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12 02:48:22

건축무한육면각체

1. 개요2. 시 목록
2.1. AU MAGASIN DE NOUVEAUTES2.2. 열하약도 No.2(미정고)2.3. 진단 0 : 12.4. 22년2.5. 출판법2.6. 且8씨의출발2.7. 대낮 ─어떤ESQUI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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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건축무한육면각체(建築無限六面角體)는 1932년 발표한 이상의 연작시다. 원래 일본어로 쓰인 작품이다. 일본어 원문은 링크 참조. '이상(李箱)’이라는 필명을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에 삼차각설계도와 함께 이 시를 과학적으로 해석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1 #2 논문 소개 영상

이 시를 소재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라는 소설이 나온 바 있으나 소설의 작가는 이상이 아니다. 소설과 동명의 영화도 있다.

2. 시 목록

아래는 시집에 수록된 전체 시 목록이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교수의 저서 이상전집 참조. 자세히 보면 위 시와 다른 부분들이 보인다.

2.1. AU MAGASIN DE NOUVEAUTES[1]

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
사각이난원운동의사각이난원운동의사각이난원.
비누가통과하는혈관의비눗내를투시하는사람.
지구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의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
거세된양말.(그여인의이름은워어즈였다)
빈혈면포. 당신의얼굴빛깔도참새다리같습네다.
평행사변형대각선방향을추진하는막대한중량.
마르세이유의봄을해람한코티의향수가맞이한동양의가을.
쾌청의하늘에붕유하는Z백호. 회충양약이라고씌어져있다.
옥상정원. 원후를흉내내이고있는마드무아젤.
만곡된직선을직선으로질주하는낙체공식.
시계문자반에Ⅻ에내리워진두개의젖은황혼.
도아의내부의도아의내부의조롱의내부의카나리아의내부의감살문호의내부의인사.
식당의문간에방금도착한자웅과같은붕우가헤어진다.
검정잉크가엎질러진각설탕이삼륜차에실린다.
명함을짓밟는군용장화.가구를질구하는조화금련.
위에서내려오고밑에서올라가고위에서내려오고밑에서올라간사람은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사람.
저여자의하반은저남자의상반에흡사하다.(나는애처로운해후에애처로워하는나)
사각이난케─스가걷기시작한다.(소름이끼치는일이다)
라지에─터의근방에서승천하는굳빠이.
바깥은비. 발광어류의군집이동.
建築無限六面角體

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
사각이난원운동의사각이난원운동의사각이난원
비누가통과하는혈관의비눗내를투시하는사람
지구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의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
거세된양말(그여인의이름은워어즈였다)
빈혈면포,당신의얼굴빛깔도참새다리같습네다
평행사변형대각선방향을추진하는막대한중량
마르세이유의봄을해람한코티의향수의맞이한동양의가을
쾌청의공중에붕유하는Z백호.회충양약이라고씌어져있다
옥상정원.원후를흉내내이고있는마드모아젤
만곡된직선을직선으로질주하는낙체공식
시계문자반에Ⅻ에내리워진일개의침수된황혼
도어-의내부의도어-의내부의조롱의내부의카나리아의내부의감살문호의내부의인사
식당의문깐에방금도달한자웅과같은붕우가헤어진다
파랑잉크가엎질러진각설탕이삼륜차에적하(積荷)된다
명함을짓밟는군용장화.가구를질구하는조화분연
위에서내려오고밑에서올라가고위에서내려오고밑에서올라간사람은
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사람
저여자의하반은저남자의상반에흡사하다(나는애련한후에애련하는나)
사각이난케이스가걷기시작이다(소름이끼치는일이다)
라지에터의근방에서승천하는굳바이
바깥은우중.발광어류의군집이동

한국 다다이즘, 아방가르드 시의 대표작으로 자동기술법으로 쓴 시. 백화점의 구조를 묘사하는 듯한 표현이 보이며 특히 일제강점기에 시대의 첨단이었던 에스컬레이터 미츠코시 백화점 본점에서 보고 지은 것이라는 설이 있다.

파일:external/static.panoramio.com/44075830.jpg

실제로 동경에 위치한 미츠코시 백화점 니혼바시 본점은 본 시에서 묘사하는 바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가졌으며 일본 최초의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스프링클러 설치 건물로 1914년 개관, 1935년 증축되어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는 건물이다. 건물 내부는 때에 따라 리모델링이 되지만 중앙 부분은 아직도 위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이 근처에서 천장을 바라보면 정말로'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미츠코시 본점은 지금도 본관 부지가 사각형인데 그 내부도 사각형이고 중앙부(2019년 현재 안내데스크)도 사각형, 그 중앙부의 천장도 사각형, 심지어 천장의 유리창마저 사각형이다. 더불어 위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5층까지 사각형이 뚫린 구조다. 이를 반영한 것인지 시 1행에서 '사각형'이라는 표현이 정확히 5번 반복된다. 이 점을 감안하면 이 시는 이상이 미쓰코시 백화점 내부에 대한 인상을 그대로 투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설을 그대로 적용하면 시간적 배경(어느 가을 날), 공간적 배경(미츠코시 백화점)을 유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 미쓰코시 백화점에 설치된 시설(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라디에이터 등), 백화점에서 팔던 물품(스타킹, 코티 향수 등), 그리고 그 주변에서 일어나던 일까지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이상의 시 중에서는 해석이 쉬운 편이며 이미 2017년에 권영민 교수가 속설을 이용해 시를 구체적으로 해석한 바 있다. 이후 소소하게 다른 해석이 나오고는 있지만 큰 틀에서는 '어느 가을 날 미쓰코시 백화점을 방문했던 이상의 기록'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다.
  • 사각이난원운동의사각이난원운동의사각이난원, 사각이난케이스, 평행사변형대각선방향을추진하는막대한중량
    각각 회전문,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를 의미한다.
  • 마르세이유의봄을해람한코티의향수의맞이한동양의가을, 쾌청의공중에붕유하는Z백호,회충양약이라고씌어져있다 시계문자반에Ⅻ에내리워진일개의침수된황혼, 바깥은우중
    시간적 배경은 어느 가을 날로, 더불어 낮에는 맑았다가 해가 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Z백호(Z伯號)는 비행선인 그라프 체펠린( 체펠린 백작)호를 일본식으로 줄여 부르는 말이다. 그라프 체펠린 LZ 127호는 이 시가 발표되기 불과 몇 해 전인 1929년 세계일주 비행을 하면서 중간 기착지로 동경에 들러서 대단한 환영을 받았는데( 참조) 당시 조선에서도 크게 보도되었다. 물론 잠깐 들러가던 독일 비행선이 일본의 회충약 광고를 달고 있었을 리는 없으니 Z백호(Z伯號)의 '회충양약' 광고를 언급하는 부분은 애드벌룬의 광고와 계류된 비행선의 이미지를 몽타주 했거나 당시 비행선 사진을 이용한 회충약 광고가 지면에 실렸던 것을 인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기에 코티(Coty)라는 이름의 향수도 언급되는데 이 회사는 1904년에 프랑스에서 설립된 회사로, 지금도 버버리, 캘빈 클라인, 구찌 등의 향수를 제조하고 있다. ( 홈페이지)
  • 비누가통과하는혈관의비눗내를투시하는사람, 지구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의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 거세된양말(그여인의이름은워어즈였다), 빈혈면포
    각각 형광등, 지구본, 스타킹을 가리킨다. 더불어 스타킹의 브랜드명은 '워어즈'. 굳이 '거세된양말'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무발 스타킹으로 보인다. 거기에 빈혈면포까지 언급되어 있으니 하얀 스타킹도 있는 듯하다. 워낙 취급하는 종류가 많다 보니 워어즈에서 온갖 스타킹을 팔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지구본은 오티스 엘리베이터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당시 오티스의 로고가 지구본 모양을 본땄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서 다시 보면 '비누가통과하는혈관의비눗내를투시하는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백화점의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 #)
  • 만곡된직선을직선으로질주하는낙체공식, 식당의문깐에방금도달한자웅과같은붕우가헤어진다 ~ 발광어류의군집이동
    미쓰코시 백화점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작가의 시점으로 바라본 것. '직선'은 작가의 시선을, '낙체공식'은 옥상에서 밑을 바라보는 시선을 의미한다. 커플로 보이는 둘이 헤어지고, 파랑(또는 검정) 박스가 삼륜차에 쌓이는 것도 보이고 명함(또는 전단지)을 밟는 군인도 언급된다. 에스컬레이터를 오르고 내려가면서 여자의 하체와 남자의 상체를 겹쳐 보기도 하고 전조등을 켜놓은 채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을 발광(發光) 어류의 군집이동에 비유하는 등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라디에이터가 엘리베이터 옆에 놓여 있던 것도 확인이 가능하다.

미쓰코시 본점이 아니라 경성 지점을 보고 시를 썼다는 설도 있었다. 당연히 조선의 경성에도 미쓰코시 백화점이 있었다.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본점인 명동점이 바로 미쓰코시 백화점 경성 지점이었다.[2] 그러나 당시 경성 지점에는 에스컬레이터까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다 결정적으로 백화점 부지가 직사각형이 아니기 때문에 이 속설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 시 때문에 구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건물인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물을 이상이 설계한 것이 아닐까 하는 괴담이 있다고 한다. ㅁ자에 중앙정원이 있는 건물인데 고문수사관들이 고문당하는 사람의 눈을 가리고 건물을 몇 바퀴만 돌면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꽤 그럴듯한 게, 왜 그런지 미술원 학생들도 가끔씩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고 헤맨다고 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인문대 건물도 그 구조가 상당히 괴악하여 이상이 설계했다는 풍문이 나돌았는데 설계자는 이상이 아니라 이상의 친구였다고 한다.

2021년 9월에는 90년만에 물리학도가 이 시의 비밀을 풀었다는 기사가 나오긴 했지만 앞서 언급했듯 미츠코시 본점을 가 봤다면 단박에 알 수 있는지라 그저 기자의 호들갑에 불과하다. 실제로 풀린 시는 이상의 다른 작품인 <삼차각 설계도>이며 이 시와 관련해서 드러난 비밀은 '사각형의내부의~'에서 나타난 투상도법뿐이다. 기사에서는 마치 상대성 이론을 사용해 무슨 정교한 수학적 퍼즐이라도 푼 것처럼 표현했으나 논문 내용을 살펴보면 이상이 상대성 이론에 영감을 받아 자신의 문학 세계를 4차원적으로 확장했다는 내용에 가깝다. 상대성 이론은 이상이 성인이 되기 전에 발표되었으며 스스로가 공학도였으므로 시간상으론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논문 내용에서도 이상이 당시 상대성 이론에 대한 인지가 있었음을 충실히 증명하고 있다.

2.2. 열하약도 No.2(미정고)

1931년의풍운을적적하게말하고있는탱크가한신의대무에적갈색으로녹슬어있다.
객석의기둥의내부. (실험용알콜램프가등불노릇을하고있다)
벨이울린다.
아해가삼십년전에사망한온천의재분출을보도한다.

이상이 1937년에 요절했고 바로 다음 시가 <진단 0 : 1>인 점을 감안하면 이 시는 각혈로 고생하던 이상의 건강상태를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1931년 당시에 이미 폐결핵 증상을 앓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음 시에서 바로 폐결핵 진단을 받았지만 1933년이 되어서야 건축 기사 일을 그만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사이에 폐결핵이 악화된 건 말할 것도 없고 이후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으니 폐병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2.3. 진단 0 : 1

어떤환자의용태에관한문제
1234567890ㆍ
123456789ㆍ0
12345678ㆍ90
1234567ㆍ890
123456ㆍ7890
12345ㆍ67890
1234ㆍ567890
123ㆍ4567890
12ㆍ34567890
1ㆍ234567890
ㆍ1234567890
진단 0 : 1
2 6ㆍ1 0ㆍ1 9 3 1
이상 책임의사 이상

눈치챘겠지만 오감도 시제4호와 상당히 비슷하다. 이상이 후에 이 시의 숫자를 뒤집고 '어떤'을 빼고 0 : 1을 0ㆍ1로 바꿔 오감도에 재수록했다. 해석도 오감도 시제4호와 비슷하니 그 쪽을 참고하면 좋다.

2.4. 22년

전후좌우를제한유일한흔적에있어서
익단불서 목대부도
반왜소형의신의안전에서내가낙상한고사가있다
파일:attachment/건축무한육면각체/詩第五號.jpg
(장부 그것은침수된축사와다를것인가)

역시나 오감도 시제5호와 유사하며 주된 해석 역시 해당 시와 유사하다. 차이점은 익은불서 목대부도(翼殷不逝 目大不覩).[3][4]

권영민 교수는 22년이 아닌 二十二年라는 한자에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해석하였다. 실제로 이상은 22뿐만 아니라 23(二十三), 33(三十三)도 성교를 은유하는 모양으로 생전에 자주 썼다. 한자 十의 발음이 십 이라는 점에서 의 가차로 사용되는 전례가 있고 현대 시각으로 보면 十자가 더하기(+) 기호와 유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싸해 보이기도 한다.

2.5. 출판법

I

허위고발이라는죄목이나에게사형을언도했다. 자태를감춘증기속에서몸을가누고나는아스팔트가마를비예하였다.
직에관한전고한구절
기부양양 기자직지
나는안다는것을알아가고있었던까닭에알수없었던나에대한집행이한창일때나는다시금세로운것을알아야만했다.
나는새하얗게드러난골편을주워모으기시작했다.
'거죽과살은나중에라도붙을것이다'
말라떨어진고혈에대해나는단념하지아니하면아니되었다.
II 어느경찰탐정의비밀신문실에서

혐의자로검거된남자가지도의인쇄된분뇨를배설하고다시금그걸삼킨것에대해경찰탐정은아는바가하나도있지않다. 발각될리없는급수성소화작용 사람들은이것이야말로요술이라고말할 것이다.
'너는광부에다름이없다'
참고로부언하면남자의근육의단면은흑요석처럼빛나고있었다고한다.
III 호외

자석수축하기시작하다
원인극히불문명하나대외경제파탄으로인한탈옥사건에관련되는바가크다고보임. 사계의요인들이머리를맞대고비밀리에연구조사중.
개방된시험관의열쇠는내손바닥에전등형의운하를굴착하고있다. 곧이어여과된고혈같은강물이왕양하게흘러들어왔다.
IV

낙엽이창호를삼투하여내정장의자개단추를엄호한다.
암살
지형명세작업이아직도완료되지않은이궁벽한땅에불가사의한우체교통이벌써시행되었다. 나는불안을절망했다.
일력의반역적으로나는방향을잃었다. 내눈동자는냉각된액체를잘게잘라내며낙엽의분망을열심히방조하는수밖에없었다.
(나의원후류에의진화)

2.6. 且8씨의출발

균열이생긴장가이녕의땅에한대의곤봉을꽂음.
한대는한대대로커짐.
수목이자라남.
,이상 꽂는것과자라나는것과의원만한융합을가르침.,
사막에성한한대의산호나무곁에서돼지같은사람이생매장당하는일을당하는일은없고쓸쓸하게생매장하는것에의하여자살한다.
만월은비행기보다신선하게공기속을추진하는것의신선이란산호나무의음울함을더이상으로증대하는것의이전의일이다.
윤부전지 ,전개된지구의를앞에두고서의설문일제.,
곤봉은사람에게지면을떠나는아크로바티를가르치는데사람은해득하는것은불가능인가.
지구를굴착하라.
동시에
생리작용이가져오는상식을포기하라.
열심으로질주하고 또 열심으로질주하고 또 열심으로질주하고 또 열심으로질주하는 사람 은 열심으로질주하는 일들을정지한다.
사막보다도정밀한절망은사람을불러세우는무표정한표정의 무지한한대의산호나무의사람의발경의배방인전방에상대하는자말적인공구때문이지만사람의절망은정밀한것을유지하는성격이다.
지구를 굴착하라
동시에
사람의숙명적발광은곤봉을내어미는것이어라#
\*사실차8씨는자발적으로발광하였다. 그리하여어느덧차8씨의온실에는은화식물이꽃을피우고있었다. 눈물에젖은감광지가태양에마주쳐서는히스므레하게빛을내었다.

<차(且)8씨의 출발>은 [차(且)]자로써 남성의 페니스를, [8]자로써 남성의 고환을 상형문자화함으로써 성행위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널리 퍼졌지만 이 설은 사실이 아니며 도리어 정확한 해석에 방해만 된다. 차(且)에 팔(八)자를 밑에 붙여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서양화가 구본웅의 성씨인 구(具)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제목의 본래 뜻은 '구본웅의 출발'이지 결코 음란마귀와 관련된 것이 아니다.

구본웅이 서양화를 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곤봉'과 '땅'은 각각 붓과 캔버스를 비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땅과 캔버스를 동일하게 놓고 보는 일은 동양화, 특히 조선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었지만 서양화는 이젤을 놓고 거기에 그림을 세워 그리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캔버스를 땅에 비유하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나아가 이 시는 서양화를 열성적으로, 가끔은 발광(發狂)적으로 그리던 구본웅의 모습을 이상의 관점에서 관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위의 해석과 결합해서 생각해 보면 '지구를굴착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중간중간에 이상이 구본웅을 가르치려 했던(…) 것도 엿볼 수 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은 <꽃>(1930년)으로 추정되는데 실제로 이 작품은 흰 꽃들이 그림의 주를 이룬다.

2.7. 대낮 ─어떤ESQUISSE─

ELEVATER FOR AMERICA

세마리의닭은사문석의계단이다. 룸펜과모포.

삘딩이토해내는신문배달부의무리. 도시계획의암시.

둘째번의정오싸이렌.

비누거품에씻기우는닭. 개아미집에모여서콘크리트를먹고있다.

남자를반나하는석두.
남자는석두를백정을싫어하듯싫어한다.

얼룩고양이와같은꼴을하고서태양군의틈사구니를쏘다니는시인. 꼭끼요─.
순간 자기와 같은태양이다시또한개솟아올랐다.


[1] 프랑스어로 직역하면 '신상품의 가게에서'라는 뜻으로 Magasin de Nouveautés는 옛 프랑스어로 백화점을 뜻한다고 한다. 현대 프랑스어로는 grand magasin이다. 어떤 평론 혹은 기사에서는 '마가쟁 드 누보테'가 실존하던 가게 이름이라고도 하지만 정확한 사실 여부는 불명. [2] 8.15 광복 이병철( 삼성 창업주이자 이건희의 부친)이 명동 미쓰코시 백화점을 미군에게 적산불하받아 신세계백화점으로 이름을 바꿨다. [3] 이 구절은 <장자>에서 유래했으며 뜻은 '큰 날개를 갖고도 날지 못하고, 큰 눈을 갖고도 보지 못한다'. [4] 이 시에서 '익단불서'라고 쓴 대목은 은(殷)을 비슷하게 생긴 한자 단(段)으로 오독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