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14 23:12:35

필록세라

포도뿌리혹벌레(필록세라)
Phylloxera, grape phylloxera
파일:필록세라.jpg
학명 Daktulosphaira vitifoliae
Fitch, 1855
<colbgcolor=#fc6> 분류
동물계(Animalia)
절지동물문(Arthropoda)
곤충강(Insecta)
노린재목(Hemiptera)
아목 진딧물아목(Sternorrhyncha)
상과 Phylloxeroidea
뿌리혹벌레과(Phylloxeridae)
Daktulosphaira
포도뿌리혹벌레(D. vitifoliae)

1. 개요2. 특징3. 피해

[clearfix]

1. 개요

뿌리혹벌레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진딧물과 형태나 습성이 유사하다고 한다. 본래 북아메리카 대륙이 서식지였으나 해외 교역으로 인해 유럽에 전파되었다고 한다.

2. 특징

농황색을 띠는데 몸 길이는 1 mm 내외로 일반적으로 날개가 없고, 기생한 뿌리 상태에 따라 색이 다르다. 1년에 6-9회 발생하여 알, 유충 상태로 땅 속, 뿌리에 기생하여 겨울을 나고 봄이 되어 10도 이상이 되면 활동을 시작한다. 유충과 성충이 뿌리와 잎에서 양분을 섭취하기 시작하면 유독성의 액을 뿜어 황갈색 혹을 만드는데, 이때부터 뿌리는 영양분과 수분을 흡수할 수 없어 생장이 정지된다. 그 때문에 나무는 영양장애로 시들해지고 개화가 안 되며 씨 없는 작은 포도알이 많이 달리다가, 결국 말라 죽는다.

필록세라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며, 이동 속도 또한 매우 빠르기 때문에 포도나무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농부가 눈치챌 즈음이면 이미 해당 포도나무의 뿌리를 작살내고 다른 나무로 이동한 후이다. 이 때문에 필록세라 창궐 초기에는 병충해의 원인조차 알 수 없어서 악마의 저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3. 피해

미국 이민 역사 초기에 유럽 출신 이민자들이 양조용 포도 재배를 시도하였으나 필록세라로 인해 좌절된 적도 있다. 따라서 미국 포도주의 역사는 멕시코에서 들어온 프란체스코회 선교사들이 토착 포도 품종과 유럽산 품종을 교배하여 필록세라 저항성 포도나무를 만들어낸 후에 시작되었다. 이후 19세기에 유럽 포도주 시장에 대재앙을 초래한 농업 해충이 되었다. 포도 뿌리와 잎에 기생하는 해충으로, 이 때문에 유럽, 특히 프랑스의 포도는 씨가 마르다시피 했고 프랑스 포도원의 3/4를 파괴했으며 포도주의 생산량은 3분의 1 미만이 되었다.

이후 보르도액을 발명한 피에르 마리 알렉시 미야르드라고 하는 식물학자가 미국산 저항성 포도나무를 들여와 해충 창궐 제어에 성공했다고 한다. 미국산의 종이 다른 포도나무 뿌리에 기존 유럽산 포도나무의 가지를 접붙이는 방식을 사용해 명맥을 잇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계속 변종이 나타나기 때문에 아직 완전 퇴치는 아니라고 한다.

이 해충으로 세계 주류의 역사가 뒤바뀌었다. 보르도에 퍼진 필록세라로 사람들이 스페인으로 이주하여 리오하를 스페인의 주요 포도주 산지로 만들었고, 유럽 와이너리들이 신대륙으로 이주하여 신세계 포도주들이 크게 발전하였다. 포도주 대신 맥주 압생트를 마시게 하고 브랜디 대신 위스키를 소비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또한 이로 인해 1860년대 유럽의 기존의 포도나무들이 전멸한 반면에[1] 남아메리카, 특히 칠레는 필록세라가 창궐하기 전인 1851년에 비니페라 품종을 수입하였기 때문에, 얄궂게도 프랑스를 비롯한 구대륙이 아니라 이들이 순수 비니페라 품종을 재배하는 셈이 되었다. 콧대 높은 유럽 와이너리들이야 당연히 인정할 리 없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프랑스에서 거액을 들이며 칠레산 비니페라 품종을 역수입한다는 카더라성 이야기도 있다.[2] 다만, 테루아가 다르고 세대를 거치는 동안 포도나무 또한 칠레의 테루아에 적응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완전히 똑같다고 하기는 어렵다.

상술했듯이 필록세라의 원산지는 북미대륙이다. 필록세라가 유럽에 퍼지게 된 것은 포도나무의 품종 개량을 위해 북미 자생종 포도나무(Vitis labrusca 계열의 콩코드 포도 계열)들을 유럽으로 들이는 과정에서 북미산 포도나무에 묻어서 유럽으로 유입된 것이다. 북미 자생종 포도나무들은 오랜 세월 필록세라와 전쟁(?)을 하며 필록세라 유충이 들러붙는 것을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하도록 진화했지만, 유럽에 자생하던 유럽포도(Vitis vinifera)에는 당연히 저항성 따윈 없었던 탓에 필록세라에게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로 초토화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유럽에게 있어서 미국 포도는 병 주고 약 주고의 원수 같은 존재인 셈이다.

성장이 왕성하고 기름지고 배수가 잘되는 토양, 그리고 점토질 토양보다는 가벼운 사토에 자라는 포도나무가 좀 더 버틴다고 한다. 프랑스에도 필록세라에 버틴 극소수의 포도원들이 존재한다.

이렇듯 포도주 역사의 지축을 뒤흔든 대사건이었기 때문에 필록세라 이전 병입된 술은 최소 백년 이상의 시간+더 이상 상업적으로 사용 불가능한 품종 사용이라는 매우 특별한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3] 이러한 술은 "필록세라 발병 이전에 만들어진 포도주(Pre-Phylloxera Wine)"으로 따로 분류되며 보존 상태가 좋은 것은 부르는 게 값이다.

[1] 이 과정에서 포도나무를 날린 농장주들이 대체 수입원으로 찾았던 것 중 하나가 트러플이다. [2] 서적에 따라서 유럽(혹은 유럽 내 일부 국가)에선 아직도 필룩세라가 잔류하고 있기에 순수 비니페라 품종의 재배를 허가하지 않다고 되어 있다. [3] 이 시기에 만들어져 현재까지 살아있는 포도주는 거의 전부가 포도맛 식초가 되었을테니 실질적인 가치는 없고 브랜디가 대부분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