 아니라 명백히 단지 논쟁에서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견지하는 법을 최종 목적으로 삼을 것이다.
주변을 다 둘러보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이러한 의미에서 이루어진 업적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 분야는 아직 전인미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소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경험으로부터 가져올 수밖에 없다. 즉 우리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자주 접하게 되는 논쟁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요령들이 논쟁의 당사자들에 의해서 사용되는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여러 가지 다른 형태들로 다시 반복되는 요령들을 일반화하고 또 그렇게 해서 몇 가지의 보편적인 요령들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이 요령들은 우리 자신이 직접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이 요령들을 사용하여 우리를 공격할 때 그것을 물리치는 데 긴요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예로 든 요령들은 이를 위한 첫 시도라고 할 수 있다.[2]
책의 서문인 '논쟁적 토론술이란 무엇인가' 중
주변을 다 둘러보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이러한 의미에서 이루어진 업적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 분야는 아직 전인미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소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경험으로부터 가져올 수밖에 없다. 즉 우리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자주 접하게 되는 논쟁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요령들이 논쟁의 당사자들에 의해서 사용되는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여러 가지 다른 형태들로 다시 반복되는 요령들을 일반화하고 또 그렇게 해서 몇 가지의 보편적인 요령들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이 요령들은 우리 자신이 직접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이 요령들을 사용하여 우리를 공격할 때 그것을 물리치는 데 긴요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예로 든 요령들은 이를 위한 첫 시도라고 할 수 있다.[2]
책의 서문인 '논쟁적 토론술이란 무엇인가' 중
쇼펜하우어가 죽은 뒤 남은 원고의 일부를 엮어 만든 책이다. 책 제목만 보고 논리학에 관련된 책으로 오해하는 이가 있지만 책 속에서 분명히 자신은 '토론술'을 위해 글을 썼다고 명시하고 있다.[3] 즉, 쇼펜하우어는 여기서 '논리학'과 '토론술'이 지금까진 동의어로 사용되기는 했지만, 자신은 그 둘을 다른 것으로 정의 내리고 있다. 총 38가지의 토론술을 언급하고 왜 이런 글을 썼는 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이 책은 구성되어 있다.
밑의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말이 토론술이지 정작 내용은 논리적 오류로 점철되어 있고. 심지어는 인신공격을 가하는 것도 토론의 한 방법이라는 식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렇게만 보면 토론에서 절대 못 써먹을 내용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쇼펜하우어는 이런 부분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쇼펜하우어는 책에서 대놓고 사람들은 자신들이 항상 옳다고 주장하는 속성을 천성적으로 타고났다는 견해를 보인다. 그래서 그는 이런 반칙이 토론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토론에서 자신이 논리적으로 옳은 주장을 할 때조차, 상대방이 이런 수단을 쓰는 경우를 대비해 이러한 것들을 정리하고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쇼펜하우어는 "논쟁에서는 대개의 경우 진실이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4]라는 주장을 하며, 이 때문에 토론에서 객관적인 진리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토론술은 논리학과는 별개로 취급되어야 함을 주장하며, "나는 토론술을 서술함에 있어서 보편적인 진리 자체가 아니라 명백히 단지 논쟁에서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견지하는 법을 최종 목적으로 삼을 것이다."라며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토론술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밝힌다. 그리고 이러한 토론술을 잘 연구해서 토론술을 잘 활용하고 상대방이 토론술을 사용할 때 그것을 물리칠 때도 활용해야 한다며, 토론술을 긍정적으로 보는 자신의 입장도 밝힌다.
사람들이 보통 내용과 책 제목만 보고 이런 얌체 같은 짓(?)을 쓰지 말라고 쓴 책인 줄 착각하지만, 이 글의 핵심은 쓰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토론술 자체에 대해 정의내리고 일반화시켜 보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이를 잘 활용해 보자는 내용인 것이다. 오히려 실제 토론에서 쓸만한 내용도 있다.
사실 이런 기법들이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분명 짜증 나기 때문에 원활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말로 이겨야 하는 토론[5]에서는 비장의 무기이자 방패로 사용하라는 쪽으로 이 글을 이해하는 것이 좋다. 또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피해야 할 상황이나 언행을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방법을 쓰는 사람보다 당하는 상대방의 레벨과 경험치가 압도적으로 높을 경우 역관광을 당하고 그 집단에서 미친놈 취급을 받을 수 있다. 건전한 논리와 근거로써 논쟁에 임하는 것이 최선이나, 부득이 쇼펜하우어의 방법을 써야 하는 경우에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한 뒤에 써야 한다.[6]
비슷한 내용의 책으로 '모든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있다. 저자는 매슨 피리.
2.1. 쇼펜하우어가 내세운 방법 38가지
- 확대 해석 하라
- 동음 동형 이의어를 사용하라[7]
- 상대방의 구체적인 주장을 절대화하고 보편화하라
- 당신의 결론을 상대방이 미리 예측하지 못하게 하라
- 거짓된 전제들을 사용하라
- 은폐된 순환 논증을 사용하라
- 질문 공세를 통해 상대방의 항복을 얻어 내라
-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어라
- 상대에게 중구난방식의 질문을 던져라
- 역발상으로 상대방의 의표를 찔러라
- 낱낱이 사실들에 대한 상대방의 시인을 보편적인 진리에 대한 시인으로 간주하라
- 자신의 주장을 펴는 데 유리한 비유를 재빨리 선택하라
- 상반되는 두 가지 명제를 동시에 제시하여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라
- 뻔뻔스런 태도를 취하라
- 안개 작전을 사용하라
- 상대의 견해를 역이용하라
- 미묘한 차이를 이용하여 방어하라
- 논쟁의 진행을 방해하고 논의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라
- 논쟁의 사안을 일반화하여 그 부분을 공격하라
- 서둘러 결론을 이끌어 내라
- 상대방의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서라
- 상대가 억지를 쓴다고 큰소리로 외쳐라
- 말싸움을 걸어 상대로 하여금 무리한 말을 하게 하라
- 거짓 추론과 왜곡을 통해 억지 결론을 끌어내라
- 반증 사례를 찾아서 단칼에 끝내라
- 상대방의 논거를 뒤집어라
- 상대가 화를 내면 바로 거기에 약점이 있는 것이다
- 상대방이 아니라 청중을 설득하라[8]
- 상대방에게 질 것 같으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라
- 이성이 아닌 권위에 호소하라
- 당신의 말은 형편없는 내 이해력을 넘어서는군요
- 상대방의 주장을 증오의 범주 속에 넣어라
- 그것은 이론상으로는 옳지만 실제로는 거짓이다
- 한번 걸려들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
- 동기를 통해 상대방의 의지에 호소하라
- 의미 없는 말들을 폭포수처럼 쏟아 내라
- 상대가 스스로 불리한 증거를 대면 그쪽을 공격하라
- 상대가 너무나 우월하면 인신공격을 감행하라[9]
[1]
쇼펜하우어 지음, 김재혁 옮김,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 제3판, 서울,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2020, p.126-129.
[2]
쇼펜하우어 지음, 김재혁 옮김, 앞의 책 p.146-148.
[3]
토론술이라는 말은 플라톤이 먼저 사용했다고 책에서 언급한다.
[4]
진리는 깊은 곳에 숨어 있다고 주장한
데모크리토스의 의견을 반영했다.
[5]
대선 토론이나 정책 토론, 회장 선거 같은 경우.
[6]
실제로 저자인 쇼펜하우어도 헤겔과의 논쟁에서 밀렸다.
[7]
갑: 소원 들어줄게.
을: (소원을 말한다.)
갑: (그냥 가버린다.)
을: 왜 그냥 가냐?
갑: 소원 들어 줬잖아.
이 대화와 맥락이 완벽히 같다. [8] 영화 'Thank You for Smoking'에서도 나왔던 토론 스킬이다. 말하자면 그냥 언플. 애초에 다른 신념을 가지고 탄생한 주장으로 반대편 토론자를 설득시키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9] 상대방이 너무 우월해서 논증법도 잘 알고 있다면 오히려 역공을 맞기 딱 좋다. '논증 비판은 하지도 못하고 괜히 인신공격이나 하는 무능한 사람'이라고 상대방이 청중들에게 말해버리면 내 신뢰성은 추락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 나오는 다른 방법들도 대부분 이렇다.
갑: 소원 들어줄게.
을: (소원을 말한다.)
갑: (그냥 가버린다.)
을: 왜 그냥 가냐?
갑: 소원 들어 줬잖아.
이 대화와 맥락이 완벽히 같다. [8] 영화 'Thank You for Smoking'에서도 나왔던 토론 스킬이다. 말하자면 그냥 언플. 애초에 다른 신념을 가지고 탄생한 주장으로 반대편 토론자를 설득시키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9] 상대방이 너무 우월해서 논증법도 잘 알고 있다면 오히려 역공을 맞기 딱 좋다. '논증 비판은 하지도 못하고 괜히 인신공격이나 하는 무능한 사람'이라고 상대방이 청중들에게 말해버리면 내 신뢰성은 추락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 나오는 다른 방법들도 대부분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