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19 18:23:45

해변에서

On the Beach

1. 개요2. 줄거리3. 여담4. 미디어5.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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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인 작가 네빌 슈트(Nevil Shute, 1899~1960)의 1957년작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편소설.

그레고리 펙, 에바 가드너 주연의 1959년작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그날이 오면>[1]의 원작소설이며, 시인 T.S. 엘리엇의 시 <텅 빈 사람들>의 마지막 구절에서 영감을 얻어 핵전쟁 방사성 낙진에 의해 멸망해가는 인류의 모습을 섬세하고 담담한 문체로 그린 걸작이다. 참고로,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마지막 만남의 자리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듬어 찾고
그러면서도 애써 말을 피한다.
부어오른 이 강가에 모여서

세상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세상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세상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쾅 소리가 아닌 훌쩍임과 함께.[2]

대한민국에서는 2011년 황금가지 환상문학전집 16권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옮긴이는 정탄.

2. 줄거리

1960년대 초[3], 알바니아 이탈리아의 나폴리에 투하한 핵을 시작으로 알바니아의 이간질에 의해 촉발된 이스라엘- 아랍 전쟁에 이어 소련- 중국 전쟁이 벌어졌고, 이것이 또 이집트가 워싱턴과 런던에 전투기로 핵을 투하한 것을 소련의 소행으로 잘못 안 미국에 의해[4] 소련- NATO( 북대서양 조약 기구)의 충돌로 확전되었다. 소련과 중국 양측에서 코발트 폭탄을 사용했고,[5] 다른 전쟁에서도 수소폭탄이 사용되어 결국 북반구의 인류는 순식간에 멸망하고 만다.[6] 그러나 비극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으니, 수소폭탄과 코발트 폭탄의 사용으로 생겨난 방사성 낙진이 남반구로 확산되면서 핵이 전쟁동안 떨어지지 않은 남반구의 도시들도 하나둘씩 멸망해 가는 헬게이트가 열리게 된다.

1963년, 오스트레일리아 해군 소속의 피터 홈스 소령 미합중국 해군 전략원잠 USS 스콜피언 함[7]의 연락장교로 임명된다. 이 잠수함의 함장인 드와이트 타워스 대령과 친해진 피터는 남반구의 다른 도시들[8]에 살아 있을지 모를 생존자들을 찾는 임무를 받고 출항하지만, 끝내 생존자들을 찾지는 못한다.[9] 돌아온 피터는 부인인 메리와 딸인 제니퍼, 상관인 타워스와 피터의 아내 메리의 친구인 모이라 데이비슨과 함께 9월로 예정된 종말의 날을 기다리며 멜버른 일대에서 평화로운 한때를 보낸다.

그러던 중 핵전쟁으로 주민들이 전멸했을 것이라고 여겨지던 북반구의 미국 시애틀에서 의미불명의 신호가 몇 달간 송신되는 현상이 계속되자, 타워스와 피터는 이를 밝히기 위해 스콜피언 함을 타고 북반구로 향한다. 그리고 그 곳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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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었다. 정확하게는 창틀이 약간 부서진 창문에 매달려 있는 콜라병이 까딱거리면서 전신 부분을 두들겼기 때문에 우연히 모르스 부호가 전송된 것이었는데[10], 이 때문에 호주 정부가 아직 북반구에 인류가 생존해 있다고 오인하게 된 것이었다. 결국 한 명의 승조원[11]을 제외하고 나머지 승조원들은 호주로 귀환하여 마지막 삶을 보낸다.[12]

방사능 낙진이 7월엔 퍼스, 8월초엔 시드니를 멸망시키고 예정보다 빠른 8월 말 멜버른에 닥치자,[13] 방사능에 오염되어 병을 앓던 홈스 부부는 정부에서 나누어주는 자살약[14]을 딸 제니퍼에게 주사하여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자신들도 곧 자살약을 먹고 숨을 거둔다.[15] 타워스 대령은 승조원들과 함께 스콜피언을 호주 근해에서 자침시키기 위해 출항하고, 그를 사모하는 모이라는 잠수함의 자침이 예정된 시각에 맞추어 자살약을 먹고 자살한다.

3. 여담

이 책은 모던 라이브러리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소설로 선정되었다. 또한 1959년과 2000년에 한 번씩 영화화되었다.

이 소설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소설 속 호주 사회의 분위기가 종말을 맞는 인류의 마지막 모습치고는 굉장히 평화롭다는 것이다. 보통 다른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에서는 종말을 맞기 전의 인류의 모습이 대부분 개판 5분전인 상황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 속 호주 사람들은 피할 수 없는 종말, 즉 방사성 낙진의 남반구 확산까지 시간이 몇 달이나 남아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자신들의 일상을 계속 유지해나가면서 내년 계획까지 세우는 여유로움을 보인다. 당장 9월쯤 방사성 낙진이 멜버른 일대에 닥쳐 모든 주민들이 죽음을 맞을 예정인데도 말이다![16]

이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자국이 참전하지도 않은 북반구의 핵전쟁 때문에 전쟁과 아무 상관도 없는 자신들까지 싸그리 멸망당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억울함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들은 종말이 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애써 부정하기 위해 실행하지도 못할 내년 계획까지 세우는 것이다.

'개요' 카테고리에 나와 있는 엘리엇의 시처럼 소설 속 분위기가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치고는 꽤 평화롭고 차분한 편이라서, 이 책이 핵전쟁 이후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는 걸 잊는다면 마치 단순한 일상물을 읽는 느낌까지 들 정도이다.

4. 미디어

영화 감상 링크[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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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에 그레고리 펙 에바 가드너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한국에서 유통된 제목은 <그날이 오면>. 프레드 어스테어 앤서니 퍼킨스도 출연한다.

감독은 스탠리 크레이머. 배급은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MGM/UA). 작품의 흐름이나 분위기는 원작과 대체로 비슷하다.
특정 국가를 언급함으로써 국제적인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되었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핵전쟁의 원인을 그냥 사고와 오해로 인한 사건 때문이었다고 언급했으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잠수함이 출항하는 모습을 보면서 외롭게 서 있는 에바 가드너의 모습으로, 그 다음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텅 빈 멜버른 시내의 모습으로 끝냈다.

한국에서는 1962년 11월 3일 스카라극장에서 개봉하여 26일 동안 1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였다. 관련 정보

리들리 스콧 감독이 자라면서 본 영화 중 개인적으로 가장 훌륭한 SF영화이자 공포영화라고 밝혔다. 인터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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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아만드 아상테[18] 주연의 TV 영화로 리메이크되었을 때는 작품 속 핵전쟁의 원인을 중국과 대만 간의 충돌[19]이 미국과 중국간의 핵전쟁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이라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줄거리의 대부분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부적으로는 다르게 흘러간다. 시대적 배경이 바야흐로 인터넷이 활성화된 정보화 시대라는 것을 감안했는지 작중 북반구에서 보내오는 페이크 전문이 원작과는 다른 방법으로 보내진 것[20], 귀항 전 승조원들 대다수의 고향인 샌프란시스코에 들러 파괴된 샌프란시스코의 잔해를 확인하고 승조원 한 명이 멋대로 나갔다가 죽을 때까지 그곳에 남기로 하는 장면이 나온 점,[21] 호주가 혼란스러운 상황인 점, 이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던 줄리언이 자살을 하기 위해 생전 소원이던 카레이싱장에 자신의 차를 몰고 가 몇 바퀴 최고 속도로 돈 뒤 핸들을 놓아 광고판과 충돌해 죽는 점, 타워스 대령이 잠수함에 타지 않고 애인과 함께 호주에 남는다는 결말[22] 등만은 다르게 묘사되었다. 또한 잠수함의 함명이 가상의 함정인 USS 찰스턴 함으로 바뀌었다. 잠수함이 등장하는 장면 역시 제작비 문제로 인해 < 크림슨 타이드> 같은 잠수함이 등장하는 영화들의 몇 장면을 도용했기 때문에 잠수함의 모습이 장면마다 약간씩 다르다. 그리고 미 해군 복장 고증도 엉망이다.

2008년도에는 영국 BBC 라디오 드라마로도 나왔다.

1970년대 한국 만화가 김민이 로컬라이징을 한 적이 있다. 무대는 한국이고 방사능 오염 때문에 세균도 모두 죽어서 시체조차 썩지 않는 생지옥을 그리고 있다.[23] 김민 만화의 주요 등장인물인 허떨이와 옆집 여자가 홈스 부부의 역할을 한다. 만화의 결말은 잠수함이 청정지역을 찾는 것에 실패한 뒤, 함장이 승조원들을 모두 해산시키고 남은 기록을 모두 폐기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난다. 관련 기사

1960년대에 Bonnie Dobson의 <Morning Dew> 라는 곡이 1959년도 영화에 영향을 받고 나왔다.

[설국열차] 만화판의 3부는 이 작품의 반전을 통째로 오마주한 내용이다. 원작의 결말과 유사한 끝을 맞이할거라 암시되는 결말로 끝났으나 설국열차(영화)를 인상깊게 본 원작자가 4부를 집필하며 해피엔딩이 된게 차이점.

1988년 더 스미스의 보컬로 유명한 모리세이가 솔로로 활동하며 발표한 그의 대표곡 <Everyday is like Sunday>가 이 소설을 노래한 것이다. 핵폭탄과 아마게돈이 등장하는 가사임에도 모리세이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와 어둡지 않은 곡구성이 소설과 같은 분위기를 그려 매우 인상적인 곡이다.

일본의 프로그레시브 포크 밴드 나기사니테渚にて는 이 작품에서 밴드명을 따왔다. 이 작품의 일본 번역 제목이 '渚にて'이기 때문.

2022년, 이 소설을 모티브로 한 '세상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쾅 소리 한번 없이 흐느낌으로(약칭 세느낌)'가 무대에 올랐다.

5. 관련 기사



[1] 영화의 원제는 책과 똑같은 <On The Beach>이다. [2] 원래 시는 이렇지 않음에 주의하자. 이 버전은 원 시의 4절의 중간 부분과 5절의 끝부분을 잘라붙인 것이다. [3] 주인공인 홈스 부부가 전쟁이 나기 여섯 달 전인 1961년 결혼했다는 언급과 작중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보아 전쟁은 1962년 초에 일어났고, 작중 시점은 1963년인 듯하다. [4] 이집트가 전투기에 소련 도장을 해놓는 위장을 했다. [5] 소련은 몰라도 중국은 피해를 그나마 줄이기 위해 코발트 낙진이 멀리 퍼지지 않게 설계했다고 한다. [6] 작중 묘사로는 멕시코시티가 전쟁 6일만에 멸망했고, 그 시점에서 발파라이소 등은 살아있었으나 그곳들도 역시 곧 멸망한다. [7] 스킵잭급 잠수함 3번함의 이름이다. 현실에서는 1968년 훈련 도중 실종되었다 발견되었다. [8] 케언스, 다윈, 포트 모르즈비 [9] 케언스에서 개 한마리를 찾기는 했다. [10] 2000년작 리메이크 영화에서는 시애틀이 아닌 앵커리지에서, 콜라병에 굴절된 태양빛이 노트북의 태양광패널에 우연히 닿아 전원이 들어오면서 저장된 메시지가 위성을 통해 전송되었던 것으로 묘사된다. 노트북의 외형은 Apple Powerbook G3로 추정. 물론 실제로 태양광패널이 달려있진 않다. [11] 이 승조원은 잠수함이 자기 고향을 지나던 중 잠수함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이미 잠수함 밖으로 나감으로써 방사능에 오염되었기 때문에 그냥 폐허가 된 고향에 남기로 했다. [12] 이때가 6월 즈음으로, 이때쯤 브리즈번이 멸망했다는 묘사가 나온다. [13] 1963년 달력과 책에 나온 요일을 대조해보면 방사능이 멜버른에 닥친건 8월 15일, 홈스 부부가 병에 걸린건 8월 22일이다. [14] 아이들이나 개, 고양이 같은 동물들에게는 주사약을, 성인에게는 알약을 나누어주었다. [15] 달력을 보면 8월 24일 [16] 사실 도시별로 다르겠지만 호주를 비롯한 남반구 주민들이 마지막을 준비한 몇달의 시간을 갖게 된건 북반구-남반구로 바로 내려오는 바람이 없어 북쪽의 방사능 낙진이 대기를 타고 천천히 퍼져서다. 특히 주무대인 멜버른은 도시 중에서도 최남단에 속한다. [17] 저작권이 만료되어 인터넷 아카이브에 올라왔다. 한국어 자막으로 보고 싶으면 다운로드 후 구글링하여 한국어 자막을 적용하여 보면 된다. [18] 영화 저지 드레드에서 리코 역을 맡은 배우. [19] 정작 영화에서 대만인 것처럼 지나가는 화면은 연세대학교 정문을 비롯한 6월 민주 항쟁 관련 자료들이다. [20] 그래도 원작의 오마쥬로 콜라병이 나온다. 콜라병이 햇빛을 받는 볼록렌즈 역할을 하게 되는데, 노트북에 달린 태양전지판에 콜라병을 통과한 햇빛이 비춰지면서 노트북이 잠깐 작동하게 되었고, 노트북이 전쟁 전에 작성된 메시지를 전송했던 것이었다. [21] 이는 1959년도 영화의 오마주이다. 59년도 영화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22] 잠수함 승조원들은 결국 자기 고향인 미국으로 잠수함을 몰고 돌아가 고향에서 죽기로 하고 출항했다. 함장은 승조원들과 마지막 기도를 올리고, 오스트레일리아에 남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존중해 준 승조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헤어졌다. [23] 사실 이는 1959년과 2000년 영화판에서도 나온 설정이다. 다만 원작에서는 방사능 지대에서 죽어서 부패한 시체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