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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볼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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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3. 사례
길르앗 군은 에브라임 지역의 요르단 강 나루를 차지하고 에브라임 사람이 도망치다가 건네달라고 하면, 에브라임 사람이냐고 묻고 아니라고 하면 십볼렛(Shibboleth)이라고 말해 보라고 하고 그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싑볼렛(Sibboleth)이라고 하면 잡아서 그 요르단 강 나루턱에서 죽였다. 이렇게 하여 그 때 죽은 에브라임 사람의 수는 사만 이천이나 되었다.
판관기(사사기) 12장 5~6절, 공동번역성서[1]

1. 개요

십볼렛(Shibboleth, שִׁבֹּלֶת‎)은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 또는 외부인을 구별해 내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나 문구를 의미한다. 주로 식별에 쓰이는 단어에 대해 단어를 정한 집단(원어민 등)과 그렇지 않은 집단(외국인 등)이 말할 때 생기는 발음과 억양의 차이를 이용해 구별해낸다.

외래어 표기법에 의하면 shi[ʃi]이든 si[si]이든 무조건 [ʃi]에 더 가까운 '시[ɕi]'로 적게 되어 있어 문서 제목을 '십볼렛'으로 했지만 이 문서에서는 [ʃi]와 [si]를 똑같이 '시'로 표기하면 한국어 화자들은 이해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이를 구분하기 위해 이 문서만 예외적으로 shi[ʃi]를 '시'로 표시하고 구개음화되지 않은 [si]를 '싀'로 적는다. 개역한글판에서는 shi[ʃi]를 '시'로, [si]를 '씨'로 적어 '십볼렛'과 '씹볼렛'으로 구별했다. 비격식적 한글 표기에서는 [ʃ]를 적을 때 원순성을 넣어 '쉬'로 적는 경향이 있으므로 '쉽볼렛'이라고도 하며, 개역개정판, 표준새번역, 공동번역에서도 이렇게 쓴다.

2. 상세

원래 '십볼렛'은 곡물을 포함하고 있는 식물(Ear of Corns, Stalk of Grain 등) 혹은 문맥에 따라 급류(Steam, Torrent) 정도의 뜻으로 사용되는 히브리어 단어였으나 판관기의 구절로 인해 뜻이 변형되어 자신의 집단 속에 숨어 있는 타 집단 구성원을 찾기 위해 사용되는 특정 단어 혹은 문구를 의미하게 되었다. 원래부터 다른 언어나 방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간에 서로를 식별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방법이지만 아래에서 언급된 관동대지진 당시 학살에서 볼 수 있듯이 100%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다.

21세기에 들어서는 개념이 넓어져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적용되며 서로 간의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더라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영국 영어 미국 영어를 비교할 때 '영국 영어에서는 r 발음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십볼렛으로 볼 수 있으며 샌프란시스코 토박이들은 샌프란시스코를 "SF"나 "the City", “Frisco”로 줄여 쓰는 반면 외지인들이나 여행자들은 이를 "San Fran"으로 줄여 쓴다는 것도 십볼렛의 일종이다. 물론 "2의 2승, 2의 [math(e)]승, [math(e)]의 2승, [math(e)]의 [math(e)]승" 발음 구별도 일종의 십볼렛이다. 사실 수식에서도 [math(A^{*})]를 켤레복소수[2]로 보느냐 수반 연산자[3]로 보느냐에 따라 물리학자 수학자를 구별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기호학에서는 비언어적 문화 요소(식습관, 패션, 문화적 가치 등)를 나타낼 때도 사용하지만 일단은 단어 혹은 문구 쪽이 좀 더 보편적이고 잘 알려져 있다.

3. 사례

해당 언어를 전혀 모르거나 해당 언어권에서 살아도 발음이 어눌한 경우를 주로 색출했다.[4]

인공어의 경우, 언어에 따라서 십볼렛이란 행위 자체가 십볼렛이 되기도 한다.[5] 자연어 쪽으론 한문이 이에 해당되었다.
  • שבולת
    (말 그대로) 십볼렛. 위의 판관기( 사사기) 입다 기록 참조.
    성경에서 입다가 이끄는 길르앗 사람의 방언은 ש (Sh)를 현대의 표준 히브리어와 같은 /ʃ/로 발음했지만 에브라임 사람의 방언은 이를 /s/로 발음했다. 한국어 위키백과에 따르면 '십볼렛'이 아닌 '싑볼렛'은 히브리어로 '무거운 짐'이라고 한다.
  • 15円 50銭(15엔 50전)
    じゅうごえん ごじっせん(jūgoen gojissen).[6] 관동대학살 당시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학살할 때 사용한 단어라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인들이 어두 유성 장애음이나 장음을 변별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한국어의 파열음이나 파찰음의 예사소리는 유성음 사이에 놓일 때만 변이음으로서의 유성음으로 발음되므로, 위 단어를 그저 [주고엔 고짓센]으로 발음하면 일본인에게는 'ちゅごえん こじっせん(chugoen kojissen)'으로 들린다.[7]
    이 외에도 大根(だいこん)이나 유성음 자음으로만 이루어진 がぎぐげご(가기구게고, Ga-Gi-Gu-Ge-Go)혹은 한국인 입장에서 발음하기 난해한 를 발음해 보라고 했다는 등의 사례도 있다.
    사실 이 때는 재일 조선인도 많이 죽긴 했지만, 재일화교 및 서양인도 여기에 당해 죽었고, 가관인 건 같은 일본인인데도 간사이 사람, 도호쿠 사람, 홋카이도나 오키나와 사람, 심지어 그냥 혀가 짧은 사람까지 하여간 자경단 눈에 거슬리면 다 죽어나갔다. 원래 이 학살이 일본 경찰과 일본군, 일본 정부에 의해 고의적으로 촉발된 것이기에 군부는 혼란을 틈타서 반전주의자나 공산주의자, 반대파 국회의원 등도 알게 모르게 죽였다.
  • Scheveningen(스헤버닝언)[ˈsxeːvənɪŋən]
    네덜란드의 지명이다.[8]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네덜란드 레지스탕스들이 나치에서 보낸 밀정을 색출하는 데 사용했다.
    네덜란드어에서는 'Sch'라는 삼중합자를 네덜란드에서는 S+ch로 봐 /sx/로 발음하고 독일에서는 하나로 봐 /ʃ/로 발음[9]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어에서 /ʃ/는 'sj'로 쓴다.
    독일어의 /ʃ/도 원래 /sx/였는데 /x/의 영향으로 /s/가 변한 거라 네덜란드인들도 /ʃ/ 비슷하게 발음이 꼬이기도 한다.
  • Höyryjyrä
    회위뤼이위래.[10] 뜻은 증기 롤러.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핀란드 군인들이 암호로 자주 사용했다고 한다. 북유럽 언어들의 발음들은 외국인들에게 괴악하기로 악명 높다. 특정 발음을 하지 못하거나 서투르게 발음하는 것을 노린 십볼렛 중 하나다.
  • Flash - Thunder - Welcome
    플래시-선더-웰컴. 노르망디 상륙 작전 당시 미군의 암구호로 마지막 단어 Welcome은 독일 병사들을 구분하기 위해 쓰인 십볼렛이다. 독일어 항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인은 영어의 W(/w/)를 V(/v/)로 발음한다. 그래서 독일어로 Welcome에 해당하는 Wilkommen은 빌코멘이라고 발음한다.
  • Lollapalooza
    롤라팔루자.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을 색출하는 데 사용된 암구호로 일본인들은 L 발음을 못 하고 R 발음으로 발음할 것이기 때문에 로라파루자(Rorraparooza)라고 이상하게 발음하는 경우를 잡아내었다. 로라.. 만 발음해도 일본군으로 간주하고 즉시 발포하기도 했다.
  • Schild en vriend
    스힐드 엔 브리엔드. 뜻은 방패와 친구(Shield and Friend). 1302년 5월 18일 이른바 '브뤼게 예배 사건(Bruges Matins)' 당시 등장한 십볼렛. 지금의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의 민병대가 예배 시간의 종소리에 맞춰 프랑스 점령군 주둔부대를 야간 기습했을 때 사용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모든 집과 만나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플랑드르는 네덜란드어를 쓰는데 글자 Sch와 V를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는 각각 /sx/와 /v/, /ʃ/[11]와 /f/로 읽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야사의 경우 당시 브뤼게 지역에 네덜란드어를 모어로 하는 프랑스계 주민이 많았다는 점과 같은 플랑드르인 중에도 발음을 프랑스식으로 하는 주민이 많았다는 점에서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 Pão
    팡. 뜻은 .[12] 파라과이 전쟁 당시 브라질 군인이 파라과이 민간인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한 십볼렛이다. 브라질에서 사용되던 포르투갈어는 비음이 존재하는데 파라과이에서 사용되던 언어인 스페인어에는 그런 게 없어 이 단어를 Pan(빤, 발음을 들으면)이나 Pao(빠오, 표기를 보면)라고 발음했다.
  • Ciciri(치치리)
    뜻은 병아리콩이다.[13] 시칠리아의 만종[14] 당시 프랑스인들을 구분하기 위해 쓰인 십볼렛이다.
    이탈리아어에서 i나 e 앞의 c는 /tʃ/( 영어의 ch) 발음을 내는데[15] 프랑스인들은 해당 철자를 /k/나 /s/로 인식하기 때문이다.[16] 여기에 억양도 한 했다. 프랑스인들은 단어의 마지막 음절에 주로 강세를 넣는데(시시) 이탈리아인들은 단어의 첫 번째 음절에 주로 강세를 넣는다(치리).
  • 파슬리(perejil)
    1937년 도미니카 공화국의 대통령 라파엘 트루히요의 명령으로 발생하여 단 6일 만에 1만 2천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이티인 학살에서 도미니카군은 아이티인을 판별하기 위해 어두운 피부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파슬리 가지를 보여준 뒤 이것이 뭔지 알아봐 달라며 '파슬리(perejil)'라는 말을 큰 소리로 발음하게 하면서 그 발음으로 아이티인인지 여부를 판단했다. 만약 그 사람이 'r' 부분을 '스페인식'이 아닌 '프랑스식', '크레올식'으로 발음했으면 아이티인으로 간주하여 처형했는데 이 때문에 이 학살은 '파슬리 학살(Parsley massacre)'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17][18]
  • 성호 긋기
    우스타샤의 세르비아인 학살 때 사용되었던 십볼렛으로 언어로는 두 민족의 구별이 불가능하기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피아를 구별했다. 불시에 성호를 긋게 하여 가톨릭식(손가락 5개로 상-하-좌-우)가 아닌 정교회식(손가락 3개로 상-하-우-좌)을 쓰는 사람은 세르비아인으로 간주하고 처형했다.
  • 알파벳 H의 영어 명칭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에이치(Eitch)라고 부르지만 아일랜드인들은 헤이치(Heitch)[19]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아일랜드 섬에는 전통적으로 에이치=신교도=영국 연합주의자, 헤이치=구교도=아일랜드 민족주의자 등식이 있었을 정도. 독립국 아일랜드에서는 영국에서 독립한 지 오래되어 이제 이것이 십볼렛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으나 영국에 남은 북아일랜드에서는 여전히 십볼렛으로 위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덤으로 에이치와 헤이치의 발음 차이는 표기에서 부정관사로 앞에 an(an eitch)을 붙일 것이냐 a(a heitch)를 붙일 것이냐의 차이도 만들어낸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는 십볼렛으로서의 가치를 잃은 데다 특히 북아일랜드는 연합주의자 신교도 vs. 가톨릭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이 내전까지 벌이다가 겨우 잠잠해진 곳이라 현지에서는 이런 문제에 아주 민감하다.
  • 엔테베 작전
    이스라엘 특수부대원들이 히브리어로 '엎드려!'라고 말하여 이스라엘측 인질들과 테러범을 구별했다. 다만 이 말을 알아듣지 못한 유럽인 3명은 테러범으로 오인 사격을 당했고 당시 우간다 대통령이었던 이디 아민이 화풀이로 입원해 있던 노인 인질 1명을 죽였다. 그 외엔 완벽한 작전이었다.
  • Паляниця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러시아 밀정을 색출하는 데 사용된 십볼렛. 팔랴니차는 우크라이나 전통 빵으로 [pɐlʲɐˈnɪt͡sʲɐ](팔랴니차)라고 발음하는데 이 단어를 처음 보는 러시아어 화자는 [pɐlʲɪˈnʲit͡sə](팔리니처)라고 발음하게 된다. # 핵심은 러시아어와 달리 우크라이나어에서는 강세가 있는 모음 전후로 모음 약화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과 자음 "ц"가 연음으로 발음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24년 8월 24일 독립기념일에 맞춰 우크라이나에서 신형 로켓 드론을 공개했는데, 이 일화에서 유래한 팔랴니차로 명명하였다. #
영어 위키백과 문서에도 사례가 많다.
[1] 입다 항목에 배경 사건이 설명되어 있다. 표기는 '십볼렛'과 '싑볼렛'을 제외하면 원문을 그대로 인용했다. [2] 수학자는 켤레복소수를 주로 [math(\overline{A})]로 표기한다. [3] 물리학자는 수반 연산자를 주로 [math(A^{\dag})] 또는 [math(left< A right|)]로 표기한다. [4] 여기서 의도치 않게, 장애인 차별이 발생했다. [5] 주로 에스페란토와 같은 국제보조어를 목적으로 하는 인공어들이 이에 해당된다. [6] 현대 일본어로는 じゅうごえん ごじゅっせん(jūgoen gojussen)이지만, 이 발음은 1949년 표기법 개정 이후 생겨난 발음이다. 참조. [7] 어두의 유성음을 살리고 싶다면 /ㅈ/와 /ㄱ/가 유성음 사이에서 유성음으로 발음됨을 이용하여 어두 앞에 유성음인 약모음 [으\]를 살짝 더함으로써 /ㅈ/와 /ㄱ/가 모음 사이에서 발음되게끔 해 주면 된다. 즉 [(으)주ː고엔 (으)고짓센\]. 물론 대 놓고 [으\]라고 하면 'う'로 별릴 수 있으니 안 된다. [8] 로테르담 북서부에 있는 덴하흐의 북쪽 바다와 붙어있는 지역이다. [9] 독일어 발음은 셰페닝엔/ʃɛfɛniŋɛn/에 가깝다. [10] IPA로 /høyryjyræ/. '이위' 부분은 '이'를 반모음으로 하는 한 음절처럼 발음해야 한다. 팁을 주자면 마지막 모음 외의 모든 모음을 원순으로 발음하는 것이다. [11] 프랑스어에는 sch가 따로 쓰이지 않지만 ch가 /ʃ/ 발음이라 독일어의 sch도 똑같이 발음한다. [12] 식품 빵(Bread)이다. 의 어원이다. 일본을 통해 들어온 단어로 추정되며 통념과 달리 순우리말이 아니다. 순우리말 같은데 의외로 순우리말이 아닌 다른 단어로는 고무(gome←프랑스어)가 있다. [13] 로마의 유명한 철학자 키케로(Cicero)의 이름의 어원이다. [14] 1282년 부활절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에서 일어난 성공한 봉기. 당시 시칠리아는 프랑스 출신의 왕 샤를 1세가 1266년부터 통치하고 있었는데 이 봉기로 6주만에 3만 명의 프랑스인이 죽고 샤를 1세는 시칠리아 섬의 통치권을 잃었다. [15] 전형적 구개음화 현상. 그래서 i나 e 앞이지만 구개음화되지 않은 /k/ 발음을 적을 때는 ch로 적는다. [16] 중세 프랑스어는 r 발음도 치경 전동음이었다. 구개수음이 된 것은 18세기 들어 파리 표준어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17] 다만 이 에피소드는 허구라는 설이 우세하다. [18] 한국어에는 유성 연구개 마찰음은 존재하지 않고 '흐'의 'ㅎ'에서 무성 연구개 마찰음이 난다. 다만 현대에는 모호해지고 있다. 또 한국어는 유/무성음을 구별하지 않는다. [19] 혹은 '하이치'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