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7-03 07:56:31

귄터 벤트

파일:Guenter_Wendt.jpg

Günter F. Wendt
출생 : 1923년 8월 28일 독일 베를린
사망 : 2010년 5월 3일 미국 플로리다주 메릿 아일랜드
1. 개요2. 주요 일생3. 그 밖의 일화4. 대중매체에서

1. 개요

독일 출신의 미국 항공우주 엔지니어. 아폴로 계획으로 대표되는 우주탐사의 황금기에 발사대 지휘관(Pad Leader)으로 승무원들의 안전을 책임졌다. "발사대 총통"(der Führer of der Launch Pad) 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이 인물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으나, 서구에서 우주개발/탐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귄터 벤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2. 주요 일생

1923년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였고,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제국공군(루프트바페)에서 항공기관사로 복무했다.[1] 종전 후 독일에는 엔지니어를 위한 일자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미국으로 건너와서 자리를 잡게 된다.[2] 맥도넬[3] 사에 엔지니어로 취업할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아직 미국 시민권이 없었고 독일 국적이었기 때문에 일단은 입사가 불발되었으며, 트럭 정비사 등의 일을 했다고 전해진다. 1955년이 되어서야 귄터 벤트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었고 바로 맥도넬 사에 입사하게 된다.

맥도넬이 NASA 머큐리 계획 제미니 계획에 참여하게 되면서, 귄터 벤트는 우주로켓 발사대의 최종 준비를 담당하는 보직에서 일하게 된다. 그의 일생을 상징하는 발사대 지휘관(Pad Leader)으로서의 경력이 시작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당시 귄터 벤트는 어디까지나 맥도넬 소속 엔지니어였으며, NASA와의 하청 계약관계에 따라 그 일을 담당했다. 즉 NASA 소속의 정식 직원은 아니었던 셈이다.
파일:Wendt-and-Glenn-credit-NASA.jpg
프렌드십 7호 발사를 준비하며 우주비행사 존 글렌에게 장난을 치는 귄터 벤트(오른쪽 인물)[4]그렇게 보이기 힘들지만 존 글렌이 무려 2살 형이다...

그와 그의 팀의 임무는 발사대에서 우주선과 연결된 공간(White Room)에서 발사 직전까지 종합적인 점검을 수행하고, 도착한 우주비행사들을 맞이하고, 그들을 우주선에 탑승시킨 뒤 안전벨트까지 모두 매어주고[5] 모든 장치들의 안전 및 이상 없음을 확인한 뒤 우주선 해치를 폐쇄하는 일이었다. 즉 머큐리, 제미니, 그리고 아폴로 계획의 시대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지상을 떠나기 전 우주선 해치를 통해 마지막으로 보는 사람은 귄터 벤트였다.

제미니 계획이 종료된 후 NASA 아폴로 계획의 발사대 제어와 관제 업무를 맥도넬 항공사에서 노스아메리칸 항공사로 변경하여 계약하였다. 이 때문에 귄터 벤트는 아폴로 계획 초기에는 발사대 지휘관 업무에서 잠깐 떠나 있었다. 이 말은 다시 말하자면 아폴로 1호의 화재 참사에서 귄터 벤트는 그 사고현장에 없었다는 뜻이 된다. 사고 이후 많은 사람들은 "혹시 귄터 벤트가 그때 발사대 지휘관으로서 거기에 있었다면 사고를 막을수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나 아폴로 계획 문서에도 있지만 아폴로 1호 참사는 워낙이 급작스레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귄터 벤트가 있었더라도 사고를 방지하지는 못했을 것이며, 그 스스로도 이를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러한 일들이 있은 이후, 아폴로 계획에서 최초의 유인우주비행이었던 아폴로 7호 미션에서 사령관 월리 시라는 NASA 상부에 귄터 벤트를 다시 발사대 지휘관으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의 큰 형님 디크 슬레이튼까지 나선 끝에, 발사대 제어/관제를 담당하는 노스아메리칸 항공사가 귄터 벤트를 고용하는 형식으로 발사대 지휘관으로 복귀하게 된다. 그가 NASA 우주비행사들에게 얼마나 큰 신뢰를 받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6]

이 후로 귄터 벤트는 아폴로 7호를 시작으로 아폴로 11호는 물론이고 그 외의 아폴로 계획의 모든 유인 미션, 그 이후의 스카이랩과 아폴로-소유즈 미션에서도 발사대 지휘관으로 계속 일했으며, 그의 경력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의 우주왕복선 초기 미션에까지 이어진다. 머큐리 계획에서부터 우주개발 역사에 등장하던 사람이 비교적 최근인 1989년에 은퇴했으니 NASA 우주개발의 한 시대를 풍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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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1호 발사 직전, 화이트룸에서 닐 암스트롱과 대화하는 귄터 벤트(맨 오른쪽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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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3호 우주비행사 탑승을 지휘하는 귄터 벤트(노란색 작업모)[7]

그는 은퇴 이후에도 자서전 "The Unbroken Chain"을 집필하고, HBO가 제작한 그 유명한 12부작 미니시리즈 지구에서 달까지에도 컨설턴트로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였으며, 2010년 5월 3일에 향년 85세로 심부전과 뇌졸중으로 운명하였다.

3. 그 밖의 일화

일에 있어서 무서울 정도의 엄격함과 꼼꼼함, 그리고 유머러스함과 친근함이 겸비된 매우 흥미로운 사람이다. NASA를 비롯한 여러 우주개발 관련 기관이나 학계의 인터넷 페이지, 그리고 우주비행사들의 회고 등에서 빈번하게 등장한다.

독일 출신이라는 점, 독일어 억양의 영어를 쓰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발사대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엄격한 업무 태도 때문에 우주비행사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발사대 총통"(der Führer of der Launch Pad) 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에게 발사대 총통이라는 별명을 최초로 붙인 사람은 다른 아닌 존 글렌이었다고 한다.

발사대 화이트룸에서 그의 권한과 책임은 막강했는데, "발사대에서 그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만질수 없다"라는 말이 이를 상징한다. 아폴로 계획 중에, 한번은 어떤 엔지니어가 화이트 룸에 와서 귄터 벤트의 허락 없이 장비 설정을 변경하려고 했다. 귄터 벤트는 긴말하지 않고 NASA 보안요원을 불러 그 엔지니어를 끌어냈다고 한다. 귄터 벤트의 명령을 들은 보안요원은 그 엔지니어에게 "수갑차고 가겠습니까 아니면 좋은 말 할때 혼자 가겠습니까?"라고 물어봤다고 하니 발사대에서의 귄터 벤트의 위상이 얼마나 막강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

귄터 벤트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편협하다는 말을 들을 이유가 없지요. 제 방식대로 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걸요." 역시 총통

아폴로 7호가 이륙하는 중에 우주비행사 돈 아이즐리는 "I vonder vere Guenter Wendt!" 라는 NASA 역사상 전대미문의 개드립을 쳤다(...)[8][9]

아폴로 12호의 사령관이었던 피트 콘래드는 다음과 같은 위트있는 말로 귄터 벤트의 막강함을 설명했다.
"귄터와 친해지는건 매우 쉬워요. 그의 말에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이러한 엄격함과는 별개로 인간적인 친화력 또한 대단해서, 그를 싫어하는 우주비행사는 전혀 없었다. 사실 그가 발사대에서 우주비행사들에게 장난을 치거나 했던 것은 발사 직전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우주비행사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의도적인 것이었으며, 우주비행사들 또한 이를 잘 알았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NASA의 우주비행사들에게 행운의 인물로 받아들여졌다. 우주선 발사 직전 해치를 통해 보이는 귄터 벤터의 웃음띈 얼굴은 안전과 행운을 상징하는 것이었다.[10]

제미니 계획 아폴로 계획이 진행되는 동안 우주비행사들은 발사 직전에 행운과 무사 귀환을 비는 의미에서 귄터 벤트에게 유머러스한 선물(일명 'joke gift')을 하는 것이 관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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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니 9A호 사령관 토머스 스태퍼드가 로켓 꽁무니에 불을 잘 붙여달라는 의미로 귄터 벤트에게 거대한 성냥 모형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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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니 10호 사령관 존 영이 로켓 정비를 잘해달라는 의미로 귄터 벤트에게 플라이어 모형을 선물했다.

NASA의 우주개발사에서 워낙 핵심적인 포스트에서 일했기에, 그의 모습은 NASA 우주개발을 담은 각종 영상과 사진에 매우 많이 남아있다. 늘상 하얀 작업복과 모자, 뿔테 안경, 그리고 이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 나비넥타이를 매고 일을 했기 때문에 그의 모습은 서구의 우주덕들에게 일종의 밈이 되어 있다. KSP에도 그를 모델로 한 캐릭터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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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벤트의 캐리커쳐

간지나는 명언 또한 많이 남겼는데,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귀담아들을만 하다. #
"상자 밖에서 생각하라"(think outside the box.)
"일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never take things for granted.)

NASA의 공로상, 실버 스누피 상[11] 그 외에 여러 단체에서 수여하는 공로상을 수상했다.

2009년 발견된 소행성 429033은 그의 업적을 기려 "Günterwendt"로 명명되었다. #

4. 대중매체에서

미국 NASA의 우주개발을 묘사한 영상매체에서 그냥 당연하게 등장한다고 보면 된다.

미니시리즈 지구에서 달까지 3화에서 그의 역할이 비중있게 묘사된다. 사실상 귄터 벤트를 위한 헌정편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기자가 인터뷰하러 찾아와서 "사람들이 당신을 발사대 총통이라고 부르던데요 ㅋㅋ" 하는 장면도 묘사되어 있다.

영화 아폴로 13에서도 발사대에서 승무원들을 맞이하고, 사령선에 탑승시키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짐 러블 역의 톰 행크스가 탑승 최종준비를 하면서 "I vonder vere Guenter Wendt" 드립을 치는 장면도 나온다.

영화 퍼스트맨에서도 닐 암스트롱이 제미니 8호 탑승장면과 아폴로 11호 탑승장면에 잠깐이지만 당연히 등장한다. 화이트룸에서 승무원 탑승을 돕는 뿔테안경과 나비넥타이 차림의 인물이다. 제미니 8호 발사장면에서 해치를 폐쇄한뒤 작별 인사를 건네는 인물, 그리고 아폴로 11호 탑승장면에서 노란색 작업모를 쓰고 닐 암스트롱을 비롯한 승무원들을 맞이하는 인물이 귄터 벤트이다.[12]


[1] 일설에는 v2 로켓 개발에 종사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영미권의 귄터 벤트 관련 문서들에는 V2 개발에 참여했다는 일화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는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2]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두뇌를 유치하기 위한 페이퍼클립 작전의 직접적인 대상은 아니었다. [3] 뒤에 더글러스 항공사와 합병하여 우리가 아는 맥도넬 더글라스 사가 된다. [4] 귄터 벤트의 작업복 등을 보면 맥도넬(McDonnell)이라고 쓰여있는게 보인다. [5] 서구에서는 귄터 벤트가 "우주비행사들의 안전벨트를 마지막으로 묶어주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널리 퍼져 있다. 이에 대해 귄터 벤트는 한 인터뷰에서 "승무원의 벨트를 묶어주는 건 정확히는 내 부하의 일이다" 라고 말한적이 있다(...) [6] 바꿔 말하면, 아폴로 계획 단계에서도 귄터 벤트는 NASA 소속의 직원은 아니었으며, 어디까지나 공식적으로는 노스아메리칸 항공사 소속이었다. [7] 정면에 보이는 우주비행사는 아폴로 13호 달착륙선 조종사인 프레드 헤이즈이다. [8] 독일어에서는 W V 발음이 난다는 것을 이용해 한 농담인데, 의역하자면 "(방금 전까지 내 옆에 있던) 귄터 벤트 어디 갔어!!" 혹은 "귄터 벤트가 옆에 없어서 불안하다!!" 라는 뜻이다. 우주로 발사되고 있는데 귄터 벤트가 옆에 있을리가(...) 실제로 아무리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독일인이라도 W 발음에서 대번에 티가 난다. [9] 이 일화는 영화 아폴로 13에서 톰 행크스가 연기한 짐 러블이 발사 준비과정에서 말하는 것으로 다시 등장한다. [10]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될수도 있지만, 귄터 벤트 휘하에서는 NASA의 유인 우주비행 미션에서 단 한건의 인명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전술했다시피 아폴로 1호 사고때는 그가 자리에 없었으며, 그가 태워서 올려보낸 아폴로 13호 우주비행사들은 천신만고를 겪긴 했지만 어찌됐든 살아서 돌아왔다. 그 외에 머큐리, 제미니, 아폴로 계획에서 아무런 인명피해가 없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 폭발사고는 그가 발사대 지휘관 업무를 내려놓은 이후에 발생했다. 이러니 NASA 우주비행사들과 관계자들이 귄터 벤트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긴것도 무리는 아니다(...) [11] 우주비행의 안전 및 임무 성공에 대해 NASA가 수여하는 상. 공식적으로는 우주비행사가 해당 개인에게 수여하는 형식으로 시상된다. NASA 내에서 매우 영광스러운 표창으로 받아들여진다. [12] 위 문단의 사진을 보면 아폴로 11호 발사 당시에 귄터 벤트는 발사대 지휘관 자격으로 혼자서 옅은 노란색 작업모를 쓰고 있는데, 퍼스트맨 에서도 이 장면이 제대로 고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