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테라피스트

“엄마는 항상 아파서 학교에 와 준 적도 별로 없잖아.”


지운의 일갈에 미라는 펄쩍 뛰며 뒷걸음질 쳤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부리나케 학교를 달려간 미라였다.
사고의 수위가 점점 세지면서 미라는 사고의 내막을 듣고 싶지 않아 귀를 틀어막고 학교 대신 정신과로 달려갔다.
자신의 아들이 창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타인을 괴롭힐 줄은 몰랐다.
미라는 비위가 약했다.


우연히 본 영화에서 사이코패스 아들을 둔 엄마가 공사장 앞에서
유모차에서 우는 아들을 버리고 올까 고민하던 심정을 백번 이해할 수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아들을 잃어버린 영선에게 지운을 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지. 언니야.


"너도 샌드위치 먹을래?"


영선이 물었다.
미라는 손가락을 까닥까닥하면 영선을 가까이 오라고 불렀다.
집 안으로 들어온 영선에게서 식은땀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방금 전까지 들러붙은 지운의 땀내였다.

---

<나의 테라피스트>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