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80년대의 대한민국의 완구회사였던 ㈜ 모두랑이제품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브레드 보드(일명 빵판)의 블럭 버전 쯤으로 보면 된다. 물론 납땜질 없이 부품을 쉽게 교환해가며 회로를 테스트할 수 있다는 컨셉이 그렇다는 거지, 제품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경우, 블럭이나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자유도가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뒤에서 설명할 미니 버전과의 조합 또는 여러 대를 활용한 조합
광고에 따르면 라디오, 앰프, 전자 오르간, 도난 경보기, 거짓말 탐지기에 무선 전신기(!)까지 이론상 150종류에 가까운 모듈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체험담에도 홍보처럼 라디오뿐 아니라 다양한 전자기기 기능의 모듈을 통해 구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유행하기 시작한 과학상자와 함께 예비 공돌이들의 비싼 장난감 역할을 톡톡히 했던 물건. 다만 과학상자는 주머니 사정이 열악할 경우 만원 남짓한 가격에 가장 저가형인 1호를 사서 쓰린 속을 달래거나 경진대회에 나간다는 명목으로 부모에게 졸라볼 수 있었지만 이 제품은 그런 것도 없어서 전성기 시절에도 과학상자만큼 널리 보급되진 못했다. 단종된지 오래인 지금으로선 말할 것도 없고.
가격은 꽤나 비싼 편이라서 1985년 가격이 38,000원이었다. 당시 자장면 한 그릇이 600원이었으니까, 2013년으로 환산하면 12만 원 정도다. 후술할 직수입 오리지널제품은 정가 9,800엔 (소비세 별도)이기에 실 구매가는 11,000엔(해외 배송비 포함 14만원) 정도다. TV광고도 있다. 광고협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링크. WMP나 팟플레이어 등의 URL 불러오기로 볼 수 있다.[2] 해당 광고가 반영되던 시기에 국민학교에 다닌 사람이라면 만능↗킷트~~ 하는 로고송 정도는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사용해 보면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자유도가 낮기 때문에 자신만의 회로를 구성하거나 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오리지날 버전의 경우, 미니 버전의 출시와 함께 비어 있는 블럭을 추가 구입할 수 있게 했고, 잡지 등을 통해 꾸준히 새로운 회로와 아두이노 등과의 연계 방법 등, 출시한지 40년이 넘어가는 기기임에도 아직까지도 활발한 활용 예를 선보이고 있는 제품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이 제품의 컨셉은 완구에 가깝다. 따라서 이 제품으로 무엇인가 새로운 걸 만든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폐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도 간단하게 블럭 조합만으로 라디오 외에도 다양한 것들을 실험할 수 있어 초보자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이 제품으로 공돌이의 로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회고하는 사람들이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그리고 미주 등에서도 많은 편이다.
2. 오리지널 제품과 라이센스
이 만능킷트는 원본이 존재한다. 일본의 완구회사인 갓켄(学研)[3]에서 1976년에 출시한 전자블록(電子ブロック) EX 시리즈이다. 해당 제품군은 영어권에서 Gakken EX-System( 위키 정보)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중 EX-150 모델이 만능킷트의 원본에 가깝다. EX 시리즈 중 최종판에 해당하는 모델이며, EX-15를 구입한 후, 확장 파트인 EX-A부터 EX-E까지 구입할 경우 EX-150으로 최종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다. 추가로 1979년에 신디사이저 모듈이 추가된 EX-181도 출시되었고, 신디사이저 모듈도 별도 구입이 가능했다.[4]
모두랑에서 제조한 제품이 가켄사와의 라이센스(토미-영실업, 타카라-손오공의 관계처럼)로 이루어진건지, 라이센스 없이 카피한 제품인지에 대해서는 불명이다.
가켄사와의 라이센스가 없었다면 만능천재[5]같이 나름대로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완구를 만든 모두랑으로서는 좀 아쉬운 대목이다. 당시 무분별하게 일본 완구를 베낀 회사가 많았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특허출원도 11개나 했었다고 한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쳐도, 나라 망신이다.
3. 오리지널 제품 - 복각판 및 복각신장판
오리지널 제품은 1986년에 생산이 중단되었으나, 중고 거래가 활발하고 재생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2001년에 기존 제품을 다시 설계하여 복각판(復刻版: 재생산 버전)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였다. 이 복각판은 일본 오리지날 패키지 대신 해외 생산용 패키지를 기준으로 제작되었으며[6], 1976년 당시에 사용되었던 전자 부품 중 일부는 구할 수 없거나 같은 동급임에도 성능 차가 있어서 회로 중 일부가 변경되었다. 매뉴얼은 기존의 매뉴얼을 기반으로 수정된 내용을 추가하여 제공한다. 이 제품은 일본 아마존에서 만 오천엔 가량에 소량의 재고가 판매되고 있다.이후 패키지와 매뉴얼을 일신하여 다시 복각신장판(復刻新裝版: 재생산 신규 패키지판)이라는 명칭을 생산하여 판매했는데, 외부 패키지가 세련되게 바뀌었고, 매뉴얼 역시 최신 트렌트에 맞는 글꼴을 사용하여 훨씬 보기 편해졌다. 또한 오리지날과 복각판에서 의미가 적거나 잘 동작하지 않는 회로를 5가지 삭제하고 전자 반딧불이, 전자 고양이와 같은 신규 회로를 5가지 추가하였다. 이 제품은 여전히 판매되고 있으므로 일본 아마존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4. 오리지널 제품 - 미니 버전
가켄사는 어른의 과학(大人の科学)이라는 무크지를 발행한다. 얇은 잡지 한 권과 직접 조립을 할 수 있는 과학 체험 조립키트가 부록으로 딸려오는데, 사실 이 부록이 메인이다. 이 중 32번째 무크지가 EX-150에서 일부 기능을 따온 전자 블럭 미니를 부록으로 제공한다. 25개의 블록을 갖추고 있어 단독으로 50가지의 회로를 구성할 수 있으며, 두 세트를 이용하여 서로 무선 통신을 하게 할 수도 있다. 또한 EX-150 복각판 또는 신장복각판이 있다면 여기서 일부 부품(주로 트랜스미터)을 가져와 추가로 회로를 구성할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이 제품을 사실 상의 EX-150 미니어처 버전으로 부르고 있으며, 실제로 기판에도 NEW EX-150이라는 모델명이 적혀 있다.
국내에서는 공식 총판 업체였던 가켄샵에서 잡지를 수입해 판매했었다. 지금은 메이커스 매거진으로 재개편하여 어른의 과학과 유사한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메이커스 매거진에서도 이전에 판매하고 남은 재고를 판매혔었으나, 지금은 전자 블록 미니가 포함된 Vol. 32는 매진되었고, 다른 차수만 소수 재고가 남아 있다.
5. 매체에서의 등장
미래소년 코난에서도 라오 박사가 이와 비슷하게 생긴 블럭부품을 조작해서 비행선을 가동하는 장면이 있다고 한다.웹툰 탐구생활 3기 30~31화는 만능키트에 대한 추억담을 술회하는 내용이다. 당연히 이를 기억하던 사람들은 환호했다.
[1]
당시의 패키지 사진을 통해 상품명을 확인할 수 있다.
[2]
mms://media.adic.co.kr/tv/wmv300/199911/VBA00324.wmv
[3]
현 갓켄홀딩스. 본업은 출판업이다. 学研이라는 이름이 시사하듯 주로 학습지나 교육 관련 출판물 위주로 출판한다. 1980년대 이전 태생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해적판 학습만화 및 학습백과의 원본도 몇몇은 이 회사에서 나온 것들이다.(특히 비밀 시리즈)
게임&워치 이래로 난립한 LSI/VFD게임을 만들던 일본 완구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VFD게임 메이커 중에서는 점유율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4]
지금은 관련 전자 부품이 생산되지 않아 복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5]
레고류 조립블럭계열 완구다. 한글 자소가 그려진 블럭을 조합해서 글자를 만들 수도 있고 다양한 공작을 할 수 있는 블럭계열이다.
[6]
기기 상의 텍스트 몰딩과 배터리 삽입 위치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