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되는 사이 김이설 단편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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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한국소설 |
저자 | 김이설 |
출판사 | 우주라이크소설 |
출간 정보 | 2022.05.13 전자책 출간 |
분량 | 약 1.6만 자 |
독점 감상 |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4620000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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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작가 김이설이 2022년 5월 리디에서 발표한 단편소설.같은듯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가까운 사이에서 관용적 표현으로 쓰이는 '우리 사이'라는 문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2. 줄거리
성운이와 동거를 하는 걸 엄마는 알았다. 엄마가 안다는 건 아저씨도 안다는 뜻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다른 아저씨들과 달리 이번 아저씨는 제법 오래 같이 살고 있었으니 조금 더 각별한 사이일 수는 있었지만 그 각별함이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인지,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는 것인지에 대해선 나는 알 도리가 없었다.
나는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왕래가 없던 건 아니지만 엄마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나 만나는 먼 친척 같은 존재였다. 나를 키워준 외할머니가 노쇠해진 뒤에야 나는 어쩔 수 없이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 어쩔 수 없음 때문에 엄마와 나는 한동안 낯을 가려야 했다. 엄마는 애쓰는 사람이 아니었고, 나는 살가운 아이가 아니었다. 엄마는 그저 엄마의 역할을 했고, 나는 단지 딸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 사이에서 엄마와의 거리감을 좁혀주던 사람이 첫 번째 아저씨였다. 내가 중1 때부터 고2 때까지 엄마와 함께 살았던 첫 번째 아저씨는 엄마와 동갑이었고, 전 부인에게 나와 같은 딸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첫 번째 아저씨는 나와 친해지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사람이었다. 여름휴가에는 물가로,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봄에는 꽃놀이, 가을에는 단풍 보러 산에 가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 첫 번째 아저씨였다. 엄마 몰래 용돈을 쥐여주거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러 간 내가 늦었다고 데리러 나와 준 사람도, 좋아하는 SM 콘서트 표를 사준 것도, 내가 그저 보통의 평범한 아이와 다를 바 없다는 걸 알려준 사람도 첫 번째 아저씨였다. 4년을 함께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엄마와 싸운 적이 없는 아저씨기도 했다. 그러나 첫 번째 아저씨는 결국 전 부인에게 되돌아 가버렸다.
두 번째 아저씨는 별 기억이 없다. 내가 고3 때부터 대학교 2학년 초반까지 엄마와 지내던 남자였는데, 고3 때는 공부하느라 엄마의 남자에 관해서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엄마의 남자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세 번째 아저씨가 지금의 아저씨. 두 번째 아저씨와 헤어지고 얼마 안 되어서 같이 살기 시작했으니 어느새 7년째 동거 중이었다. 엄마보다 세 살 아래여서 내년이면 쉰여섯이 된다. 엄마가 쉰아홉이란 말인데, 내가 곧 서른이 되는 것보다 엄마가 예순 살이 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되는 사이> 본문 중에서
나는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왕래가 없던 건 아니지만 엄마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나 만나는 먼 친척 같은 존재였다. 나를 키워준 외할머니가 노쇠해진 뒤에야 나는 어쩔 수 없이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 어쩔 수 없음 때문에 엄마와 나는 한동안 낯을 가려야 했다. 엄마는 애쓰는 사람이 아니었고, 나는 살가운 아이가 아니었다. 엄마는 그저 엄마의 역할을 했고, 나는 단지 딸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 사이에서 엄마와의 거리감을 좁혀주던 사람이 첫 번째 아저씨였다. 내가 중1 때부터 고2 때까지 엄마와 함께 살았던 첫 번째 아저씨는 엄마와 동갑이었고, 전 부인에게 나와 같은 딸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첫 번째 아저씨는 나와 친해지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사람이었다. 여름휴가에는 물가로,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봄에는 꽃놀이, 가을에는 단풍 보러 산에 가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 첫 번째 아저씨였다. 엄마 몰래 용돈을 쥐여주거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러 간 내가 늦었다고 데리러 나와 준 사람도, 좋아하는 SM 콘서트 표를 사준 것도, 내가 그저 보통의 평범한 아이와 다를 바 없다는 걸 알려준 사람도 첫 번째 아저씨였다. 4년을 함께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엄마와 싸운 적이 없는 아저씨기도 했다. 그러나 첫 번째 아저씨는 결국 전 부인에게 되돌아 가버렸다.
두 번째 아저씨는 별 기억이 없다. 내가 고3 때부터 대학교 2학년 초반까지 엄마와 지내던 남자였는데, 고3 때는 공부하느라 엄마의 남자에 관해서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엄마의 남자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세 번째 아저씨가 지금의 아저씨. 두 번째 아저씨와 헤어지고 얼마 안 되어서 같이 살기 시작했으니 어느새 7년째 동거 중이었다. 엄마보다 세 살 아래여서 내년이면 쉰여섯이 된다. 엄마가 쉰아홉이란 말인데, 내가 곧 서른이 되는 것보다 엄마가 예순 살이 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되는 사이>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