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8-26 18:38:39

도킹

아폴로 12호 사령선(CM)과 달착륙선(LM) 도킹 장면
소유즈 TMA-11M ISS와 도킹하는 장면.
1975년 아폴로와 소유즈의 도킹

1. 개요2. 설명3. 미디어4. 그 외

1. 개요

우주 공간에서 두 우주선이 서로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여 상대속도를 0으로 만든 다음, 천천히 위치와 방향을 3축 조절하여 두 개의 우주선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연결된 통로는 물자나 인력을 오가게 하는 데 사용한다.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 우주과학의 결정체.

어원은 배가 부두에 접근하여 닻을 내려 고정시키는 정박(docking)이다. 보통 우주공학 전문용어들은 이 분야 자체가 항공공학에서 출발했으니만큼 항공 용어의 응용인 경우가 많지만 그 항공 용어의 원천이 바로 해사 용어에서 따온 말이다. 과연 우주선(船)다운 용어라 할 수 있다.[1][2]

2. 설명

프랑스어 랑데부(Rendez-Vous)라는 표현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의미에 약간 차이가 있다. 흔히 랑데부≒도킹이라고 흔히 알려져 있는데, 랑데부는 우주상의 두 물체가 고도, 속도 등을 조정하려 서로 근접해서 만나는 것만을 뜻하고, 만난 두 물체가 물리적으로 (위에서 말한 연결통로 등으로) 연결되는 것을 도킹이라고 한다. 그런데 도킹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랑데부가 이루어져야 하고, 실제로 두 우주체가 서로 만나서 연결까지 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혼용되어 쓰이는 것이다. 자세한 것은 랑데부 항목 참조.

최근에는 버씽(Berthing)이라는 개념도 같이 쓰이고 있는데, 버씽은 한쪽 우주선의 로봇 팔을 이용해서 다른 쪽의 우주선을 결합시키는 것을 말한다.

궤도상의 도킹 기술은 미국의 제미니 계획 아폴로 계획을 통해서 발전해왔다. 아폴로 계획 프로파일에 따르면, 달에 다녀오기 위해서는 지구 궤도에서 한번, 달 궤도에서 한번, 총 2번의 궤도상 도킹을 해야 한다. 궤도상 도킹이 가능하다는 것은 아폴로 계획 한참 전에 이미 이론으로 연구되어 있었고, 이것이 실제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제미니 계획에서 궤도상 도킹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했다. 여담으로 제미니 8호에서 인류 최초로 궤도상 도킹을 성공시킨 사람이 다름 아닌 닐 암스트롱이다. 아폴로 계획은 새턴 V 로켓 최상단에 사령선과 기계선(Command/Service Module; CSM), 그 밑에 달착륙선(Lunar Module; LM)을 쑤셔넣고 우주까지 올라간 다음, 사령선과 기계선이 먼저 분리된 뒤 180도 뒤집어서 달착륙선과 도킹한 후, 달착륙선을 새턴 로켓으로부터 끄집어내어 달로 향한다. 달에서는 달착륙선을 분리하여 달에 착륙시키고, 이후 달착륙선 상부가 이륙해서 궤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령선에 다가오면 다시 도킹해서 우주비행사 2명을 옮겨태운 후 달착륙선 상부는 다시 분리해서 버려버리고 사령선과 기계선(CSM)만 지구로 향하는 것이다. 즉 도킹이라는 기술 자체가 아폴로 계획을 위해 실증되고 활용된 것이다.
인류 최초의 우주 도킹. 1966년 3월 16일 제미니 8호 실제 도킹 장면[3]

아폴로 계획 이후의 유명한 도킹으로는 1975년 7월 17일 아폴로-소유즈 테스트 프로젝트가 있다. 미국과 소련 데탕트의 상징이자 "만남"의 상징이었기에 아폴로-소유즈 랑데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장 미셸 자르의 유명한 일렉트로닉 음악 " Rendez-Vous"가 바로 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오늘날 우주기지 건설에도 핵심적인 기술이다. 현재의 로켓 기술의 한계상 한번에 거대한 모듈을 쏘아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므로, 여러 개의 모듈을 쏘아올려서 우주공간에서 도킹 시키면서 규모를 키워나가는 식으로 건설한다. 대부분의 우주 정거장들, 특히 러시아의 미르와 국제적으로 연합해 만든 ISS가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우주정거장 건설 이외에도 물자를 보급하고 우주인을 교체하는 모든 과정에도 도킹은 필수적이다. 지금도 우리 머리위에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ISS는 초속 7km가 넘는 속도로 날면서 미국과 소련의 우주선들과 수십번이 넘는 도킹 과정을 거쳐 건설된 것이다.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ISS-30_Soyuz_TMA-03M_and_Progress_M-13M.jpg
ISS에 동시에 도킹한 소유즈 우주선 2대(앞쪽은 유인 소유즈, 뒤쪽은 소유즈 무인 화물선 버전인 프로그레스이다)

서로 다른 규격의 두 우주선이 도킹하기 위해, 어댑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도킹 어댑터로는 위에서 말한 아폴로-소유즈 테스트 프로젝트에서 미국의 아폴로와 소련의 소유즈가 도킹하기 위해 사용된 APAS-75가 있다.

미국, 러시아에 이어 중국이 2011년 9월 무인우주선 선저우 8호 - 우주 정거장 톈궁 1호의 무인 도킹을 성공시켰고 # 2016년에는 선저우 11호와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2호의 유인 도킹을 성공시켰다. #

3. 미디어

사실, 도킹은 굉장히 센세이셔널한 기술이었으며, 미디어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 특히 모두가 좋아하는 합체로봇은 사실상 도킹의 개념을 아동용 완구에 적용한 것이나 다름 없다.

아폴로 계획과 인류의 달착륙은 당시 엄청난 화젯거리였으며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더욱 열심히 빠져들었다. NASA 우주센터 견학 프로그램은 초딩 가족과 학교가 제1고객이라 카더라. 당시 아동잡지, 과학서적에서 아폴로 계획의 개념 설명이 안 나오는 것이 없을 정도. 당연히 아동 대상의 미디어들 역시 당시 생겨난 우주개발 경쟁 붐의 영향을 무척 많이 받았다.

우주개발용이라는 겟타 로보가 괜히 3단으로 합체하는 것도 이 영향일지도 모른다.

기동전사 건담에서도 도킹이라는 말이 가끔 나온다. 도킹이란 단어가 자주 쓰이게된 시초는 기동전사 건담에서 등장한 RX-78-2 코어 파이터 합체(...) 용어로 쓰이게 됐을 때이다. 기동전사 건담도 아폴로 붐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도킹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그 당시의 흔적이다.

이후로는 기체가 거대한 모선에 착함할 때 쓰이는 용어로 변해진듯. 원래 항구에 배가 정박하는 걸 의미하는 단어니 이쪽이 옳지만. 물체와 물체가 교접하는 상황이 생길 때 혹은 그러한 현상이 묘사될 때 종종 도킹하겠다! 등으로 문장에서 표현되기도 한다.

반대로 합체의 남용으로 이미지가 악화된 감이 있어 새끈한 SF물에는 잘 등장하지 않는다. 거진 다 SSTO기능에 우주모함으로 때우지... 물론 인터스텔라같이 고증을 충실히 한 매체에서는 잘만 등장한다. 특히 인터스텔라의 인듀어런스 회전 도킹 장면은 확실한 명장면.

거대로봇물에서 합체 뱅크신이 자주 나오는 건 건담 탓이 아니고 겟타로보 어른의 사정 탓이다.

비비드레드 오퍼레이션에서도 나오는데, 이쪽은 기계가 아니라 미소녀 둘이 키스로 합체한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인듀어런스와 레인저 호의 도킹이 초반에 한번 등장하고 후반부에 사고로 인해 회전하고 있는 인듀어런스와 도킹하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으로 다시 등장한다.[4]

홈월드 시리즈에서는 소형 우주정이 비행갑판이 있는 대형함에 수용되는 걸 의미한다. 모든 작품에 등장했으며 효과는 소형 우주정의 수리와 연료 보급. 2에서는 우주정 편대 중에서 격추된 함정이 있을 경우 무료로 보급해준다. 적절한 도킹이 초반 전투기 싸움의 승리를 가른다.

스타트렉에서는 보통 정거장과만 도킹하며 함선 간 도킹은 전송기라는 순간이동 장치를 사용하거나 셔틀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번에 많은 사람을 옮기지는 못해서 대규모 이함을 할 때에는 도킹을 해서 이함한다.

4. 그 외

성관계, 다른말로 섹스(sex)를 비유적으로 도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메가쑈킹의 만화에서 등장한 적 있는 표현인데, 실제로 소유즈, 아폴로 우주선 등의 대부분의 우주선이 채택한 도킹 방식인 Probe and Drogue 방식을 보면 길쭉하게 뻗어나온 수 포트를 암 포트에 끼우는 방식이라[5] 성관계가 연상이 안 될 수가 없다! 심지어 아폴로-소유즈 미션 때는 연구 초기에 미제에게 박힐 수 없다 vs 빨갱이에게 박힐 수 없다(...)는 병림픽이 벌어지다 결국 공밀레를 통해 위에서 언급한 어댑터를 활용한 중성 도킹이란 말을 만들어냈고 훗날 셔틀 프로그램에서도 써먹었다. 3P?? 사실 독자 규격을 가진 타국 우주선을 직접 딱 맞추는 것보단 마치 콘센트의 돼지코 같이 서로 끼우고 중간지대를 이용하는 것이 낫기에 이런 방식이 나온 것.


[1] 따지자면 항공산업은 해상 용어로 출발한 것들이 많더라도 대중화되어 자체적인 용어들이 많이 생긴 편이지만, 우주는 오히려 여전히 해상 용어에서 따온 것이 더 많이 쓰인다. 항공에서는 기(機)를 쓰지만, 우주에서는 여전히 선(船)이라 부르는 것이 대표적. [2] 도킹 이외에도 솔라 세일이라든지 몇몇 사례들이 있긴 하지만 공상과학이나 미래 연구가 아닌 작금의 현실에서 쓰이는 용어들은 결국 기계/항공/선박 용어들이 대부분이다. [3] 영상의 16:10부터 실제 도킹장면이 나온다. [4] 저거 진짜로 쉽지 않다. 진짜로! 회전하는 물체에서는 자세교정용 RCS 엔진이 양쪽에 균등한 추력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회전 속도가 변하게 되고 이 때문에 우주선을 빙글빙글 돌리는 순간 제대로 된 수평 방향(도킹하는 축을 수직 방향으로 보았을 때) 이동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성공하려면 먼저 접근하는 방향을 일치감치 100m 정도 거리에서 맞춰 놓고 회전하는 도킹 대상의 회전 속도를 눈으로 짐작한 뒤 접근하는 동안 선체의 회전 각속도를 가속해 도킹하는 순간에 정확하게 그 각속도에 맞게 해야 한다. 좀더 간단한 용어로 풀자면, 회전(자전) 속도와 공전 속도를 둘 다 도킹하는 상대와 맞춰야 하는데, 회전하는 순간 공전 속도 조절은 봉인된다(추진기 방향이 계속 바뀌니). 그래서 공전 속도를 먼저 상대와 똑같이 맞추고 회전을 하자니 회전하기 위한 RCS 엔진이 균일하게 배치되어 있지 않아 공전 속도가 조금씩 바뀐다. 그래서 RCS 엔진에 의해 조금씩 바뀌는 속도에 따라 미리 공전속도를 보정하고 회전하면 되는가 하면 그렇게 단순한 것도 아닌 게, 도킹을 해야 하니 정확히 공전속도가 같아지는 지점에서 서로 만나게까지 해야 한다! 이걸 컴퓨터 없이 눈으로 해냈으니 정말 마술이라고 할 수밖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KSP에서 해당 장면을 재현해보자. 단번에 이해될 것이다. [5] 다만 '수 포트', '암 포트' 표현은 섹드립이 아니다. 수나사/암나사 등의 용례도 있고, 뭔가를 뭔가에 끼워야 작동하는 공구에서 끼우는 쪽을 암-, 끼워지는 쪽을 수-이라고 부르는 것은 표준어다. 이는 한국만의 표현법은 아니고 영어권에서도 이런 부분을 Male, Female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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