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페르미 추정(Fermi estimation) 또는 게스티메이션(Guesstimation)은 제한된 지식과 자신의 추론 능력만을 사용하여 단시간에 여러가지 매개변수를 고려하고 결과값에 근사한 추정치를 도출하는 기법을 말한다. 경영학이나 공학 분야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계획하거나 결과를 예측할 때 대략적인 추정치를 빠르고도 간단하게 도출할 목적으로 사용된다.2. 특징
페르미 추정은 복잡한 하나의 문제를 더 간단한 부분으로 쪼개어 추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어림을 하다보면 과대 평가와 과소 평가가 서로를 어느 정도 상쇄해서, 여기에 자신의 수학적 지식이 오차를 보정하여 결과가 실제 값에 몇 배 이내로 근접한다는 것이다.이러한 기법은 단번에 파악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신속하게 결과를 추정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페르미 추정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결과를 얻기보다는 통제할 수 있는 매개변수를 파악해서 여기에 가설과 가정을 더해 짧은 시간에 대략적 추정치를 얻어내고, 이를 일시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추정은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이 실제 정확한 계산을 시행하기 전에 가설에 대한 추정치를 어림함으로써 유용한 기대를 할 수 있다는 데에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반면에 자신의 전문 분야나 발생한 문제와 관계 없이 사용하거나, 정확한 사실을 분간할 수 없는 주제에 사용하거나, 정확한 수치를 필요로 하는 계산에 사용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추상에 불과하다.[1] 기업에서 단시간에 사람의 추론 능력과 순발력, 기발함, 창의적 접근 능력 등을 알 수 있다고 해서 구글 등 2000년대 초반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이 회사 채용 면접에서 사용하였는데, 이후 실리콘밸리의 사풍이 인재 채용의 교과서처럼 여겨지면서 다른 기업에서도 이를 모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2010년대 이후로는 스타트업에서부터 거꾸로 다시 사라지고 있다. 인재 평가에 대한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구글 인사부 수석부사장인 라즐로 보크(Laszlo Bock)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기에 몇 개의 골프공을 넣을 수 있는지, 맨해튼에 주유소가 몇 개나 있는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완전한 시간 낭비이며, 실제로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질문은) 주로 면접관이 똑똑하다고 여기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인정했다. #
3. 역사
미국의 물리학자인 엔리코 페르미가 이러한 추론법을 자주 사용하였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그는 앉은 자리에서 긴 수식 계산 없이도 꽤 정확한 추측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했다. 대표적인 예로 페르미 본인이 참관한 트리니티 실험에서 먼 장소에서 충격파가 몰려올 즈음 종이 조각을 날려 그 변위에서 추론한 것으로 핵폭탄의 위력을 계산했는데 이것이 근사치 치고는 상당히 정확하였다고 한다.[2]실제로는 페르미 외에도 다른 천재 과학자나 수학자 역시 이러한 일화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이 병원에서 택시 번호판 숫자를 듣고 바로 정수론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바로 떠올린 사례나,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가 1부터 100까지 더하는 문제를 직관적으로 풀어냈다는 일화 등이 있다.
4. 예시
하기한 예시는 대부분 '순발력 또는 기발함'을 측정하기 위한 면접 예시로 자주 쓰이는 문제들이나, 엄밀히 말하면 변수를 고려하기 어려운 주제이므로 실제 페르미 추정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다.- 서울시 내의 전봇대는 모두 몇 개일까?
- 한라산을 삽으로 모두 퍼내려면 몇 삽이나 퍼야 할까?
- 야구장을 땅콩으로 채우려면 몇 개 정도 들어갈까?
- 산타클로스가 지구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배달하려면 몇 초씩 머물렀다가 움직여야 할까?
- 서울 상공에 떠 있는 항공기는 모두 몇 대일까?
- 1개 구단이 안타를 1년간 몇 번이나 칠까?
- 나무위키의 글자는 모두 몇 자일까?
- 유튜브에 올라온 모든 영상의 용량의 총합은 얼마일까?
- 닮음 도형의 무한한 넓이의 합은 얼마일까?
- 문 vs 바퀴
5. 기타
외계인의 존재 여부를 다루는 페르미 역설과는 관련이 있지만[3] 다른 문제다.
[1]
당장 한라산 삽 문제의 경우 삽의 종류가 무지막지하게 많다 보니 변인 통제부터 되지 않는다.
[2]
페르미의 추론과 실제 폭탄의 위력은 2배 가량 차이가 나지만 간단한 행위로 자릿수를 추산해 냈다는 사실이 대단한 셈이다. 당시 폭탄의 위력은 20~22 킬로톤 정도였는데 페르미는 10 킬로톤으로 측정했었다. 같이 있었던
존 폰 노이만은 약 5 킬로톤 가량으로 측정했었다.
[3]
드레이크 방정식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