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8-08 17:17:34

판타지를 여행하는 현대인을 위한 안내서/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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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를 여행하는 현대인을 위한 학문별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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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학 신학 예술 음식 의학

1. 개요2. 첫 접촉
2.1. 새 신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종교2.2. 새로운 신도가 되면 취급이 안 좋아지는 종교
3. 성직자 수도자가 되겠다면?4.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5. 인도 계통의 종교, 도 계통의 종교6. 유교7. 새로운 종교 창설
7.1. 당신이 신종교의 교주에 올라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절대권력을 누리고 싶은 경우7.2. 자신이 현실세계에서 가졌던 믿음을 판타지세계에서도 가지고 싶어서, 새로운 종교를 창설하는 경우7.3. 판타지세계의 변수, 마법 그리고 신의 존재7.4. 철학, 심리학, 인류학 적용 예시7.5. 교회학
8. 현실은 시궁창/주의사항
8.1. 처세술 팁/실제 역사적 예시 모음

1. 개요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분야이다. 여기서 의미하는 신학 기독교에서의 신학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유교 불교 등의 철학, 종교학까지 포괄하는 의미이다.

던전 앤 드래곤의 영향을 받은 어지간한 판타지물에서는 세속적인 학자 타입에 해당되는 마법사는 '지능'을 찍으며 이성과 이론적인 체계를 중시하고, 성직자는 '지혜'를 찍으며 직관과 초자연적 기적에 의존하는 이미지가 있지만 따지고 보면 성직자야말로 원조 지능캐릭터이다.

어지간한 문화권에서의 문자의 주요 발달 동기 중 하나가 다름이 아니라 종교 활동이며, 여기서부터 일단 외국어가 필요하다. 또한, 신학은 어떤 세상의 세계관을 다루며,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충성과 비구성원들의 귀의를 유도해야 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정교한 논리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상당한 수준의 설득력을 확보해야 한다. 최소한 주류 종교가 아닌 한, '닥치고 믿어라.'로 귀결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실상 철학의 영역에 가장 가까운 학문 중 하나이다.

철학만 하더라도 쉬운 학문이 아니다. 철학자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려거나, 내가 어떤 경험을 토대로 철학적 주장을 하려면 외국어, 역사, 인류학, 당대의 정치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 신학의 '교리'는 이 철학을 바탕으로 규범 윤리적인 주장들을 전개할 때가 굉장히 많고, 심지어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행위에 대한 정상성/비판을 제기하거나 국가 정책 및 운영에 대한 제안을 내놓는 등[1] 그 영향력을 제대로 확보하고 미치려 한다면 어마어마한 공부가 필요하다.

참고로, 요즈음은 종교 심리학의 관점에서 재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 말인 즉슨 현대의 ' 심리학'과 ' 심리치료'의 지식이나 개념을 응용하기 가장 요긴한 곳이 바로 종교다. 그리고, 실제 현대 심리학자들의 저서들이나 논문들을 자세히 보면, 떡밥 자체는 다른 심리학적 연구 사례는 물론이고, 의외로 철학 신학에서도 많이 퍼온다.

또,성직자들은 종교 시설들에 구비되어 있는 온갖 값비싼 유물들과 신자들의 금화를 지키기 위해 의외로 어느 정도 체력도 있고 싸움도 잘 해야 된다. 즉, 어느 정도는 문무겸비가 필수적이다. 예수, 공자, 석가, 마호메트 모두 본인이 싸움을 잘 했거나 싸움을 잘 하는 제자를 두었다.

특정 상황 아래(현대인이 신의 지지를 받는 경우)에서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쉽고 강력하게 적용할 수 있다.

2. 첫 접촉

2.1. 새 신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종교

당신이 만약 종교에 대해 별로 거리낌이 없다면, 우선 눈치를 봐서 해당 지역에서 가장 우세한 종교단체를 찾아내 재빨리 귀의하자. 어느 시대든 종교는 굉장히 영향력이 큰 단체이며, 누가 봐도 확실한 이방인이 스스로 개종한다면 굉장히 많은 후원과 도움을 받을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유학생들이 한국에서는 종교에 관심이 없다가도 해외에서는 한인교회 등을 찾아서 교인이 되는 일이 많은데, 이는 한인교회에 입교하면 교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본인이 연기력이 좀 된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사원 앞을 지나가다가 눈물을 흘리며 뭔가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개종하겠다고 한다든가, 그런 식의 연출을 더해주면 더 좋다. 나사 빠진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어느 나라에 어떤 종교든, 명백히 외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자신들의 종교에 감읍하는 모습을 보면 감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을 진귀한 노예로 팔아먹으려는 자들이 당신을 그냥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사회 분위기에 따라서 무신론자는 악마 급의 취급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다종교에 유연한 사회라면 상관없겠지만, 다신교 사회라면 적당히 맘에 드는 것이나 세력이 큰 쪽으로 골라 잡고, 유일신교가 대세면 그냥 닥치고 믿어라.

신, 혹은 신에 가까운 존재가 인간 사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사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선 신을 모욕한다고 천벌을 받지는 않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신이 아주 적극적으로 인간 사회에 개입하고 있는 곳이고, 그 신이 쪼잔하다면 진짜로 천벌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실제 신적 존재가 적극 개입하고 있는 세상이라면, 종교적 성향이 사악하지 않은 한 신앙을 가진다고 해서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현실에서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은 신도들의 종교인들 [2] 에 대한 불만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상황에서 신을 믿는 것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를 어필하는 데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3] [4].


어쨌든 이런 식으로 당신이 그곳의 종교에 귀의한다면, 일단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으로라도 언어를 가르치려 들 것이고, 당신의 지식이 종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내기까지 한다면 당신은 든든한 조력자를 얻게 될 것이다. 거기다 중세시대와 비슷한 수도원이 있다면 금상첨화. 지낼 곳도 얻을 수 있고, 허드렛일을 하면서 십 몇 년 짬밥을 먹다보면 글도 말도 가르쳐줄 것이다.

의외로 고위층과 접촉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는데, 어느 정도 정치 체계가 잡혀 있다면 정체 불명의 외국인을 고위층에게 데려갈 것이고 그들도 당신에게 어느 정도 흥미를 느낄 것이며, 당신이 그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면 관직을 줄 수도 있다. 못하면 구경거리 수준에서 끝나겠지만, 생존의 목적이라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당장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례만 봐도 하멜이나 벨테브레이 같은 예가 있다.

2.2. 새로운 신도가 되면 취급이 안 좋아지는 종교

위는 기독교[5] 같이 포교에 적극적이고 새로운 신도를 좋아하는 종교에 한한 것이고, 세계는 넓고 문화와 풍습은 많기에 외지인이나 새로운 신도를 배척하는 종교도 있기에 주의할 필요성이 있다. 인류의 15%가 믿는 힌두교가 대표적인 예다.

힌두교에 따르면, 인도에 관광 오는 외국인들은 제2계급인 크샤트리야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이교도가 힌두교 신자가 되면 카스트 제도의 최하위인 수드라로 등급이 떨어진다. 가만히 있으면 제2계급 취급을 받을 수 있었을텐데 괜히 종교 믿는다고 했다가 노예 취급 당하게 될 수 있다. 물론 다른 여지가 없는데 힌두교를 거부하면 딱 불가촉천민 취급이다.

곧바로 신도가 되는 것은 대체로 좋고 힌두교에서도 불가촉천민보다는 노예가 당연히 더 낫긴 하다. 하지만 수드라 계급은 과거에 베다(경전)을 보거나 읊는 걸 듣거나 읽으면 눈을 뽑거나 혀를 자르거나 귀에 끓는 쇳물을 부었다고 한다. 힌두교 같은 종교가 있는 세계라면 사제 계급이 되기는커녕 종교와 관련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어디서 굴러온지도 모르겠고 말도 통하지 않는 노예가 불경죄를 금했는데 봐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3. 성직자 수도자가 되겠다면?

만약 이계의 종교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익숙한 분위기를 풍긴다면, 신학에 평생을 바치는 것도 꽤 고려할 만한 선택이다. 특히 이세계의 문명이 중세 수준일 경우, 성직자가 된 당신은 사회에서 존경받고 대우도 굉장히 좋은 인물이 될 것이다. 심지어 프랑스 혁명 당시의 프랑스에서도, 농촌의 하급 성직자들, 즉 시골 본당 신부들은 향촌의 사실상 유일한 지식인으로서 많은 존경을 받았다. 공산주의 국가 같은 극단적 경우가 아닌 한, 종교인이 되면 최소한의 사회적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성직자가 되는 건 단순히 몸을 보신하는 수준을 넘어, 당대 최고의 지적 엘리트 집단에 편입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현실의 중세 시대에 주교가 영지를 겸하기도 했던 것처럼 이세계도 그러할 가능성이 크며, 고려시대의 신돈이나 중세 서양의 교황처럼 나라의 권력을 얻거나 아예 국가원수로서 나라를 세워 다스릴 수도 있다. 또한 현실 세계의 종교는 상당한 개혁과 변혁, 어처구니 없는 우연이나 반란, 혁명을 거쳐 이뤄졌으므로, 그러한 역사에 관심이 있었다면 정치적인 관점에서, 군사적인 관점에서, 신앙적 관점에서, 철학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처신해야할지 어렴풋이 보일 것이다.

다만 당신이 진심으로 이세계의 종교를 믿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신론자라면 종교 자체에 회의를 가질 것이고, 이미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면 타 종교로 갈아타는 것에 회의를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철저하게 생존 자체를 추구한다면 겉으로라도 이세계의 종교에 충실한 척 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상황이다. 또한 당신이 해당 종교와 비슷한 종교를, 현실에서 이미 믿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걸로 먹고 사는 것은 쉽지 않다. 가톨릭 - 개신교, 수니파 - 시아파처럼 외부인이 본다면 차이점이 적지만, 본인들 입장에서는 매우 큰 신학적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신의 (현실에서의) 신학적 지식을 어줍잖게 판타지 세계에서 적용하다가는 끝장날 수 있다.

이세계 종교의 신자를 넘어서 성직자, 수도자가 되겠다면 먼저 이세계 종교와의 ‘첫 접촉’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종교 교리의 특징 및 자신의 모든 삶을 종교에 맞출 수 있는지를 밀도높게 고려하는 편이 좋다. 일반적인 현대인의 입장이라면 금혼 금욕의 교리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를 철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결혼은 물론 섹스 자위행위도 못하고, 육식도 못하는 막장 상황으로 굴러떨어질 수 있다. 차라리 이 정도면 다행이고, 자해를 해야 하거나 인신공양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단, 본인 취향에 따라 이것은 굉장한 장점이 될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다산주의가 지배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6] 애를 낳기 싫다면 어떤 형태로든 성직자나 수도자가 되는 것 만큼이나 확실하게 명분을 확보할 방법은 없다. 현실에서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정략결혼으로 팔려가듯 결혼하는 삶이 일상적이었던 여성들에게 수녀원은 매우 좋은 도피처였다.

또한 해당 종교의 교리에 대해 통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신학 분야는 당대 최고의 지적 엘리트 집단이고, 당신에게 요구되는 지적 능력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현실에서의 교부 신학과 스콜라 신학은 헬레니즘 철학의 계승자이자, 근대 서구 철학의 직접적 조상이고,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이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건드릴 난이도가 결코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철학 자체가 매우 어려운 학문이다. 종교도 세부 교리로 파고들면 매우 어려워서, 교리를 완전히 이해하고 따르는 평신도는 드물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따지면 최소한 기독교, 이슬람, 불교 같이 내세와 창조를 따지지는 않기 때문에 그나마 유교가 가장 쉽고 직관적이다.

성공한다고 해도 생각보다 돈은 못 벌 가능성이 크다. 흔히들 과거 유럽의 성직자들이 부유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귀족 출신의 고위 성직자들의 이야기다. 어차피 종교 자체가 돈 벌려고 생긴 것이 아니다. 평민 출신은 시골 본당 신부[7] 정도로 인생을 보내는 게 절대 다수이고, 생각보다 연봉도 매우 짜다.[8] 단적인 예로, 프랑스 혁명 직전인 1789년 프랑스의 하급 사제들 연봉은 최고 700리브르에 불과했다. 이게 얼마나 박봉이냐 하면, 로베스피에르 시절 노동자의 평균 일당이 20에서 24리브르였다.[9] 물론 혁명 당시의 요동치는 물가와 납세제도의 차이, 부수입 등을 고려한다면, 노동자와 성직자의 임금을 1대 1로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성직자는 먹여 살릴 처자식도 없고 청빈하게 살아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박봉임은 부정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이세계 문명권에 당신이 떨어졌다고 가정할 경우, 사제가 된다 한들 배부르게 살 기대는 접는 게 좋다. 찬물에도 위아래가 있거늘, 평민 출신인 당신이 무엄하게도 귀족 출신의 높으신 분들과 동등하게 살 기대는 버려야 한다. 특히 서구권의 경우, 계승에서 밀려난 높으신 분들의 자제분들이 그 고생이라도 해서 먹고 살려고, 혹은 세속 권력자들이 자제들을 투입시켜서 종교시설을 장악하기 위해 성직자가 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 이들이 출생배경과 신분에 따른 인맥을 바탕으로 나름 교구 안에서 카르텔을 형성하고 '외부인'인 당신이 기어오르려는 조짐을 보이는 즉시 정치적으로 이런 저런 견제를 할 확률이 상당하다 [10]. 어마어마한 박봉 속에서, 텃밭에서 영세한 부수입이나 얻으며 살 가능성이 크다. 다만 향촌 사회의 유일한 지식인이자 하느님의 대리자로서, 순박한 농민 신자들의 존경을 받으며 그들을 하느님께 인도하는 일에 투신하여 평생을 보내는 것도 나름 괜찮은 인생일 수는 있다.

그리고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당신은 판타지 세계에 와 있다는 점에 있다. 당신이 떨어진 세계에선 실존이 증명된 신을 기반으로 종교가 만들어졌을 수 있으며, 때문에 우리의 세계와는 달리 물리적으로 증명 가능한 초월적인 존재가 직접적으로 활동하고 적극적으로 신탁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상 전지전능까지는 아니라도 인간의 상식에서 보면 초자연적 존재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렇다면 대개 '자신의 피조물, 권속이 아닌' 당신의 존재를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다. 당신의 존재를 신에게 들키지 않았다면 오히려 신앙에는 얼씬도 않고 그냥 쥐 죽은 듯이 숨어 사는 게 더 나을 가능성도 있다.

보통 ' 차원이동물' 판타지물에선 이런 시공간, 차원의 벽은 신조차 극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실제 그런 상황이면 당신은 당신이 도착한 세계의 신조차 못한 일을 해 내었기 때문에, 그 세계의 신에게 위험분자로 찍힐 가능성이 높다.[11] 보통 차원이동물에선 신과 주인공이 상부상조하거나 혹은 주인공이 타락한 신을 정복하는 것으로 끝나는데,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이 문서에서 안내 대상인 당신은 소설 속의 주인공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엑스트라라는 점이다. 심지어 '주인공이 잘 먹고 잘 살게 되는' 소설조차도 주인공에겐 온갖 재앙이 선사된다. 왜? 독자들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당신이 소설 속 주인공만큼이나 재앙들을 잘 넘어설 수 있다면야 몰라도, 보통은 무리다. 차라리 발광하다가 신의 장난감으로 전락하는 코스믹 호러의 주인공이 되어 버려있을 가능성이 높다.

신이 직접적으로 세계에 관여하지 않거나, 관여해도 다신교적 환경에서 서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는 환경이라면 당신이 이계에서 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12] 만약 당신이 이렇게 여러 신들이 존재하는 세계에 도착했다면 몇몇 신들은 먼 차원에서 도착한 당신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분명 당신은 이계에서 넘어왔고, 당연히 이곳에서도 이용가능한 이계의 지식이나 기술, 혹은 장비를 가져왔을 것이다. 신들이 당신의 그런 능력을 이용해 자신의 영향력을 넓힐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신도들에게 기술의 혜택을 주거나, 혹은 자신의 이상을 이루기 위해 당신에게 접근할 가능성도 물론 존재한다. 만약 당신이 신적 존재와 마주했다면 최대한 그에게 협조하도록 하자. 신의 비호를 받는다는 것은 이 세계에서 아무런 인연도 기반도 없는 당신에게는 그 자체로도 큰 축복이다. 당신이 충실하게 신의 명령을 이행한다면 다른 신도들이 당신을 지도자( 교주, 선지자)로 섬기거나, 여러가지 기적을 하사받을지도 모른다. 만약 당신이 신을 따르기로 했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이제 신의 선택을 받은 자다.

4.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13]

우선 ‘첫 접촉’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종교의 교리적 특성과 자신의 선호를 비교해보라. 만일 성직자 수도자 결혼이 금지된다는 교리가 있다면 이를 반드시 계산에 반영하라. 편견과는 달리 현실에서의 중세 가톨릭이 극단적인 신체적 고행을 한 것은 아니지만,[14] 성적인 금욕은 당대에도 현대에도 중요하다. 정교회 개신교, 이슬람, 유대교과 비슷한 느낌이라면 가톨릭보다는 널널할 것이다. 이쪽은 수도자의 결혼은 금지되어도, 일반적인 성직자는 결혼을 할 수 있다.[15] 꽤 존경받는 직업이므로, 어쩌면 당신의 이상형과 결혼할지도 모른다. 또한 아내 외의 다른 여자와 간통하는 것은 당연히 안 된다.일부다처제 혹은 일처다부제를 풍요나 노동력 집약 등의 의미로 허용한다면 그것도 문제가 줄어들긴 한다[16] 참고로 정결은 사제나 수도자뿐 아니라 모든 평신도들도 지켜야 할 사항이다. 예를 들어 가톨릭 신자들은 원칙상 부부관계를 벗어난 혼외 성행위, 자위행위, 음란물 이용 등을 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해당 종교의 교리에 대해 빠삭하게 통달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권위있는 교부(敎父)들이나 성인(聖人)들이 뭐라고 가르쳤는지 신속히 파악하라. 명색이 신학에 도전을 한 만큼, 평민들에게 가르치는 교화 수준의 내용이 아니라, 어지간한 현장 성직자 정도의 수준은 갖추어야 하는데, 어느 정도 이상의 전문 수준을 노리는 이상 난이도 상승은 각오해야 한다. 이쯤에서의 현실에서 중세 신학의 난이도를 대충 짚고 넘어가보자.

다음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쓴 《신학대전》의 일부이다.[17]
제10절: 성경은 한 자구(字句) 안에 여러 의미를 갖는가
병행문헌: 「명제론집」 제1권 서문 제5절, 제4권 제21구분 제1문제 제2절 제1소문제 제3이론에 대한 해답. 「능력론」 제4문제 제1절. 「임의(자유)문제토론집」 제3권 제14문제 제1절, 제7권 제6문제 전체.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제4장, 제7강 참조.

열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성경은 한 자구 안에 여러 의미, 다시 말해 역사적 혹은 자의적(字義的) 의미, 우의적(寓意的) 의미, 전의적(轉義的) 내지는 도덕적, 신비적(천상적) 의미 등 여러 의미를 내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사실 한 성경 안에서의 여러 의미는 혼란과 기만을 조성하며 논증의 견고성도 없게 된다. 따라서 의미가 다양한 명제들에서는 논증이 진행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런 논증에 따른 어떤 오류들이 지적된다. 그런데 성경은 어떠한 오류도 없이 진리를 드러내는 데 있어 효과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성경에서는 한 자구 안에 여러 의미가 전해지면 안 된다.
2. 그 밖에도 아우구스티누스는 「신앙의 유익론」에서 "구약이라고 불리는 책은 4가지로 전달된다. 즉 역사적으로, 원인론적으로 소급하여, 유비적으로, 우의적으로 전달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넷은 앞서 말한 넷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성경의 같은 자구가 앞서 말한 네 가지 의미로 해설되는 것은 적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3. 그 밖에도 앞서 말한 의미 외에도 그것들에 내포되지 않는 비유적 의미가 발견된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반론이 있다.
그레고리우스는 「도덕론」 제20권에서 " 성경은 그 화법 자체로 모든 학문을 초월한다. 그것은 같은 언사(言辭)를 통해 행적을 말함과 동시에 비의(秘義)를 나타내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나는 이상의 것에 답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여야 한다.
성경의 작가는 하느님이다. 하느님은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말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또한 사물 자체도 제공하는 능력을 갖는다. 그러므로 모든 학문에 있어서 말은 의미를 표현하는데, 이 학문은 말로 표현된 사물들이 또한 다른 어떤 것을 의미케 하는 고유성을 지닌다. 그러므로 말이 사물을 표현하는 첫째 표현이 첫째 의미에 속하는 것이다. 이런 첫째 의미는 역사적 내지는 자의적 의미다. 그런데 말을 통해 표현된 사물들이 다시 다른 사물들을 표현하는 의미 표현은 영적 의미라고 불린다. 그리고 이런 영적 의미는 자의적(字義的) 의미에 기초를 갖고 있으며 또 그것을 전제로 한다.
이 영적 의미는 3가지 모양으로 구분된다. 사실 사도도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 제7장 제19절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옛 법은 새 법의 상징이다." 그리고 디오니시우스가 「교회위계론」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새 법 자체는 '미래 영광의 상징'이다. 또한 새 법에 있어서는, 머리(그리스도)에서 행해진 것은 우리가 행해야 할 것들의 징표다. 그러므로 옛 법의 것들이 새 법의 것들을 의미한다는 데는 우의적 의미가 있으며, 그리스도에 있어서 혹은 그리스도를 의미하는 것들 안에 이루어진 것들이 우리가 행해야 할 것들의 상징이라는 데는 도덕적 의미가 있다. 그리고 영원한 영광 안에 있는 것들을 의미할 때는 천상적 의미가 있다.
그런데 작가가 의도하는 바는 자의적 의미이며, 또한 성경의 작가는 모든 것을 동시에 그 지성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자의적 의미를 따라 성경의 한 자구 안에 여러 의미를 발견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론」 제12권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부적(不適)한 것이 아니다.

1. 그러므로 첫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의미의 다수성은 다의성 혹은 (이와 비슷한) 다른 종류의 다수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하나의 말이 많은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의미들이 다수화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말을 통해 의미가 표현된 사물 자체들이 다른 사물들의 징표일 수 있으므로 다수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성경 안에서는 어떠한 혼란도 야기되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의미는 하나의 의미, 즉 자의적 의미에 기초를 갖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점에서만 논증이 이끌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아우구스티누스가 도나투스파인 빈센티우스를 반박하는 서간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우의적 의미로 말해지는 바에서 논증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로 인해 성경에서 어떤 것이 잃어버려지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영적인 의미 안에 내포된 신앙에 필요한 것으로서, 성경의 다른 곳에서 자의적 의미로 명백하게 전해지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2. 둘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여야 한다. 이미 말한 셋, 즉 역사, 소급적 원인, 유비 등은 자의적인 의미라는 하나에 속한다. 아우구스티누스 자신도 설명하는 바와 같이 역사는 어떤 것이 단적으로 서술될 때이고, 소급적 원인이란 말해지는 것의 원인이 지적되는 경우인데, 예컨대 「 마태오 복음서」 제19장 제8절에서 모세가 왜 아내를 버릴 허락을 주었는지의 원인을 주께서 직접 지적하시는 경우다. 그것은 그들의 마음의 완고함 때문이라고 하신다. 그리고 유비는 성경의 한 곳의 진리가 다른 곳의 진리에 배치되지 않는 경우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네 (의미) 중 우의적인 것만이 세 영적 의미를 위해 제시된다. 예컨대 성 빅토르의 위고는 우의적 의미 안에 신비적(천상적) 의미도 포함시킨다. 그는 그의 「명제론집」 제3권에서 세가지 의미, 즉 역사적·우의적·전의적(비유적) 의미만을 제시한다.
3. 셋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여야 한다. 비유적 의미는 자의적 의미에 내포된다. 그것은 어떤 것은 말을 통해 고유하게 표현되고 또 어떤 것은 형상적(形像的)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자의적 의미는 형상(形像) 자체가 아니고 형상화된 것이다. 예컨대 성경에서 하느님의 팔이라고 할 때 자의적 의미는 하느님이 이런 지체를 지녔다는 뜻이 아니고 오히려 지체를 통해 표현되는 것, 즉 작용의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확실한 것은 성경의 자의적 의미에는 결코 거짓이 내포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토마스 아퀴나스는 굉장히 문체가 명료하고 간결한 학자이며, 《신학대전》은 신학 입문자, 즉 애초에 신입 신학생 수준 [18] 의 선행학습과 지적 수준이 필요하다. 게다가 자신이 현장 성직자 수준을 넘어 교수, 신학자 정도 수준에 통달하고 싶다면 당연히 추가 공부와 연구가 필요하다. 게다가 당신은 라틴어 아랍어, 히브리어에 대응되는 언어, 다시 말해서 일상 생활에서 안 쓰이는 또 다른 새로운 언어로 이런 걸 공부해야 한다.

만약 도저히 신학으로 먹고 살 자신이 없고, 그렇다고 종교가 아닌 다른 분야도 망설여진다면, 이쯤 되면 항목명인 '신학'과는 멀어지지만 차라리 교회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몸을 보신하는 선택지도 있다. 아무리 지적 엘리트 집단인 성직자, 수도자라고 하더라도 수도원 내부에는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도 꼭 필요하고,[19] 그 정도는 지적 능력이 지극히 평범하더라도 도전해 볼 만하다. 당신이 정 현지 언어가 막히더라도 허드렛일은 어찌어찌 커버할 수 있다.

단, 이 경우도 주의할 점이 있다. 우선 도적떼나 이교도 무리에 주의할 것. 중세의 수도원은 요새화하거나 험한 산지에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중세 유럽은 치안이 불안정해 순례자들의 헌금을 쌓는 수도원도 습격받는 일이 많아서였다. 그러니 유사시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동료 수도자들과 무술 단련을 하거나 여차하면 도망갈 수단을 마련해야 좋을 것이다. 그 이전에 바깥 세상의 동향을 파악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방문객 등을 거쳐 끊임없이 외부의 정보를 모아야 한다. 실제 예를 들자면, 롱소드 검술의 강자들 중 한 명이 다름이 아니라 사제였던 한스 되브링어였다. 힘사제

4.1. 외전: 수도원

수도회를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언급하자면, 현실에서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 신자들이 먹고 살기 어렵고 취업 안 된다고 무작정 수도회에 입회하지는 않고,[20] 입회했더라도 수많은 독실한 젊은이들마저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간다. 당신이 판타지 세계의 수도회에 입회하고 싶다면 정말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당신이 세속적 쾌락에 미련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수도회의 'ㅅ'도 쳐다봐선 안 된다. 가톨릭을 예로 들자면, 어지간한 수도자들은 청빈, 정결, 순명[21]의 삶을 살아야 한다. 특히 수도자는 교회의 가르침과 수도회 장상의 지시에 순명[22], 한 마디로 상명하복, 절대복종해야 한다. 내키지 않는 소임이 맡겨지거나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 지시를 받아도, 마음대로 거부할 수 없다. 만일 당신이 떨어진 곳이 중세적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면 군대의 싸다구를 후려갈길 똥군기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한군두 '순명'과 그에 관련된 내용들이 은근히 갑질같아 보이는 면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면, 다음을 상기해보길 바란다. 중세 서구권의 경우 아예 차원이 다른 신분 및 사회배경의 자제분들이 가톨릭 고위직들을 싹쓸이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후술하겠지만 종교시설은 온갖 귀중품이 수북히 쌓여있는 곳이며, 특히 책이라는 건 대단히 비쌌기 때문에 금수저의 동원력을 바탕으로 한 접근성을 가졌었으며, 특히 수도원장 같은 경우 어지간한 영주와 맞먹는 세속적 권력을 가지기도 했었다- 특히, 수사가 일과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물자의 모든 조달은 전적으로 수도원장이 책임을 진다. 또, 가톨릭의 그러한 체계가 다듬어진 중세 시절은 워낙 문맹률이 높아서 라틴어를 읽을 수 있는 수사는 또 따로 있었고, 이렇다보니 주입식, 주먹구구식으로 통제를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게다가, 실제 수도회 회칙들을 잘 읽어보면 [23] 수도원장은 원칙적으로는 수도원의 수사들이 투표해서 뽑는 만큼, 대놓고 악을 행할 것을 명한다는 판단이 들지 않는 이상, 말 안 듣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이는 구도가 처음부터 존재한다. 다시 말해 수도원의 간부진들은 당시의 사회성과 맞물려서 상상을 초월하는 권한, 책임과 영향력을 가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그러한 다이내믹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수도회라고 해서 맨날 자리에 앉아서 기도만 하는 건 아니다.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만들어진 봉쇄수도회라면 모를까, 수도회마다 창설 목적[24]이 다르고, 주로 종사하는 사도직이 다르다.[25] 어느 수도회냐에 따라서 육체 노동으로 복음적 삶을 실천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육체 노동이 적은 수도회라고 하더라도, 설교자 위주 수도회의 경우 당신은 그 세계의 철학에 정점에 도달해야 하고 이단심문관으로서 불신자들을 모두 때려잡겠다는 크고 아름다운(?) 포부가 필요하고, 청빈을 매우 강조하는 수도회라면 심할 경우 당신은 온 종일 구걸로만 살아가야만 할 수도 있다. 만약 중세 수준이 아니라 대항해시대 정도나 그 이상의 문명 수준이라면, 세상의 끝까지 복음을 전달하기 위해 미친 듯이 구르다가 이역만리에서 순교할 수도 있다.

4.2. 번외: 기사수도회

사실 이건 엄밀히 말하면 '신학'과는 분야가 다르지만, 기사수도회에 입회하여 사는 방법도 있다(다만, 당신이 여성이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세의 기사단들은 모조리 기사수도회로, 곧 수도자가 무장을 한 집단이었다. 한국사로 따지자면, 승병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기사가 되고 싶다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 될 가능성이 큰데, 아무리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기한 인간일지라도, 중세의 기득권층이 미치지 않은 이상은 당신에게 공짜로 영지를 내어 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돈도 없고 인맥도 없는 당신이 기사로 성공하고 싶다면, 이 옵션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만약 일이 제대로 풀릴 경우, 한 국가의 군주 수준으로까지 올라갈 수 있다.[26]

게다가 이건 의외로 당신의 적성에 꽤 맞을 수도 있는데,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 체격은 중세 수준의 농노들과는 비교를 불허하고, 어지간한 귀족들보다도 영양 상태가 좋기 때문이다. 아무리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생일지라도 기본적인 체격이 좋으므로, 기사단 입장에서 당신은 꽤 좋은 잠재력을 갖춘 슈퍼루키일 수 있다. 물론 이쪽은 진짜로 전쟁에 나서는 사람들이므로, 성전(聖戰)에 참여하여 이교도 모가지를 베어낼 각오가 없다면 함부로 도전할 분야가 못 된다.

다만 '기사'수도회라는 점을 명심하자. 위의 수도회 항목에서 언급한 고위층의 자리 독식은 기사수도회가 훨씬 심했다. 튜튼 기사단의 예를 들면, 지도부이자 핵심 인원인 '기사형제'(Ritterbruder)들은 전부 귀족들이었고 평민 및 여성들은 그보다 낮은 '반형제'(Halbbruder)에 머물러야 했다.

자세한 건 판타지를 여행하는 현대인을 위한 안내서/군사학 문서를 같이 참조해 보자.

5. 인도 계통의 종교, 도 계통의 종교

불교, 힌두교, 도교는 위의 기독교 항목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몇몇 유념할 점이 있다면 먹는 것에 대한 금기가 기독교보다 빡세다는 것과 시대를 잘 만나야 한다는 점 등이다. 알다시피 일부 불교, 도교, 힌두교 종파는 고기, 오신채 등을 금지하고 금욕, 금혼하므로, 종교에 귀의코자 한다면 억지로라도 술을 끊고 채식주의자 겸 독신주의자가 되어야 한다.[27]

또한 초반에 탄압받다가 교세를 얻어 쭉 잘 나간 기독교[28] 이슬람교와는 달리 동남아시아 상좌부 불교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불교, 도교, 힌두교는 시대에 따라 지배층의 보호와 후원을 받는가 하면 탄압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당신이 슬립해 온 시기가 불교가 융성한 신라, 고려, 남북조시대, 당나라, 마우리아 왕조, 쿠샨 왕조 등의 시기라면 이 옵션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만일 불교, 도교가 쇠락하거나 탄압받던 조선, 명나라, 굽타 왕조, 이슬람 제국이나 무굴제국 따위의 이슬람 왕조 등의 시기라면, 이 옵션을 선택하는 걸 재고해야 할 것이다.

한편 당신이 이 옵션을 선택했다면 2가지 길이 있다. 만일 당신이 현지 언어에 능통하고 공부하는 머리가 있다면 학승(學僧)으로, ( 동북아시아 한정으로) 현지 언어에 서툴고 내성적이라면 선승(禪僧)으로 나가는 게 나을 것이다. 학승의 길을 선택했다면 일단 주요 불경을 줄줄이 암송할 정도로 꿰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 뛰어난 고승이나 구루들이 남긴 논서들에 대해서도 빠싹하게 알아야 한다. 거기에 수준급 토론 실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흔히들 불교, 자이나교, 힌두교 같은 인도 종교들은 참선이나 요가, 묵언 수행이나 하는 고요하고 신비적인 면만 있는 줄 알지만 그것은 일면일 뿐 그들은 한편으로 엄청난 논쟁과 토론을 거치며 교리와 계율을 정립해 왔다.[29] 심지어 요가의 가장 낮은 단계인 하타 요가조차도 어떠한 자세(asana)를 취하는 게 수행에 좋은 것인가를 두고 여러 요기들이 토론과 논쟁을 벌인 결과로써 정립된 결과물이다. 만일 당신이 승려 혹은 구루로서 제자들을 받아 가르치는데, 외부의 누군가가, 혹은 당신의 제자 중 누군가가 당신의 가르침에 반박해 들어온다면 당신은 죽기살기로 당신의 주장이 옳음을 밝히고 상대의 주장을 논리적이고 실제적으로 논파해야 한다. 당신이 토론에서 이기면 몰라도 지게 된다면? 당신의 제자들은 당신을 떠나 당신을 이긴 상대를 스승으로 모시게 될 것이고 당신은 짚둥우리에 씌여 밖으로 쫓겨날 것이다. 이때 당신이 거지 신세를 면하려면 자존심을 버리고 당신을 이긴 상대의 제자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다른 데에서 제자를 모은다? 당신이 토론에서 졌다는 소문이 그 일대로 퍼져 나가게 될 텐데 토론에서 진 당신에게 가르침을 구할 제자가 올 법할까? 이렇듯 인도 사상에서 토론은 단순히 자신의 지적 수준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당신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므로 토론 실력을 뒷받침할 만한 지식, 말빨, 논리, 문법, 수사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한편 선승의 길을 선택했다면 엄격한 규율과 함께 정좌한 자세로 어떠한 움직임 없이 장시간 가만히 있을 각오를 해야 한다. 물론 복권에 당첨될 확률과 같지만, 시대를 잘 만나 탁발승도 충분히 배곪지 않을 정도로 불교에 우호적인 시대라면 떠돌이를 하는 편이 가장 나을 수도 있다. 물론 어느 쪽이든 유사시를 대비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나, "그 마음을 가져오너라, 내가 편안케 해 주겠다." 같은 애드립은 외워두자.

다만 이 옵션도 사찰을 습격하는 도적들에게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정도의 무력이 필요하다. 중세의 가톨릭 수도원처럼, 불교, 도교의 사찰도 재물과 서적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도적들의 목표가 되기 쉽다. 게다가 사찰이 도시가 아니라 산중에 있다면 더더욱 위험하다. 그러니 이런 상황을 항상 대비하고 살아가야 한다. 소림사, 무당파가 괜히 무림의 태산북두로 추앙받는 게 아니다.

6. 유교

유교는 신적 존재가 등장하는 다른 수많은 종교에 비해 굉장히 이질적으로 종교적 성향을 가미한 철학으로 분류할 정도이기 때문에, 이세계에 이런 종교가 있다면 각별한 주의를 요구한다. "공자께선 괴력난신을 언급하지 않으셨다."는 구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교에서 섬겨할 초자연적인 존재는 그나마 조상 정도고, 그나마도 '그분들을 생각하는 슬픔에서 오는 예의범절'에 섬김의 초점이 맞춰져 있으므로, 유교에서 신이란 그야말로 법규 그 자체일 것이다.

당시 사회가 필요로 하던 예의체계와 규칙 자체가 종교가 되어버린 케이스이기 때문에, 이세계에서 이런 종교를 조우할 확률은 마찬가지로 미지수라고 할 수 있지만, 사회 전반에 스며드는 데 성공한 다른 종교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어찌보면 예와 규칙을 중시하는 유교적인 모습은 가장 조우하기 쉬운 종교의 모습일 것이다.

만일 당신이 슬립해 온 세계가 조선, 명나라 같은 유교( 성리학)에 바탕을 둔 관료제 사회라면, 종교 특성상 높은 확률로 제정일치에 가까운 사회일 것이다. 어찌 보면 기득권의 보호에 최적화되고, 옛 성현 운운하며 절대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종교이니, 그 세계의 공자나 주자에 해당하는 사람이 적어둔 사서삼경이나 《주자어류》 등을 달달 외운 다음 과거에 응시하여 크게는 중앙 정계로의 진출, 작게는 생원, 진사로서 향촌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하는 것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제도 문서를 참조해도 알 수 있듯, 과거 급제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SKY급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 따위는 애들 장난 수준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만큼 어렵다. 오늘날의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등을 위시한 고등고시를 예로 들어 비교를 해 보자.

먼저, 과거 시험을 본다 치면, 절대적이고 현학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동시에, 당장 나라에서 쓸 수 있을 만한 세수법이나 경작법 따위에 대한 제안을 내놓아야 하는데다가, 그 제안은 모두 옛 성현께서 영광스럽게도 비추어 놓으신 진리에 대입해 큰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 당장 비료가 없는 세계에 비료를 도입하자고 제안한다면, '옛 성현이 비료를 사용하신 기록이 있는가?', '없다면 비료가 세상의 이치에 합당한가?' 같은 걸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

현행 고등고시와 비교를 해 보자면, 당장 1차 시험에서 수험자가 갖는 본질적 논리에 대한 소양을 평가하고 2차 시험에서는 전공과목에 대한 석박사 수준의 심도 있는 통찰력을 요구하며, 3차 면접에서는 후술하는 국가정책을 기안하고 제출한 후 이를 시험관 앞에서 (최장)30분간 프리젠테이션까지 하여야 한다. 고등고시는 한 해에만도 문이과 졸업생을 합쳐 수만 명을 선발하는 SKY 합격여부와는 난이도에서 그 궤를 달리한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라. 과거를 보지 않더라도 경전에 통달하면 훈장 노릇하거나 덤으로 문맹자들에게 서류작성 같은 것들을 도우면서 밥벌이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단, (다른 경전도 마찬가지지만) 유교 경전은 양이 겁나게 많다는 것 정도는 인지해야 한다. 《논어》나 《맹자》는 한 권을 암송하는 데 약 4시간 정도 소요되는 물건들이지만, 유교 사회는 정교일치 사회인만큼 고위 관료 한 사람 한 사람이 주교급 스펙을 지니고 있었다. 그 당시는 사제들이 경전을 달달 외우듯이, 글을 안다는 것이 식자의 기본 소양으로 취급받던 시대다.[30] 또한 이 시대에는 주자의 해석이 절대적인 권위를 가졌고, 따라서 이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그 자리에서 사문난적으로 몰릴 테니 자나깨나 말조심, 글조심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교가 지배하는 시대에서 매우 매우 중요한 게 (禮)다. 여기에서 예는 반드시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간 상복 입고 상을 치르는 것 같은[31] 형식적 의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사람이 사회 생활을 하는 데 최소한 지켜야 할 바른 도리를 말한다. 그러므로 적어도 남에게 손가락질을 당할 만한 짓은 말아야 한다. 특히 사대부 사회의 일원으로 대접받으려면 더욱 철저하게 예를 준수해야 한다.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지만 만일 이 시대에 중2병 찌질이들처럼 싸가지 없는 행동을 한다면, 사람 대접도 못 받는다.

7. 새로운 종교 창설

당신이 안전한 몸보신만을 바란다면, 절대로 시도해서는 안 될 가시밭길.

이 옵션을 선택하는 경우는 크게 2가지 경우이다.

7.1. 당신이 신종교의 교주에 올라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절대권력을 누리고 싶은 경우

기본적으로 말빨, 카리스마, 인맥 등 개인적 카리스마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당신은 그래도 다른 종교의 창설자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당신이 '차원을 넘어온 이세계의 인간'이라는 점이다. 만약 당신의 차원도약을 목격한 사람이 있을 때 당신이 대처를 잘한다면 하늘의 사자, 신이 보낸 예언자 등으로 대접받을 수도 있다. 이것은 새로운 종교를 시작하는데 있어서 엄청난 어드밴티지이다. 비록 목격한 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더라도, 자신을 신/신의 권속으로 믿어주는 집단으로 종교를 출발하는 것과, 혼자서 교주를 칭하며 종교를 시작하는 것과는 밑바탕부터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점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대처를 잘못한다면 사이비 종교 내지는 사악한 요술을 쓰는 악마라고 몰려, 신의 이름으로 '악마의 공개 처형'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말을 불신할 것이다. 이세계의 인간이라는 조건은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과 구분 또는 차별점일 뿐이지, 그 자체로 당신의 목표달성을 보장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성공한다면, 이세계는 대대손손 당신을 찬양하겠지만 성공 확률이 절대 만만치가 않다. 우선 기존의 기득권층과 종교권력들은 당신을 견제할 것이며, 분노한 광신도의 공격에 당신의 목숨은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다이나믹하고 익스트림한 인생이 될 것이다. 인조이 익사이팅

7.2. 자신이 현실세계에서 가졌던 믿음을 판타지세계에서도 가지고 싶어서, 새로운 종교[32]를 창설하는 경우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실에서 번성한 종교라고는 하지만, 당신이 믿는 종교를 판타지 세계의 주민들도 순순히 믿어준다는 보장은 없다.

현실을 예로 들어보겠다. 기독교를 로마가 국교로 선포하고 로마가 주변국들을 정복하지 않았다면, 기독교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오히려 변방의 한 종교 분파로 잊혔을 공산이 크다. 삼위일체 교리가 그렇게 크게 자리잡은 이유 중 하나는 삼위일체파 기독교를 믿는 프랑크족이 프랑스를 통일해서 그런 것이며, 심지어 러시아 정교회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윗선으로부터 백성 관리와 왕권 강화를 위해 주입식으로 도입되었다. 또한 이슬람도 이슬람 제국이 있어서 국가적으로 전파해 현재의 이슬람이 있을 수 있었고, 불교 같은 종교도 당나라가 퍼뜨렸다. 이 세상에 널리퍼진 종교 중에 '제국' 없이는 성립되는 경우가 없었다.

여성들은 아무리 상류층이거나 부유해도 일단 신체적 능력부터가 남성보다 절대적으로 떨어지며, 이로부터 발생하는 권력 차이[33]를 메우는데에 매우 적합한 '신통력'이니 '기적'이니 '구원'이니 '약자들을 축복하고 강자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냈다'느니 하는 이야기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겠지만, 어지간히 무자비하고 아쉬울 것이 없는 기득권 남성들은 착취나 지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당신의 사상을 무조건 배격할 것이다. [34] 다시 말해, 현대적으로 변한 교리는 당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에 배격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35]

과연 그들이 다른 세계의 메시아/ 부처/ 예언자를 받아들일까? 우리 입장에서야 일반적인 종교겠지만, 판타지 주민의 입장에서는 엄연히 신종교다. 우리의 세상에서도 과거에 그랬고 지금까지도 그렇듯 당연히 기존 종교들의 엄청난 반발과 무력충돌, 심하면 전쟁까지 각오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당신은 구약의 예언자들이나 신약의 예수처럼 기득권층에게 모함을 받아서 끔찍하게 처형을 겪을 수도 있고, 무함마드처럼 추종자들과 함께 고향에서 쫓겨날 수도 있으며, 공자처럼 수레 한 대에 몸을 맡긴 채 세상을 떠도는 역마살이 들 수도 있다. 당신은 이러한 많은 난관들을 크고 아름다운 신앙의 힘으로 이겨나가야 한다. 말 그대로 당신은 십자가를 등에 짊어진 채 나아가야 한다. 그나마 좀 고생을 덜 하는 길은 석가처럼 본인이 높은 신분으로 태어나든지 파울로스 같이 기득권층에 있는 사람을 포섭하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모으다 보면 교리에 대한 이견이나 집단 내 파벌형성 등으로 인해 데바닷타 유다 같은 내부의 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리고 현실적인 몇 가지 문제도 있다. 당신이 가톨릭이나 정교회의 신자라면, 현실의 주교들과 연락할 방법이 없으므로 사도전승이 끊어진다. 또한 이든 간에 당신이 현실의 그 많은 경전들을 들고 오진 못했을 것이며[36], 교리에 통달할 확률도 낮을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창설하는 종교가 엄밀히 말하면, 현실의 종교들과 비슷할 순 있어도 완전히 같은 종교는 아니다. 설령 최대한 비슷하게 종교를 복원했다고 쳐도 그 이세계의 종교가 세월이 지난다면 자연히 거의 딴 종교로 바뀌기 마련이다. 주교님이 오지로 성경배달 가다가 이세계로 넘어왔다면? 그러므로 '현실과 똑같은 종교를 믿고 싶어'라는 당신의 바람은 안타깝지만 이루어질 수가 없다. 하지만 '비록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나의 신/나의 종교를 믿고 싶다'라는 마인드라면, 이 옵션은 꽤 고려할 가치가 있다. 현실의 경우 카쿠레키리시탄의 예가 있다.

그래도 장점은 분명히 있는데, 이 방법은 선교 내지 표절의 방법을 취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원전을 알고 있는 상황이라 교리 정립의 난이도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단편 소설 한권을 쓰는 것만 해도 머리 터지는 일인데, 명백히 볼륨이 더 큰 종교의 경전을 작성하는 것은 더욱 못할 일이다. 하지만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아무리 나이롱 신자(…)였어도 자신이 믿는 교리에 대해서 대강은 들은 바가 있을 터이니, 이를 바탕으로 해서 러프하게 교리의 스케치를 그려 나간다면 경전의 정립에 있어서 훨씬 쉬워질 것이다.

또한 현대에도 살아남은 메이저 종교들은 천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교도 내지 무신론자들과 교리, 명분론 배틀을 벌여왔으므로 고도의 신학 연구 수준과 교리 합리화 방법을 가진 경우가 많다. 개인이 스스로 생각하고 체득하는 것보다는 선대의 사례를 학습하거나 연구하는 것이 명백히 쉽다. 이를 열심히 연구하고 관심을 가졌던 열성 당원 신자라면 판타지 세계의 이교도들과 교리 배틀을 벌이고 설전을 벌여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비단 교리 배틀이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세계 종교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어 모으는 감정적인 지점이 있다. 자기희생의 서사가 한 사례. 또한 흔히 국내에서 기독교와 불교를 가리켜 " 사랑 자비의 종교" 라고 부르듯이, 세계 종교들은 으레 보편적 가치를 포함하게 마련이기에 (그러니까 천 년이 넘게 살아남은 것이기도 하고) 이런 부분에서 이세계인들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부분들도 의외로 많을 수 있다. 예컨대 어느 종교에나 "탐심을 갖지 말고 검소하고 근면 성실하게 살라"는 말은 어지간하면 다 있다. 더불어 이런 종교들은 자기 자신에게 적용할 규율(discipline)이 강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 역시 인생을 진지하게 대하는 이세계인들이 관심가질 만한 부분이며, 심지어 (딱히 국교가 없던 사회일 경우) 권력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규율적 측면을 통해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통치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반길지도 모른다.

보편 종교들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해 이어서, 무력을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사람들을 포섭한답시고 이들에게 아부를 하다 보면 민중의 관심사나 자발적인 지지로부터는 멀어지게 되어있으며, 그러한 악명이 너무 쌓이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예를 들어 현실의 기독교 같은 경우에는 예수가 이를 경고하는 내용이 신약성서에 나온다.

다만 타종교의 신이 실재하는 세계라면 성공하기 매우 힘들 것이다. 다른 신들은 신탁 내리고 현신하고 튀어나오는 반면 우리가 믿는 신은 애초에 세계관이 달라서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에는 유일신계 종교보다는 개인의 수양을 중시하는 불교가 아무래도 좀 나을 것이다.

7.3. 판타지세계의 변수, 마법 그리고 신의 존재

당신이 떨어진 판타지 세계는 신과 기적을 다루는 성직자가 이미 자리잡고 있으며, 마법이라고 하는 개인이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이적이 당연시되는 세계일 것이다. 당신이 특히 신과 관련된 현상을 다루는 교단을 새로이 세우고자 한다면 당신이 믿는 - 혹은 있다고 주장하는 - 신적 존재가 힘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임으로써 이 경쟁자에 맞서야 한다. 예를 들자면, 현실 세계의 기독교만 하더라도 예수부터가 단순히 시대를 한참 앞서나간 사상가가 아니라, 말 한마디로 문둥 병자나 10년 넘게 피를 흘리던 여자를 고쳐주고[37], 중풍 환자를 일어서게 하고, 사자후 한 번에 폭풍을 잠잠하게 하는 등의 초자연적인 능력을 선보였다.[38]

하지만 마법이 없는 세계에서 온 우리들은 신의 권능, 마법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부릴 수 있다고 한들 제약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실 세계의 기독교가 대표적으로 그 기적을 발휘하는 데에 있어서 페널티가 몇 가지 존재한다 [39]. 만약 신통력이나 기적으로 보일 만한 무언가를 자유자재로 예측가능하게 발휘하는 것은 둘째치고, 발휘하는 그 자체에 실패했다면, 자신이 믿는 신의 존재를 입증하는데 실패했으니 기존 교단의 조롱거리로 끝나는 것이 그나마 가장 양호한 결말일 것이고, 심할 경우 추방/박해/처벌/사형을 당하거나, 최악의 경우 이교도를 산제물로 바쳐 힘을 얻는 악신 계열의 교단에 납치당해 산제물이 될수도 있다. 단, 실제 종교를 예로 들어 볼 때[40], 일단 기적 그 자체는 신앙의 씨앗을 뿌릴 수는 있어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며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아예 기적이 없으면 판타지 세계관에서는 씨조차 뿌릴 수 없겠지만.

정말 신통력이나 초월자의 권능을 손에 넣거나, 아니면 최소한 그 정도의 납득이 갈 만큼의 현실 세계의 지식을 손에 넣었서 발휘하거나 했다면[41] 당신이 믿는 신의 존재도 증명한 셈이니 이제 교단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조직화된 종교라는 것은 정치적 도구로서의 역할이 있는 만큼, 판타지 세계에서의 종교로 인한 신통력은 아무래도 여성들에게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언급하겠는데, 여성은 쟁기로 밭을 가는 전근대 사회에서는 신체 능력상의 차이로 인해 무조건 남성에게 한 수 접고 들어가게 되어 있으며, 이는 사화 계층을 막론하고 적용된다. 현실 세계의 격투기를 예로 들자면, 영춘권 브라질리언 주짓수가 여성들을 상대로 '수련만 해두면 완력만 믿고 나대는 일반인 남성은 체급 차이를 불문하고 확실히 제압할 수 있는 기예'임을 광고하는데, 판타지 세계의 신통력은 기사나 영주들처럼 격투기 훈련에 목을 멘 남성도 제압 가능할 정도의 무궁무진함을 가질 것이다.

허나 위에 써 있듯이 고생은 오히려 이것으로 시작이다. 당신이 살아있는 사이에 교단만 정비하면 지금까지의 고생을 전부, 혹은 일부나마 보상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당신의 종교에 대한 열망 or 부귀영화에 대한 열망을 이룰지 못할지는 원래 인생이 그렇듯 살아봐야 알 것이다.

7.4. 철학, 심리학, 인류학 적용 예시

철학, 심리학, 인류학적 개념들은 종교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다. 실제로, 현존하는 주류 종교들이 그러한 생명력을 가진 이유도 그런 쪽에서 진짜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떨어진 세계에 맞춰서 종교를 '창시'한다 치면, 다음을 상기해두면 좋다.
  • 대중성과 접근성을 위해서는, 복잡한 용어나 학술적 저술보다는, 그러한 메시지를 가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 모음집이나 밈을 만들어서 퍼뜨려라. 예술에 조예가 있다면, 운율을 맞춘 시집이나 노래로 만들어서 퍼뜨리는 것도 좋다. 현실 세계의 기독교의 예시를 들자면, 성경만 하더라도 '이것이 삼위일체다'하는 이야기는 결코 없으며,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론'만 하더라도, 얼핏 보면 그냥 1인칭 회고록인 것 같지만, 그러한 접근성 밑에 21세기에도 유효한 심리학, 철학, 신학적 떡밥들이 가득 채워져 있으니 걸작 취급을 받는 것이다. 일본 불교의 경우에는 가나 교육과 교리 정리를 동시에 해결하는 이로하 노래가 있으며, 이슬람의 꾸란도 그 쪽으로 신경써서 만들었다.
  • 그렇다고 고급 주석이나 저서가 쓸모 없다는 것은 아닌데, 전문가들이나 식자층을 상대로 한 엄밀함과 견인력을 발휘할 때 그렇다.
  • 책임, 평등. 특히 폭군이 등장했을 때에는, 결국 밑선에서 단합해서 이를 몰아내야 하는데, 이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신분/지위를 초월한 존재라 할 지라도, 인간의 법에 따라 심판받을 수 있다'는 것과, ' 통치의 수준은 피지배층이 결정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 '책임'에 대해 미시적으로 더 이야기하자면, 자발적 순종, 선택, 책임을 중요시하는 화술을 보급시켜라.
  • 인신공양을 근절시킬 수 있을 만한 설득력이나 교훈을 가진 이야기를 만들어서 보급시키거나, 그러한 설정을 덧붙여라.
  • 해 보고 '도움'이 되지 않는 사상이나 관습들을 배격하는 사상을 보급시켜라; 동시에, 장기적인 정책이나 비전은 대개 단기적으로는 '손해'가 따르기 마련이기에,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그에 대한 자발적 지지를 확보할 것인 지에 대한 생각도 해 놔야 한다.
  • 신경과학적으로 말하자면, 단순히 하루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도 디폴드 모드 네트워크 때문에, 불안 장애 까지는 안가더라도, 불안감을 느끼기 쉬운데,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 쉽게 된다. 따라서 일부러 운동을 해서 체력을 기르듯이 일부러 마음을 가다듬고 불안감을 다스리며, 자기조절능력을 키워야 한다. 실제 종교의 예를 들자면, 성무일과, 참선, 운기조식 등의 행위들이 노리는 효과들이 다 그런 쪽이며, 평신도들도 성직자 계층에 의존하지 말고 그러한 행위를 스스로 하거나 참여하는 것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해라.
  • 감정지능에 해당하는 내용을 (당신이 떨어진 세계에서 사용되는 개념들이나 용어들에 맞게) 각색해서 보급시켜라. 요컨데, 자기조절능력의 원리 중 하나는, 특정 감정을 무조건 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본인의 감정은 본인 안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정확히 직시하고, 그 감정을 느꼈을 때, 동요하지 않고 '익숙'하게 받아들임으로서, 그것이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 전례를 기획할 때, 시, 청, 후각적 요소들을 최대한 동원해 예술성을 극대화시켜라.
  • 문맹률을 퇴치하려면, 교육 자체가 '식자'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며, 오히려 모두의 의무라는 인식을 일단 심어야 한다. 교리를 이용하면 이를 아주 간편하게 퍼뜨릴 수 있는데, 현실 세계를 예로 들자면, 북서유럽의 국교회 문명권 국가들 [42] 의 경우, 만인사제설이 의무교육을 정당화하는 신학적 장치로서 작동한다.
  • 정확한 상황 파악, 그리고 남이 '이것이 사실이다'라며 떠먹여주는 것에 얽매이지 않는 것을 중요시하는 개념이나 교리를 퍼뜨려라; 그를 '수행 방법'으로서도 퍼뜨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 현실의 예를 들자면, 실존주의, 이기일원론, 과정철학, 인지행동치료 [43] 등이 있다. 참고로, 주어진 상황을 구체적으로,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난이도를 자랑하는데, 인식된 상황을 전달하는 단어를 고를 때, 그 단어의 의미들이 머릿속에 있는 것을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는 보장부터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심리학 예시의 경우,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분리뇌 환자들의 '작화' 현상 참조.
  • 페미니즘 비슷한 걸 구현하고 싶다면, 그 쪽 세계 기준으로 정확히 어디까지 여자의 유능/무능 여부가 존재론적인 문제로 다루어지는 지를 파악하고, 그를 뒤집어라. 예를 들어, 여자'라서' 성력을 쓸 수 없다는 인식이 판을 치면, 어지간한 남자들보다도 성력을 잘 다루는 여자 성직자를 키워내는 식.
  • 백신 비스무리한 효과를 가진 버프 마법을 연구하고, 애를 낳으면 성직자를 불러서 버프를 받는 교리를 만들어라. 영아사망률을 낮추지 못 하면, 다른 사회적 공헌이 있거나, 섣부른 출산이 오히려 정치적인 문제로 이어질만한 위치에 있는 게 아닌 이상, 출산으로 연결될 수 없는 성행위를 섣불리 배격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결코 납득시킬 수 없다- 그것이 자위행위라 할 지라도.
  • 주색잡기, 정확히는 저 셋이 겹치는 것을 경계하는 교리를 보급시켜라. 특히 저 셋은 실제 세계에서도 범죄 조직들이 세트메뉴로 엮어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 마약은 심리치료 효과가 '있을'지언정 [44], 부작용이 매우 심하니, 이를 근절하는 교리를 만들고, 안정이나 각성 효과는 있을 지언정, 부작용은 적거나 없는 식물을 종교 행위의 일부로서 복용하는 문화를 보급시켜라.
  • 당신의 교리는 그의 실용성을 얼마나 설득력있게 전달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따르자니 이득은 없지만, 안 따르면 불이익만 생긴다'고 인식하게 되면 사람들은 거부감을 표할 것이다.
  • 만약 당신의 종교가 얼핏 보기에는 사소한 교리상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의 규모가 학술적 논쟁이라고 보기는 힘든 정도에다가 심지어 권력자 계층에서도 일제히 당신에게 반발하려는 정황이 보인다면, 당신의 교리가 어떠한 실질적인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패악질을 대놓고 정당화하는 교리를 전개하다가 논파당한 실제 사례로는 바로 영지주의가 있다.
  • 특히 대인 관계에서는, 상대가 섣불리 그것을 '의도'했다고 생각하는 것 부터가 본인이 겉잡을 수 없는 불행으로 치닫는 주요 원인이 된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상황에 있어서, 상대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최대한 상대의 '무능'에서 찾도록 교육시켜라.
  • 불편한 감정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되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수양법을 교육시켜라. 사람들은 두려움을 마주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데, 특히 편견, 차별과 혐오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표면적 '분노' 밑에 감추어져 있는 '내가 이해하지 못 하고 다루지 못 하는 힘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차별'당한' 사람들을 위로할 때에도 유용하다.
  • 각종 편향에 대한 내용, 그리고 그를 극복하고 정확한 상황 판단력을 기르는 것도 '종교'를 통해 가르치기에 훌륭한 주제.
  • '광범위함', '포괄성'을 포기하는 대신, 문어적 견인력을 끌어올리는 학풍을 만들어라. 실제 세계의 심리학자들도 떡밥 자체는 의외로 철학이나 신학에서 퍼 온 경우가 많지만, 그들의 '차별성'이라 하면, 그러한 떡밥들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문어적으로, 그리고 귀납 논법에 의거한 '실험'을 통해 녹여냈다는 것이다.

7.5. 교회학

이것은 조직의 구조와 운영 자체에 필요할 것이다.
  • 명색이 종교인 만큼, 기득권이 싫어할 만한 노선을 표방하게 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떨어진 곳의 정부는 조직의 신학, 경전 등에 대해서는 정황을 막론하고 간섭할 수 없도록 하라. 또, 당신 조직의 성직자들은 정부의 법에 항의할 권리를 분명히 챙겨 두어라.
  • 대신, 당신 조직의 성직자들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당신이 떨어진 곳의 정부는 당연히 이에 대해 개입을 하고 싶어할 것이다. 따라서, 재산 문제나 형사 처벌 문제에 대해서는 합당한 사유가 있다면 간섭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라. 당신 조직의 성직자들은, 항의할 권리와는 별개로 정부의 법에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도. 당신이 떨어진 곳 주변의 세속 정부들의 신뢰성이 어지간히 막장이라면 몰라도, 막무가내로 정부의 개입을 불허하기만 하면, 잉글랜드 스웨덴, 덴마크처럼 아예 국가 차원에서 해당 권한을 스스로 부여하거나, 프랑수아 1세 카를 5세 같은 통치자들이 당신이 떨어진 곳 주변에 있다면 당신에게 칼을 겨눠서라도 그러한 권리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 정부는 형사 처벌 빼고는 조직 내부의 인사권에 개입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라; 만약 정부 측에서 당신의 조직의 고위 성직자를 임명하는 의례를 도입하고 싶어한다면, 정부가 당신의 조직의 성직자들에 대해 세속 법률에 의한 형사 처벌 권한이 있다는 전제하에, 해당 의례의 과정이나 절차 도중 정부 측에서 실질적인 비토 [45] 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전부 궤뚫어보고 막아야 한다. 이걸 제대로 막지 못 하면, 나중에 분명히 흑역사를 남길 일이 생긴다.
  • '순명'은 쌍방향으로 적용시켜라- 예를 들어, 평신도는 성직자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대신 새로운 성직자의 서품에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식. 내부 규율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예를 들어, 수도자는 수도원장의 말을 따라야 하는 대신, 새로운 수도원장을 투표로 뽑을 수 있는 식.
  • 당신의 종교에서 혈연에 의해 '상속' 내지는 '계승'되는 요소들이 생기는 것을 막으라. 당신의 조직의 성직자는 활동에 필요한 조직 재산 [46] 을 '빌릴' 뿐이며, 이 '대여권'은 얼마든지 회수 가능하며, 양도, 상속하거나 판매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철저히 단속하라. 성직자의 아이는 성직을 혈연에 의해 '상속'받을 수 없음도 분명히 해 두어라.
  •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성직자는 조직의 재산을 조직의 방향이나 방침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쓸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러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판단되면 그러한 책임을 진다는 것을 분명히 명시하라.
  • 성직자와 평신도간의 관계, 특히 성적 관계에 대해서는 어디까지가 괜찮고 어디까지가 안 괜찮은지 케이스 스터디를 동반한 교육을 몇 가지 분명히 해 두어라. 성직자와 성직자간의 관계도 마찬가지. 현실 세계의 예를 들자면, 이를 소홀히했다가 이런 꼴도 날 수 있다.
  • 내부 고발의 익명성과 증인의 신변 보호를 보장하는 대신, 이것은 정치적인 모함을 위해 남용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교육시켜라.
  • '뇌물'이라는 개념을 만들어서라도 보급시켜라. 대놓고 불순한 의도의 뒷돈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일상 생활에서의 사소한 간식이나 음료 한 잔이라도, 당신 조직의 성직자가 그를 바탕으로 그것을 제공한 쪽에게 특혜를 베푸는 것으로 이어지면 그것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뇌물이다.
  • '교회법'으로서 공문화된 모든 것은 철저히 지키는 조직 문화를 보급시키되, 조직이 경직되는 것을 막으려면, 해당 법을 따르는 데 있어서 어느 계층이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정확히 적어두어라.
  • 당신 조직의 '교회법' 중에 '사문화'된 것, 즉, 현장 사목에서의 실질적인 효력은 엾지만 역사/문화/학술/기타 이유로 인해 남겨두는 내용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표식을 해당 법전 본문에 명확하게 남겨놓도록 하라. 아무리 공식적으로 '사문화'된 것이 있다 할지라도, 그 결과가 구전으로만 전수되게 되면, '외부인' 입장에서는 당신 조직의 '내부인'이 당신 조직의 교회법을 따르지 않거나, 심지어 비대칭 정보를 바탕으로 횡포를 부린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 아무리 직급이 높다고 하더라도, 특히 정점에 있는 사람 중간에 있는 사람의 관할을 멋대로 '전복'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것이 '비밀리'에 투입된 인력이라면 모를까, 이렇게 '크게는 같은 조직' 소속이면서 ' 그 동네' 차원에서 제대로 제어, 제제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경우 나중에 일이 꼭 터진다.

8. 현실은 시궁창/주의사항

종교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자신을 최대한 버렸으며 남을 위해 헌신하며, 바로 이것이 종교가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존경의 원동력이다. 그런데, 한 나라에서 '주류'로 인정받고 밀어주게 되는 경우, 특히 단순히 후원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의 입장이 해당 종교에 근본적인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놓고 신분제를 나누고 차별하는 인도의 힌두교는 물론이고, 당장 중세의 가톨릭의 경우만 봐도 대놓고 귀족이 고위직을 싹쓸이했으며, 그에 걸맞게 고위 사제가 세속적인 권력도 겸비했으며, 그에 따른 신분빨을 바탕으로 굉장히 억압적인 상명하복 체계가 자리잡게 되었다. 교황 그레고리오 7세의 개혁을 통해 공권력이 사제 임명에 끼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 데에 성공한 가톨릭과는 달리, 정교회는 공권력이 고위 사제 임명에 훨씬 더 직접적인 영향을 훨씬 더 오랫동안 끼쳤다.

본문에는 '먹고 살 길이 없어서 입회하는 수도자들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적혀 있는데, 특히 상업이 활성화되기 이전 전근대 사회의 경우에는 (금욕을 내세운) 종교 시설이라는 것은 물려 줄 가업, 토지나 제위가 없거나, 장애가 있는 등[47] 활로에 도무지 답이 없으며, 따라서 출산(즉, 독립된 가정형성)에 제한이 있는[48]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된다. 오늘날의 '남아도는' 혹은 '후계에서 밀려난' 금수저 인력들은 적당히 집안에서 용돈 받아먹으면서 창작 활동, 인권운동 등에 투신하지만, 상업이 활성화되기 이전의 '남아도는' 금수저 인력들은 종교시설에 투신했다.] 사람들[49]나중에 낳은 자식일수록 이러한 요건에 부합된다. 의외로 오늘날의 성소수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옛날에는 종교시설로 많이 몰린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는데, 나중에 태어난 댓가로 물려줄 가업이나 토지가 없는 데다가, 나중에 태어날수록 반이성애적일 확률이 올라간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또 스스로가 애를 낳기 싫어할 확률이 더더욱 높으니 모든 게 맞아떨어진다.][50](가톨릭) 수도회에 입회하는 젊은이들이 갑자기 늘어나고 있다. WASP의 P가 Protestant, 특히 국교회를 의미하는 P일지언정, 미국의 가톨릭 교세 자체는 가톨릭권 이민자들 및 그 후손들의 영향 덕에 결코 무시할 게 못 된다.]을 수용하는 역할을 맡았다.[51]어지간한 일반인들은 도를 닦는 -즉, 힘들게 공부 및 노동하고, 금욕 (사람들이 간과하는 건데, 성욕 뿐만 아니라 식욕도 포함된다) 하며 참선/기도를 해야 하고, 사유재산도 마음껏 모을 수 없고 개성도 멋대로 부릴 수 없는- 생활을 꺼림칙해하며, 이는 지극히 정상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어지간한 일반인'이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이것의 여파는 크게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먼저, 나이도 팔팔하며, 부양해야 할 가족 걱정 따위 안 해도 되는 데다가, 의외로 싸움도 잘하며, 평균을 훨씬 웃도는 교육수준을 갖춘 건장한 어른들이 득시글거린다. 소헤이, 성전기사단, 튜튼 기사단 등이 의외로 국가 차원에서 통제하기 곤란한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며, 엔랴쿠지를 불태운 일본의 오다 노부나가, 숭유억불 정책을 편 조선의 이성계나 성전기사단을 숙청하고 성직자 과세를 시도하며 교황청에 정면으로 도전한 프랑스의 필리프 4세, 교황청에 군사를 데리고 가서라도 프랑스 가톨릭 교회를 사실상의 국교회로 만들어버린 프랑수아 1세, 토지 문제로 정교회와 정면으로 싸운 바실리오스 2세, 수도원들을 철폐하고 재물을 빼앗은 영국의 헨리 8세, 심지어 20세기에 러시아 정교회의 재산을 압수한 블라디미르 레닌 등이 그러하였던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 다시 말해, 어지간한 종교 단체들이 내세우는 청렴과 경건함과는 180도 다른 여건이 형성되기 쉽다.[52]

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만큼 온갖 인권유린 문제나 닫힌 사회 문제가 의외로 적나라하게 적용되는 곳이 바로 종교다. 얼핏보면 종교가 그렇게 큰 존경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사실 그만큼 온갖 사건과 부정부패를 조직 차원에서 은폐해서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이다.[53]

인권유린 문제를 몇 가지 나열하자면, 도를 넘는 갑질부터 시작해서 불교의 경우는 죽비좌선 중 조는 승려를 그야말로 폭행[54]외부인의 보는 눈 없이 승려들끼리만 모여 있는 환경에서 ]하는가 하면, 동자승을 안 받는 이유가 아동 성폭행 때문이라는 것은 뉴스를 조금만 뒤져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로마 가톨릭의 경우에는 모라 오'도노유, 도리스 바그너 등이 폭로한 수녀 강간 문제가 있으며, 심지어 중세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매우 의심스러운 정황 하에, 혹은 굉장히 뜬금없이 화형을 당한 수녀들도 있다.[55] 그리스 정교회의 경우에는 수사들간의 부적절한 동성 관계 문제가 폭로된 바 있다.

언급했다시피 종교 시설들은 의외로 귀중품들을 많이 쌓아놓고 있다. 당장 경전부터가 꽤나 비싼 물건에 속하며, 불상, 이콘, 촛대, 금속제 십자가 등 온갖 의례용 소품들, 그리고 판타지 세계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마력 및 신통력을 위한 매개체 등의 경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종교시설 자체는 의외로 부유하다는 것에 이어서, 경제적 논란의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성직이 돈을 못 번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한국 가톨릭의 경우 공식 연봉과는 별개로 '빨랑카'를 위시한 뒷돈을 의외로 짭짤하게 챙긴다. 또, 세례성사, 견진성사, 혼인성사 등의 경우 다 추가비용이 들어간다.[56] 러시아 정교회의 경우, 키릴 1세부터가 비싼 브레게 시계를 차고 다니다가 논란이 된 적 있으며, 수단을 입은 상태로 온갖 명품을 자랑하는 인증샷을 찍은 어느 신부의 논란도 있었다. 미국 성공회의 경우 신자 감소니 제정난이니 떠들어대는 것과는 별개로, 로스앤젤레스의 본당 주임신부가 헌금만으로 약 3억 정도의 연봉을 우습게 챙기며, 심지어 이는 평신도들에게 버젓이 공개된다. 불교? 특히 일본 스님들이 얼마나 부유한 양반들인지 한 번 조사해보기 바란다. 종교 자체가 어느 정도 이상의 신뢰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종사자 본인들이 잘 알고 있으며, 똑똑한 사람들이 마음 독하게 먹으면 뒷돈을 아주 갈퀴로 긁어모은다. 신용카드 몇 개씩 긁어가면서 무리하게 고급차를 타는 사람과, 허름한 옷차림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바치는 어마어마한 뒷돈과 귀중품을 쌓아놓은 사람 중 어느 쪽이 실제로 더 경제력이 막강한지 생각해보기 바란다.[57]

그리고, 세속의 사회복지사들도 이따끔 성추문을 터뜨리는데, 과거의 사회복지사인 종교인들이라고 별 다를 거 없으며, 심지어 가톨릭같은 경우 조직적인 차원에서 은폐에 신경 쓴다. 어지간한 기독교 종파들은 물론이고[58], 심지어 불교도 고려시대때 성추문을 꽤나 거하게 터뜨린 적이 있다. 금욕이니 금딸이니 하는 것은 수도승들이나 수사들이 걸린 걸 생각해보면[59] 경건함은 둘째치고 '이곳은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공식적인 후사를 남길 수 없거나 개인적인 이유로 공식적인 후사를 남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 임을 광고하기 위함이 더 크다고 차라리 볼 수 있다.[60][61]
다시 말해 위선으로 점철된 질서 악 성향이 가장 판치기 쉬운 환경 중 하나가 사실은 바로 종교, 특히 국가가 뒤를 봐주며 체계화된 종교다. 종교인의 모범적이고 경건한 모습과는 180도 다른 부조리나 권력 암투 등에 실망해서 들고 일어나겠다? 죽음도 불사할 각오를 해야 한다. 존 위클리프가 그나마 온전하게 목숨을 부지했는데, 감히 교회의 권력에 도전하는 위험천만한 발언을 했음에도 오히려 세속 정부가 교회에게 불만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사후에 유골이 부관참시되었다. 마르틴 루터는 교회의 묵인 하에 자객들에게 미행당한 적이 있으며, 나머지는 싸그리 사형당했다.

신학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오히려 신앙심이 바닥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신학 서적들을 뒤져다보면 별 시덥잖은 차이점을 가지고 상대를 공격하거나, 사회에 자신의 유익함을 증명해보이려는 시도나 태도는커녕 '절대적 진리'나, 그 외 전혀 현생에 유익하지 않은 형이상학적 설정놀음이나, '정통성'이나 '정당성' 및 '옳음'에 목을 메고, 의심과 물음, 불일치를 용납하지 않는 등의 행위는 모두 인간의 편가르기 및 야욕과 지배욕으로 설명할 수 있다.[62] 마르크스가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라는 비판을 시전한 이유도 위선적인 종교인들이 지배와 억압을 정당화하는 신학을 전개해서[63]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지배적/억압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신학 체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종교라는 것을 자기네들만을 위한 최저기본소득 수단으로밖에 보지 않는 기성 신학자들의 공격은 물론이고, '정교 분리'라는 개념이 없는 동네라면 그들에게 동조하는 세속 권력층까지 합세한 연합 공격을 견뎌낼 각오를 해야 한다. 명색이 실존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세속의 얄팍한 쾌락을 초월했다는 작자들이 오히려 폭정에 눈 뜬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깨달음을 얻는 것과 종교인의 신분을 달고 활동하는 것이 정말로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확 와 닿을 것이다 [64].

또한 앞 문단에서 "현실 세계의 종교는 상당한 개혁과 변혁, 어처구니 없는 우연이나 반란, 혁명을 거쳐 이뤄졌으므로, 그러한 역사에 관심이 있었다면 정치적인 관점에서, 군사적인 관점에서, 신앙적 관점에서, 철학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처신해야할지 어렴풋이 보일 것이다." 라고 말한 부분은, 거꾸로 보면 당신이 어느 교단에든 몸담은 경우 역사적 격변기에 직접적인 이해 충돌에 엮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된다. 하물며 많은 판타지에서처럼 다수의 신들이 수시로 역사에 개입하고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라면 그럴 가능성은 더욱 크다. 특히 종교의 그것은 얼핏 보면 별 거 아닌 것 같은 '학술'적인 논란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기에 자신이 어떤 신학적 논쟁을 가장한 이권을 둘러싼 암투에 휘말렸는지도 모르고 섣불리 처신했다가 목숨을 잃는 수도 있다.

8.1. 처세술 팁/실제 역사적 예시 모음

뭐든지 '주류'가 될려면 스스로 그러한 영향력을 얻거나, 자신이나 자신의 사상을 유익하게 생각하는 세속 군주/정치인/그 친척들에게 빌붙거나, 아니면 호의를 가지고 있는 상공업 계열 금수저[65]라도 포섭해야 한다. 또, 당대의 정치적 상황, 국제정세 등을 절묘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렇다고 민중을 무시하지는 말것.

* 최소 중류층 이상의 재력을 가진 여성들이나 오늘날로 말하자면 '성소수자'들을 주목하라. 이들은 '강자'의 동원력과 영향력을 가졌으면서도 '약자'의 위치에 있는[66], 아주 절묘한 사람들이다. 예수 본인이 받은 탄압과는 별개로, 기독교가 결국 로마로부터 인정을 받게 된 것은 기독교가 마리아 막달레나같은 당대의 여류 사업가/상인들[67]과 상류층 로마 여인들의 지원을 팍팍 받고 정부의 세금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 복지 기관으로서의 기능여성들의 발언권 강화[68]라는 엄청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대제도 그 신앙은 어머니에게로부터 전해받았으며, 중-상류층 여성들을 꼬셔놓으면 이들이 남편들과 아들들을 꼬시게 되고, 그 남편들과 아들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지도자 자리를 꿰차면서 당신의 종교를 '국교'로 퍼뜨리게 되며, 실제로 기독교가 이렇게 퍼졌다.
  • 흔히 동방정교회 하면 그리스와 그의 영향을 받는 체계를 떠올리는 것도 제국의 세속권력이 개입한 국제질서 정리하에 아르메니아, 이집트(알렉산드리아), 시리아(안티오키아)의 그것들이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고립 및 도태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집트와 시리아의 교회들이 동로마 제국 황실의 중재 하에 번갈아가면서 '너 이단' 딱지를 맞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서양판 환국 정치가 따로 없다.
  • 종교에서는 '학술'적 논란을 가장한 암투가 벌어진다고 언급했었는데, 특히 삼위일체 교리 정립의 역사는 곧 안티오키아와 알렉산드리아의 이권 다툼의 역사이기도 하며, 특히 단성론 논란이 불거질 즈음에서는 오늘날로 말하자면 콥트 정교회에서 무력을 동원한, 단순 교리 논쟁이라고 보기 힘든 정황도 나온다.
  • 중세~르네상스 시절의 종교 개혁자들이 대히트를 친 이유도 로마 가톨릭의 질서나 체제에서 벗어날 궁리, 다시 말해 종교로 투사되는 지중해로부터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날 궁리를 하고 있던 일부 게르만권 세속 군주들에게 적절한 명분을 제공했기 때문이었다.[69]
  • 네덜란드와 스위스에서 칼뱅이 그렇게 큰 히트를 친 이유도 '금융 및 경제활동'과 관련해서 가톨릭보다 느슨한 태도를 보여준 것. 그리고 봉건제를 종식시키는 방법으로 자치권을 영주에게서 매입하든, 혼란을 틈타 죽여서 빼앗는 등의 쪽을 택한 도시의 상공업자들 입맛에 맞춰주며 봉건/세속 권력과 기성세대의 수직적인 체제 그 자체를 디스하는 신학이 대히트를 친 데다가[70], 칼뱅의 사망후 추종자들 사이에서 내분이 일어나자 '경쟁자'라고 볼 수 있는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을 소환해서 도트 공의회를 열어서는 당시 네덜란드와 스페인과의 험악한 관계를 이용해서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은 친스페인파'라는 식의 여론몰이를 해서 궁지에 몰아넣었고, 이는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이 '이단'으로 몰리는 데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71].
  • 불교가 일본에서 전국시대까지 그렇게 어마무시한 세력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그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헤이안 시대에 상류층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땅(장원)을 퍼 줘서 그런 것이었다.
  • 또, 김치양과 천추태후, 신돈과 공민왕의 관계나 라스푸틴과 알렉세이 황태자의 관계, 그리고 최태민과 박근혜의 관계 등이 보여주듯이, 미신을 쉽게 믿거나 어딘가 의지하고 싶은 군주나 종친이 등극했을 경우, 종교인 특유의 말빨과 친화력, 혹은 판타지 세계인만큼 정말 자유자재로 신통력/기적을 발휘해서 환심을 살 수도 있다. 심지어 세속 권력의 정점이라는 게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제로섬 게임이니 의외로 이런 군주 하나 낚기도 쉽다.
  • 오늘날의 '주류'종교들이 그렇게 팽창한 대해는 무력도 한 몫 한 것이 사실이고, 실제로 한국 불교, 대부분 지역의 이슬람, 러시아 정교회 등의 경우에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현상 유지를 위해 주입식으로 도입되었다지만, 민중을 위하지 않는 종교는 시대가 바뀌고 교육수준이 올라가면서 결국 약빨이 떨어지고 재평가를 받게 되어있다. 부패한 가톨릭에 대한 원성이 이미 중세시대부터 터져나왔으며, 오늘날 러시아에서 푸틴에게 가장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부류 중 하나가 다름아닌 러시아 정교회 신자들이다 [72]. 위에 언급한 기득권층에게 번뇌/고통과 그를 낳는 집착의 원천을 내려놓아야 한다느니 하는 식으로 꼬드기거나, 때에 따라서는 '지옥' 운운하면서 적절한 채찍질도 해주면 OK. 당신은 판타지 세계에 있으니 실제로 그럴듯한 권능을 보여주는 것도 쉬울 것이다.
  • 종교 시설, 특히 미혼이나 금욕을 미덕으로 삼는 종교 시설은 경제 규모에 맞춰서 인구 성장을 적절히 억제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엄청난 고급 인력을 보유하게 되며, 여기에 기부를 위시한 사방에서 굴러들어오는 재력까지 합치면 일종의 '세력'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여기서, 언급했다시피 어떤 이변으로 인해 갑자기 시장 규모가 활성화되고 팽창되는 일이 생긴다면, 더 이상 통제하기 곤란한 수준으로 종교 세력이 성장하는 것을 경계하는 주변의 견제를 받게 될 텐데 여기서 이기거나 처세를 잘하면 패권을 잡을 수 있고, 차라리 적당한 시점에 융통성있게 타협하면 존속은 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지거나 처신을 잘못하면 모가지까지 날라갈 각오를 해야한다.

건전한 종교 활동은 심리치료 효과가 있다.


[1] 오늘날 인공지능은 물론이고, 미적분학만 하더라도 개발될 당시에 이게 과연 만물의 이치에 타당한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었다. 그 외에도 예송논쟁 같은 경우도 있고, 서구권에서는 '합리적인 하느님을 이해하기 위해' 라는 신학적인 사유를 동원해서 교회가 자연과학 연구를 후원했다. [2] 그 대상이 다른 평신도든 성직자/수도자든 [3] 이와 관련된 무신론계의 주장으로 '물리적으로 증명 가능한 신이 있더라도, 그 대리인들의 패악질을 묵인하고 우리에게 귀기울이지 않는 신의 천국 따위 필요없다' 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의 일부 실제 종교는 순환논법으로 무마하기까지. [4] 쇄신에 성공한 종교나 종파들은 물론 있지만, 모두 예외없이 설정놀음 시비를 받고 있으며, 심지어 이게 고금을 막론한다. [5] 기독교는 고대부터 포교를 적극적으로 하기로 유명하다. 다만, 십자군 전쟁 때 중동권의 기독교인들이 십자군을 환대하고 성문도 열어주었지만 영 결과가 좋질 못했다. 기독교만큼 종파갈등이 심한 종교도 드문 편인데다가 출신지로 갈리기까지 해서 같은 기독교 내에서도 싸움이 많았다. [6] 영아사망률이 높고, 기술적으로 낙후되어 농업에서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사회라면 이럴 가능성이 높다. [7] 하지만 정작 신부들은 "본당신부가 제일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8] 오늘날에도 가톨릭 사제 수도자는 큰 돈을 벌지 못하며, 주교 추기경도, 떼돈을 벌지 못한다.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도 2009년 2월 선종했을 때, 남긴 돈은 많지 않았다. [9] 출처 : 노명식 교수의 저서 《 프랑스 혁명에서 파리 코뮌까지, 1789~1871》. [10] 물론, 객관적인 능력 문제가 아니라 저런 치졸한 형태의 암투일 경우 결코 영원히 못 간다는 것도 기억해둘 것. [11] 그리스 로마 신화, 북유럽 신화는 특히 그렇다. 여기서 등장하는 신들은 신조차 이겨내지 못하는 섭리를 겪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12] 게임 원신에서의 벤티 종려가 여기에 해당된다. [13] 대체로 기독교( 가톨릭 - 정교) 위주. [14] 발기하면 가시에 찔리는 장치(...) 같은 이야기가 있으나, 이건 후대에 만들어진 카더라들이다. [15] 정교회의 경우, 이미 결혼을 한 남성이 사제가 되는 것은 가능하나, 사제가 된 후로 결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별 후 재혼하는 것도 불가. 그리고 정교회 신부는 결혼할 수도 있고 독신으로 살 수도 있지만, 주교는 독신인 신부들만 될 수 있다. [16] 물론 현실에서의 중세도 어디까지나 사람 사는 시대인지라, 사제 수도자들의 성추문 등이 발생하고는 했으며, 중세 초기나 말기에는 신부가 첩을 한 둘 거느리는 등 널널한 개막장 시기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허용되는 것과, 소수의 몇몇 사람이 일탈로 저지르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그 소수의 사람 중에, 가끔은 교황도 포함된 게 문제지만 [17] 디테일의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좀 크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진리를 비춘다는 성경이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은 아귀가 안 맞지 않는가? 아니다.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전혀 문제될 바 없다.' [18] 참고로 중세시대부터 신학은 이미 대학교의 전공과목이었으며, 오늘날에는 어지간한 종파들 모두 본격적인 신학 교육은 대학원 과정부터 시작한다. [19] 오늘날도 교회 및 수도원에서 주방이나 시설관리 등의 자잘한 일을 돕는 사람을 쓰고 있다. [20] 애초에 수도회에서는 그런 동기로 찾아온 사람을 받아주질 않는다. 또한 개신교는 아예 수도원이 거의 없다. [21] 이 3가지를 '복음삼덕'이라 하며, 사제 성품성사 때 이 3가지 덕목대로 살겠다고 서약하며, 어지간한 수도회들은 서원시 저 세가지나 그를 바탕으로 한 서약을 요구한다. 예수회나 사랑의 선교회처럼 네 개의 서약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22] 성직자와 수도자 뿐 아니라 모든 가톨릭 신자들, 즉 평신도들에게도 순명의 의무가 있다. 가톨릭 신자들은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 순명해야지, 제멋대로 성경, 교리, 계시를 해석하여 믿어서는 안 된다. 이단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대표적 불순명 사례로, 나주 성모동산 사건이 있다. [23] 해서, 문맹률과 접근성을 바탕으로 금수저들이 어떤 깽판을 칠 수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24] 이를 '카리스마'라고 부른다. [25] 교육사업을 주로 하는 수도회, 의료봉사를 하는 수도회, 해외선교를 하는 수도회, 빈민구제 및 사회복지를 하는 수도회 등등, 매우 다양하다. [26] 실제 역사에서 기사수도회로 이루어진 국가인, 튜튼 기사단국을 생각해보자. [27] 초기 불교나 남방 불교, 티베트 불교의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육식을 허용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28] 정교회 오리엔탈 정교회 제외. [29] 많은 사람이 모르는 사실이지만 인도인은 그리스인과 함께 논리학, 문법학, 수사학을 학문으로써 정립한 유이한 민족이다. [30] 특히 《주자어류》는 분량도 분량이지만, 문장 또한 고대 한자의 거지같은 가독성에 힘입어 독일 철학서와 맞먹게 난해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때문에 아직도 한글 완역본이 없다. [31] 심지어 왕이었던 문종 세종대왕의 3년상을 치르다 요절했으며, 조선 시대는 아니지만 삼국지의 원소도 3년상을 연속으로(!) 완전히 치뤄서 명성을 얻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조선사회에서 군자로서 완벽을 요구받는 왕의 경우였고, 대체로 무조건 하지는 않았다. 이건 하는 게 좋다고 한거지, 실제로 진짜 3년을 버티면 용자 취급을 받았다 카더라. 실제로 왕도 직접 하기보다는 신뢰하는 신하가 대신 치루는 경우가 많았다. [32] 판타지에서 본다면 새로운 종교겠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기독교, 불교 같은 일반적 종교 [33] 당장 공권력이 약하면 호신부터가 엄청난 근심거리가 된다. 육체적 전투력이 약하다는 것은 전쟁으로 우열을 가리는 것이 중요한 봉건제 상류층 사회에서는 마법이나 신통력, 그도 아니면 신성불가침적인 인권 개념 등으로 보충하지 않는 이상 발언권 손실로 이어진다. 쟁기로 밭을 가는 사회에서는 완력이 부족해서 밭을 제대로 못 갊으로 인해 생존에 대한 직접적인 기여도가 출산을 빼고는 확 떨어지며, 역시나 발언권 손실로 이어진다. [34] 예외적으로 존 위클리프와 마르틴 루터는 견제를 당했으면서도 이들을 이용해서 지중해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궁리를 하던 일부 게르만 군주들에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기에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35] 하다못해 불교조차 왕권강화를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하지만 현대의 종교가 그런걸 주장하는가? 하지만, 후술하겠지만, 최소한으로나마 민중을 위하지 않는 종교는 결국 약빨이 떨어지고 재평가를 받게 되어있다. [36] 다만 기독교는 한 권에 압축해 놓기 때문에 들고 오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파생 신학 서적들은 들고 오지 못하겠지만 핵심은 성경이다. [37] 쟁기로 밭을 가는 사회에서 여자로 태어난 것도 억울한데 당시 유대교 율법에 의해 '불결'하다는 취급까지 당하는 그야말로 비참하기 짝이 없는 인생인데 이러한 사람에게 엄연히 남자로서 사회적 강자의 위치에 있던 예수가 손길을 내민 것이다. 특히 저 '혈류병'을 과다생리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남자가 부인과 질환에 시달리던 여자를 마다하기는 커녕 오히려 독려 내지는 고쳐주었다는 뜻이 된다. [38] 구약으로 올라가면 엘리야가 쇠고기 제물을 가지고 야훼의 번개가 내려치게 한 것, 엘리사가 조롱 내지는 위협을 받자 곰들이 튀어나와서 엘리사를 지켜준 것 등 몇가지 더 있다. [39] 기적을 받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굉장히 중요하며, 본인이 원한다고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사탄이 '여기서 뛰어내려 보아라' 하자 예수가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며 물리친 일화가 있다. [40] 민수기의 경우 홍해를 가르고 바위에서 물이 샘솟게 하는 등의 기적을 발휘했음에도, 여호수아가 '여태까지 기적을 감안하면 하느님께서 도우신다니 한 번 믿고 가나안으로 진출해봅시다' 하다가 오히려 몰매를 맞았고, 그대로 그렇게 가나안 진출을 망설인 세대는 평생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죽었다. [41] 왕가의 문장 여주인공이 대표적인 예인데, 판타지 세계에서 생각하는 초능력 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실 세계의 온갖 선진 지식을 전파해서 종교적인 존경을 불러일으켰다. [42]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잉글랜드, 아이슬란드 [43] 기본적으로 내 의도, 내 행동, 그리고 그로 인한 상대의 인식이 어떻게 어긋나고 있는지를 궤뚫어보는 것이 골자. [44] 요컨데, 오늘날에는 ADHD 진단을 받고, 엄연히 의료 행위를 목적으로 전용 제조된 각성제를 복용하겠지만, 옛날에는 각성 계열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가 있었다; 심지어 진짜 치료제들도 '일반인'이 섣불리 복용하거나 판매하면 얄짤없다. [45] 일방거부 [46] 이 조직 '재산'의 기준에는 돈, 성물, 유물, 의류, 심지어 조직의 부동산도 포함된다. [47] 요컨데 동방정교회에는 맹인 수사가 존재하며, 단순히 이름만 수사인 게 아니라 엄연히 한명의 수도자로서 기도하고 찬송부르고 할 건 다 한다. [48] 인구 과잉을 유발하는 것은 둘째치고 특히 금수저 자제가 사회적 여건이 안되는 상황에서 애를 덜컥 낳으면 이것은 [49] 주로 차남/차녀, 삼남/삼녀 등 [50] 어떻게 보면 오늘날의 N포세대에 해당되는 청년들이 옛날 종교단체들의 주 리크루팅/스카우팅 대상이었다. 머리에 들은 건 많지만 가정을 형성하거나 할 여건이 안되며 달리 먹고 살기가 팍팍하다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서로 뭉치는 수 밖에는 없는데, 이때 종교시설이 이들의 요긴한 구심점으로 작용한다. 사토리 세대 같은 경우 수도원/절에 살고 있지 않다 뿐이지 그 가치관을 보면 완전 승려/수사/수녀 등이 따로 없다. 그나마 경제가 좀 활성화되어 있으니까 이들 N포세대나 사토리 세대 청년들이 나름 소소하게 독신으로 먹고 사는 것이지, 경제조건이 열악하다면 이들은 달리 뭉치지 않는 이상 살 방법이 없으며, 바로 여기서 '종교'라는 명분이 동원되는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경제 규모가 오히려 열화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51] 그냥 타고난 게 그러한 별종이 아닌 이상 [52] 언급한 종교 숙청의 예시들은 대개의 경우 재미있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는데, 가뜩이나 막강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던 종교 시설들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물류와 시장 경제가 활성화되는 시점'을 거치며 그 상승기류를 타고 더욱 세를 불리다가 국가 그 자체로 등극하거나, 숙청/존속당하거나의 선택일로에 놓였다. [53] 물론 루터교회나 세계성공회공동체에 소속된 성공회 단체들처럼 투명성 문제에 신경 쓰는 단체들도 있다. [54] 특히 [55] 다시 말해 여성의 경우 흑심을 품은 남성 성직자에게 강간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은폐 작업의 일환으로 누명을 쓰고 죽임까지 당할 수 있다. [56] 혼인은 그렇다치고 최소한 세례, 견진 등의 추가비용은 나름 착한 편이기는 하지만. [57] 세속적인 예를 들자면, 카네기, 밴더빌트, 로커펠러, J.P. 모건 등 지나가다가 그 이름 한 번 들어봤을 법한 19세기 미국의 갑부들은 대부분 의외로 검소하게 살았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같은 경우, 돈을 의외로 많이 번 편이였지만 그보다 더 크게 사치스러운 씀씀이 때문에 고생했다. [58] 가톨릭?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개신교? 한국 개신교 교회들이 터뜨린 것을 찾아보라. 성공회? 영국의 피터 볼 주교의 성추문, 캐나다의 고든 도미니 신부의 소년원 수감자 성폭행,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터진 조직적인 아동 성폭행 등이 있다. 루터교? 스웨덴 국교회의 성추문 건을 검색해보기 바란다. [59] 고려시대의 불교의 경우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또, 그리스 정교회의 주교, 즉 서약 할 거 다한 수사라는 양반이 왠 20대 여성과 침대에 발가벗고 누워있는 장면이 그리스 본토에서 보도된 적이 있다. [60] 세속적인 권력이 약하거나 소위 '지켜보는 눈'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면 성직자의 금욕 정책이 오히려 특정 개인의 가족이나 친척이 해당 시설을 장악하지 못하게 하는 굉장한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일본 불교의 경우 해당 문제에 대해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결과 (...) 절을 자손에게 대대로 세습(!)하는 아주 어마무시한 병크가 저 옛날부터 고착화되었으며, 소헤이 문제와 주지승들의 다이묘화에 단단히 한 몫 했다. [61] 사족인데, 아프리카의 아카 민족의 연구 사례가 시사하듯이, 영아사망률이 높고 동시에 인력이 중요한 사회 여건에서는 모든 성행위를 출산을 위해 집중하는 풍토가 자리잡게 된다. 물론 종교시설이 일단은 변연계의 기능 보다는 대뇌적인 기능을 중시하는 동네인 것도 한 몫 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인류학적인 원인에 의해 그러한 신학이 씌여진다는 것을 고려할 것. [62] 공교롭게도, 어지간한 현실 기성 종교들의 '창시자'들은 이를 경계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예수의 '바리새인' 지도자들에 대한 디스, 사도 바울의 코린트를 향한 질타, 개신교 종파들의 사도전승에 대한 비판, 부처가 일부러 대답하기를 거부한 몇 가지 질문들 등. [63] 현시대에 당신이 을로서 고통받는 것은 당연하고 어쩔 수 없음. 다음 삶에 보다 더 좋은 운을 기대하거나, 천국 가서 보상받으세요. 이게 어떻게 정당하냐고요? 어딜 감히 따지십니까? [64] 예를 들어, 현실 세계의 예수는 '나를 믿는 모든 사람들이 천국에 가는 것은 아니다' 하면서 이에 대한 경고를 한 바 있다. [65] 공업이나 공예 계열은 그렇다쳐도, 상업이나 금융업 계열을 섣불리 포섭하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대외 이미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66] 쟁기로 밭을 가는 사회 기준. 호미로 밭을 가는 사회이거나, 아예 수렵 위주의 사회라면 해당사항 없다. [67] 자유로운 삶, 즉 가부장제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서 상업에 투신하는 경우가 고금을 막론하고 꽤 있다.[73] 마리아 막달레나는 생선젓 사업을 했으며, 오늘날 우간다에서 바나나로 술을 빚어 파는 여성들도 같은 맥락. [68] 피지컬 때문에 목소리를 못 내고 있던 쟁기로 밭을 가는 사회의 여자들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남자들에게 ' 매춘좀 작작 하라'는 등의 '''여성친화적인 잔소리를 대놓고, 그것도 뒷 탈 없이 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것. 남녀 할 것 없이 현대적 인권개념이 없었던 터라 철학자나 성현의 말씀은 하나의 보루였다. [69] 전근대 로마 가톨릭 추기경들과 교황들의 출신 성분을 한 번 조사해보면 로망스 문화권의 귀족 출신으로 꽉꽉 채워져 있으며, 심지어 오늘날도 그러한 배경 출신의 고위 성직자들이 더러 많다. 게르만 개신교권 문화권들은 그러한 지중해의 영향력 투사에 대해 제 3자가 보기에는 과민적이라고도 할 만큼의 경계심을 보이는데, 가이 포크스 사건 같은 걸 보면 납득이 간다. 물론 그를 바탕으로 이탈리아/아일랜드/폴란드 이민자들이 북미에서 차별당한 것은 영락없는 흑역사지만. [70] 네덜란드는 중세때부터 상업으로 알아줬는데, 바로 청어 어업 및 유통 때문. 또, 레콘키스타로 국토를 수복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유대계 금융/상업 종사자들을 토사구팽하자 이들이 도망친 곳 중 하나가 바로 네덜란드였다. [71] 로마 제국의 황제나 황후가 개최한 초기 공의회들은 물론이고, 도트 공의회 역시 결코 순수한 의미로서의 종교적 공의회가 아니었다. [72] 심지어 스탈린 시절부터 KGB에 잠식당한 역사가 있음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